서학개미 “올해도 미장”…1주 만에 2조 8000억 ‘머니무브’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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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마이크론 등에 집중 투자
‘국내 증시 유턴’ 대책 효과 미미?
정부 비과세 RIA 내달 출시 예정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새해 들어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가 통계가 시작된 이래 매년 초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고환율 원인으로 지목된 달러 수급 쏠림이 지속되고 있다. 환율은 7거래일 연속 올라 연말 하락분을 절반 넘게 반납했다.

11일 한국예탁결제원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9일까지 국내 개인 투자자는 미국 주식을 총 19억 4200만 달러(한화 약 2조 8351억 원)를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1월 1∼9일) 기준 통계가 시작된 2011년 이후 최대 규모다. 작년 동기(13억 5700만 달러·약 1조 9810억 원)보다 43% 많은 액수다.

새해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테슬라(3억 7416만 달러·약 5460억 원), 테슬라 주식 기반 상장지수펀드(ETF)인 ‘TSLL’(2억 8104만 달러·약 4100억 원), 마이크론(1억 6494만 달러·약 2405억 원) 등 순이었다.

개인들의 미국 주식 매수세는 지난해 가을부터 거세진 뒤 12월에 주춤했으나, 새해에 다시 불이 붙는 모양새다. 개인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지난해 9월 31억 8400만 달러(약 4조 6485억 원)에서 10월 68억 5500만 달러(약 10조 75억 원)로 급증해 월간 기준 최대를 기록했다. 11월에도 59억 3400만 달러(약 8조 6630억 원)에 달했다. 12월에는 양도소득세 절세와 차익실현 매도 수요 등으로 인해 18억 7300만 달러(2조 7345억 원)로 줄었다.

올해 초 순매수 규모는 작년 10월 초(1∼9일 13억 2700만 달러·1조 9370억 원)보다도 크다. 다만 하루 평균으로는 약 2억 7700만 달러(약 4045억 원)로 작년 10월과 11월 전체의 하루 평균인 2억 9800만 달러(약 4350억 원)와 2억 9600만 달러(약 4320억 원)에는 다소 못 미친다.

지난해 말 정부가 서학개미의 국내 복귀를 위해 비과세 혜택 등 대책을 내놨지만, 미국 주식 투자 열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정책 효과가 이미 떨어진 것이 아니냐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예단하기는 이르단 반응도 제기된다. 정부가 해외 주식을 팔고 국내로 돌아오는 투자자에게 비과세 혜택을 주는 ‘국내시장 복귀 계좌’(RIA)를 다음 달 출시 예정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달러 수요에 힘입어 환율이 새해 들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1457.6원으로 마감했다. 지난달 29일(1429.8원)보다 27.8원 뛴 가격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 저평가와 한미 금리 차이·성장률 격차 등 구조적인 달러 수급 쏠림 요인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당분간 1450원 안팎의 고환율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외환 당국이 환율 안정을 위해 추가로 수급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8일 시장 상황 점검 회의에서 “현재 환율이 펀더멘털(기초체력)과 괴리돼 있는 만큼 정책당국이 단호하고 일관된 정책 노력을 지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후속 조치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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