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금융 인프라 갖춘 부산, 아시아 디지털 금융 출발점" [블록체인 위크 인 부산]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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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연설

김서준 ‘디지털 시민권’ 개념 제시
온라인 공동체·디지털 자산 결합
부산 제도·산업적 조건 동시 갖춰
글로벌 의료·창업 허브 조성 가능
오카베, 엔화 스테이블코인 조명
일본 제도·한국 IT 결합 시너지

부산일보와 매일경제,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가 공동 주최한 ‘블록체인 위크 인 부산 2025’가 22일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 부산에서 열렸다. 기조 연설을 하고 있는 해시드 김서준(위) 대표와 JPYC 오카베 노리타카 대표. 정종회 기자 jjh@ 부산일보와 매일경제,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가 공동 주최한 ‘블록체인 위크 인 부산 2025’가 22일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 부산에서 열렸다. 기조 연설을 하고 있는 해시드 김서준(위) 대표와 JPYC 오카베 노리타카 대표. 정종회 기자 jjh@

22일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 부산에서 열린 ‘블록체인 위크 인 부산 2025(BWB 2025)’ 기조연설에서 블록체인이 도시와 금융 질서를 재설계하는 현실적 인프라라는 메시지가 제시됐다. 특히 디지털 시민권 개념이 소개되며, 온라인 공동체와 디지털 자산 경제가 결합한 새로운 시민 참여 모델이 현실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엔화 스테이블코인의 사례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이 이미 글로벌 금융 시스템 안에서 결제·송금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이러한 변화의 실험 무대로는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이자 관광·금융 인프라를 갖춘 부산이 거론되면서 아시아 디지털 금융과 디지털 시민 모델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디지털 시민권’ 최적합지는 부산

블록체인·웹3 기업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는 BWB 2025의 첫 번째 기조연설에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시민권(Digital Citizenship)’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국가·국민·주권의 개념이 물리적 영토 중심에서 디지털 네트워크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봤다. 디지털 공간에서의 활동과 정체성이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만들어진 개념이 ‘네트워크 스테이트(Network State)’다.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먼저 형성되고, 디지털자산 기반의 경제 시스템을 구축한 뒤, 오프라인 거점과 정치적 실체로 확장되는 실험 모델이다. 온두라스의 ‘프로스페라’, 세르비아·크로아티아 국경의 ‘리버랜드’ 등에서는 디지털자산과 블록체인이 새 공동체 운영의 핵심 인프라다.

김 대표는 한국이 ‘K컬처’라는 참여형 글로벌 문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 시민권 실험을 시도할 수 있는 골든타임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 세계 팬덤이 자발적으로 형성되고 커뮤니티로 확장되는 K콘텐츠의 특성이 디지털 시민권 모델과 구조적으로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런 디지털 시민권이 가장 잘 적용될 수 있는 곳으로 부산을 꼽았다. 부산이 글로벌 관광도시이자 금융·물류 거점이고,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돼 있어 디지털 시민권 실험에 필요한 제도적·산업적 조건을 동시에 갖췄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연간 300만 명 안팎의 외국인 관광객이 부산을 찾고 있지만, 결제·인증·행정 서비스는 여전히 내국인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체류 경험이 단절돼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아이디와 디지털 지갑을 기반으로 한 부산형 디지털 시민권이 구축되면, 외국인도 신원 인증·결제·교통·관광·멤버십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이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대표는 이와 함께 토큰증권발행(STO)과 디지털자산 실험이 진행 중인 부산의 금융 인프라를 활용해, 지역화폐·스테이블코인·멤버십 포인트를 통합한 실사용 중심의 블록체인 도시 모델을 구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시민권을 부산의 의료 관광과 외국인 창업·비즈니스 분야로 확장한다면 글로벌 의료·창업 허브로 조성할 수 있다”며 “이는 전국과 글로벌로 확산 가능한 디지털 국가 전략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화·엔화·금 잇는 블록체인 실험

이번 BWB 2025에서는 엔화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결제 인프라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화두가 부산에서 던져졌다. 일본 엔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JPYC의 오카베 노리타카 대표는 두 번째 기조연설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더 이상 실험적 자산이 아니라 이미 글로벌 금융 질서의 일부가 됐다”고 강조했다.

오카베 대표는 현재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짚으며,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결제 규모가 글로벌 카드 네트워크를 추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JPYC는 5년 내 엔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50조 엔(470조 3800억 원) 규모로 팽창할 것으로 전망했다.

JPYC가 내세운 강점은 제도권 친화성과 개방성이다. 오카베 대표는 일본이 2022년 관련 법제를 정비하고 2023년부터 시행에 들어가며, 암호화폐와 스테이블코인을 명확히 구분한 점을 강조했다. JPYC는 퍼블릭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되,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유통을 허용하는 ‘블랙리스트’ 방식을 채택해 규제와 기술의 균형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활용 가능성도 결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국경 간 송금, 글로벌 결제, 디지털 서비스 비용 지급은 물론 실물자산 토큰화와의 결합까지 가능하다”며 “스테이블코인은 금융 구조 자체를 단순화하는 도구”라고 말했다. 실제로 JPYC는 거의 무수수료에 가까운 송금 구조를 통해 기존 금융 시스템 대비 효율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카베 대표는 JPYC의 글로벌 확장 전략도 공개했다. JPYC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 서클이 주도하는 글로벌 네트워크에 참여해, 엔화 기반 외환 거래 인프라로 역할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기관투자자 중심의 온체인 외환 거래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의 연설에서 한국과의 협력도 주요하게 언급됐다. 오카베 대표는 “한국 역시 스테이블코인 제도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며 “일본의 제도 경험과 한국의 금융·IT 역량이 결합된다면 아시아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확장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엔화 스테이블코인과 원화 기반 디지털자산, 나아가 금과 같은 실물자산 토큰을 연결하는 구상이 아시아 금융 질서에 새로운 실험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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