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수홍 부산시 토지정보과 주무관 “상처 받은 전세 피해자, 온 힘 다해 돕고 싶었습니다”
11월 부산시 친절 공무원에 선정
전세피해지원센터서 1년간 근무
국가 피해 결정 받게끔 검토 업무
예방 교육과 조속한 법 개정 강조
앳된 얼굴의 피해자들이 하루에도 10명가량 부산시 전세피해지원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잔뜩 어깨를 움츠리고, 걱정 어린 눈으로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고 묻곤 했다.
“시청 1층 구석에 있는 센터는 찾아오는 길이 조금 삭막해요. 보통은 주눅이 든 상태라, 피해자가 들어오면 저는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 맞이하면서 최대한 편안한 상태로 상담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지난달 부산시 친절 공무원에 선정된 시 토지정보과 김수홍 주무관은 지난 4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해 2월부터 올 2월까지 1년간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근무하며, 피해자가 국가로부터 피해 결정을 받도록 지자체 검토 의견을 작성해 보충 자료와 함께 제출하는 업무를 맡았다. 김 주무관에게 감동한 피해자 A 씨의 사연이 최근 한 잡지에 실리면서 그의 공로가 알려졌고, 이를 계기로 친절 공무원으로 선정됐다.
A 씨는 사연에서 ‘전세 사기를 당한 뒤 처음으로 받은 위로였다’며 김 주무관이 건넨 첫 마디를 언급했다. ‘어려운 일을 당해서 상심이 크겠습니다. 어떻게 위로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는 위로였다. 주변에서 ‘잘 좀 알아보지 그랬냐’는 핀잔을 들으며 스스로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라 여겼던 A 씨는, 김 주무관의 위로와 상담을 받다 그만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김 주무관은 센터 근무 1년 동안 A 씨와 비슷한 피해자들을 셀 수 없이 만났다. 당시엔 직접 방문을 해야 전세피해 접수가 가능했기에 하루 10명 안팎이 센터를 찾았다. 눈물을 흘리는 이도, 분노를 터뜨리는 이도 있었다. 세상을 떠난 자녀 대신 피해자 결정을 받기 위해 센터를 찾은 부모도, 시간이 흘러 이메일로 감사를 전하는 이도 있었다. 김 주무관은 “저도 곧 딸이 성인이 됩니다. 부모 입장에서 얼마나 마음이 찢어질지 알기에 어떻게든 피해자 결정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싶었고 다행히 피해자 결정을 받았다”며 “고맙다는 말을 듣기 위해 한 일은 아니지만, 이번 사연뿐만 아니라 이메일을 통해 감사하다고 전해주는 피해자 분들이 덕분에 개인적으로도 위로가 됐다”고 전했다.
부산은 다른 지역보다 피해자 결정 비율이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 배경엔 김 주무관과 같은 센터 직원들의 노력이 있었다. 주말에도 출근해 피해자 1명당 많게는 40쪽에 달하는 서류를 살피며 국토교통부에 제출할 의견서를 썼다. 그는 “위로를 건네는 것 외에 피해자분께 해드릴 수 있는 것은 결국 피해자 결정을 받게끔 하는 것”이라며 “더군다나 임대인 중에 부산시 공무원 출신도 있기 때문에 공무원으로서 오히려 더 책임감 있게 임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김 주무관은 동일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선 예방 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김 주무관은 “사회에 나오기 전 학교에서부터 꼼꼼하게 교육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또 기성세대도 이런 일을 벌여서는 안 된다”며 “전세사기피해자법이 조속히 개정돼 피해자의 일상 회복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