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장 공개 질책, ‘환빠’ 언급한 이 대통령…야 “어설픈 보여주기”
사상 첫 정부 부처 업무보고 생중계에 논란 양산
공개 비난 들은 이학재 “대통령 해법 현실 안맞아” 반박
‘환단고기’ 발언엔 “위서인데…국정에 설익은 취향 드러내”
대통령실 논란 커지자 “환단고기 동의, 연구 지시 아냐”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법제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정부 및 주요 기관의 업무보고를 사상 처음 생중계하면서 여러 논란을 낳고 있다. 국민 알권리 존중과 투명한 국정운영 실현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야당 출신 기관장 등에 대한 대한 공개적 망신 주기, 정제되지 않은 발언의 노출 등으로 인한 혼선 등 부정적 측면도 적지 않아서다.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14일 페이스북에 글에서 “책갈피에 숨긴 달러의 검색 여부는 인천공항공사 30년 경력 직원들도 모른다”며 “대통령이 해법으로 제시한 100% 수화물 개장 검색을 하면 공항이 마비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걱정스러운 것은 온 세상에 ‘책갈피에 달러를 숨기면 검색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업무보고 자리에서 “수만 달러를 100달러짜리로 책갈피처럼 (책에) 끼워서 (해외로) 나가면 안 걸린다는 데 실제 그러냐”고 물었으나 이 사장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자 “자꾸 딴 이야기를 한다. 옆길로 새신다”라고 공개 질타했다.
또 이 대통령이 이집트 공항 개발 사업 관련 이 사장의 답변에 대해 “보고서에 쓰인 사실 말고는 하나도 아는 게 없는 것 같다”, “업무 파악이 안 돼 있는 것 같다”고 비난하는 모습도 생중계로 방송을 탔다. 국민의힘 전신 정당에서 3선 의원을 지낸 이 사장은 이 대통령의 공개 비판을 ‘그만 나오라’는 의도로 해석했다.
이 대통령의 ‘환단고기’ 발언에 대해서도 야당의 비판이 쏟아졌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13일 유튜브 채널에서 “환단고기는 역사학계에서 거의 만장일치로 조작한 위서라고 결론 난 지 오래”라며 “대통령이 실제로 환단고기 진서론을 믿을 수 있지만, 대통령은 설익은 자기 취향을 보이는 자리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환단고기는 1911년 이전 어떤 사료에도 등장하지 않고, 근대 일본식 한자어가 고대 기록에 나온다”며 “환단고기가 역사라면 반지의 제왕도 역사”라고 가세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교육부 등 업무보고에서 “환단고기를 주장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을 보고 비하해서 ‘환빠’라고 부르잖느냐”면서 ‘문헌과 사료 위주의 역사 연구를 중시한다’는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게 “결국 역사를 어떤 시각에서, 어떤 입장에서 볼지 근본적인 입장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논란이 커지자 이날 “(환단고기의) 주장에 동의하거나 그에 대한 연구나 검토를 지시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책갈피 달러 밀반입’ 수법이 알려질 것이라는 우려에도 “오히려 예방 효과가 더 크다”고 주장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