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 용호농장마을 30년 운영한 ‘구유지 주차장’ 결국 폐쇄
구청과 협의 끝에 11일 영업 종료
구유지 점유 변상금 부과 않기로
내년 4월 공영주차장 조성 예정
철거 컨테이너 수 등 쟁점 남아
부산 남구 용호농장마을(옛 한센인 정착 지역) 주민들이 구유지를 점유한 상태로 약 30년간 운영한 오륙도 선착장 일대 주차장이 지난 11일 영업을 종료했다. 이곳에는 내년 상반기 남구 직영의 공영주차장이 조성될 예정이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남구 용호농장마을(옛 한센인 정착 지역) 주민들이 구유지를 점유한 상태로 약 30년간 운영한 주차장이 문을 닫았다. 주차장 폐쇄와 사무실 컨테이너 철거를 두고 마을 측과 구청이 3개월 간 갈등을 조정한 끝에 합의에 도달한 결과다. 해당 주차장은 내년 상반기 공영주차장으로 바뀌고, 주민들이 사무실로 쓰던 컨테이너 일부는 그대로 두는 대신 남구청에 사용료를 납부하기로 했다.
14일 남구청에 따르면 지난 11일 용호농장마을 주민들이 생업을 위해 운영하던 오륙도 유람선 선착장 일대 주차장이 영업을 종료했다.
이곳은 남구청 소유 부지로, 내년 4월 남구청이 직접 운영하는 공영주차장이 조성될 예정이다. 현재 설치된 컨테이너 6채 중 일부는 철거하고 남은 컨테이너는 구청에 사용료를 납부해 합법적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구유지 무단 점유에 대한 변상금은 부과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용호농장마을은 1946년께 한센가족 국가강제이주정책에 따라 격리된 이들이 모여 형성됐다. 이들은 용호2동 일부 지역을 무단 점유하고 1970년대부터 유도선을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 왔다. 1990년대에는 바다를 직접 매립해 주차장을 설치한 뒤 운영하기 시작했다. 컨테이너도 들여 유도선 매표소와 사무실, 한센진료소 등으로 사용했다.
유도선 운영은 마을 주민들이 해양경찰 허가를 받아 합법적으로 진행하는 사업이다. 반면 구유지를 점유하고 주차장을 통해 사적 영업을 이어온 것은 불법이다. 남구청은 생계가 어려운 이들의 사정을 고려해 그동안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8월 감사원에 불법 주차장 영업에 문제를 제기하는 민원이 접수된 이후 남구청은 공유재산 관리에 나서게 됐다.
남구청은 지난 9월부터 마을 측에 주차장 영업 중단과 컨테이너 철거를 요청했다. 주민들은 생계를 위해 당장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며 갈등이 이어졌다. 남구청이 지속적으로 주민들을 찾아가 협의하고 설득한 끝에 분쟁은 약 3개월 만에 해결 국면에 접어들었다.
조율해야 할 세부 쟁점은 여전히 남아있다. 마을 측이 철거할 컨테이너 대수와 구청에 납부할 사용료 액수 등은 협의 중이다. 마을 측은 새로 조성되는 공영주차장 관리인으로 용호농장마을 주민 채용을 요구하고 있다.
남구청은 공익성과 주민 생계 사이의 균형을 고려해 후속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남구청 관광체육과 관계자는 “공영주차장 조성을 시작으로 공유재산이 공익 목적에 맞게 정상화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 체계를 개선할 계획”이라며 “동시에 용호농장마을 주민들을 배려할 수 있는 방안도 합법적 범위 안에서 최대한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