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강제수사 초읽기… 윤영호 '진술 번복' 최대 난관 [통일교 게이트 파장]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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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본부장 2차 대면 조사 진행 고려
사실관계 파악 물증 확보에 어려움 예상
출국금지 전재수 전 장관 등 수사 임박
계좌 추적·압수수색 등 이뤄질지 주목

경찰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폭로한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에 대한 정치권 로비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적막한 경기도 가평군 통일교 천정궁 일대 전경. 연합뉴스 경찰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폭로한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에 대한 정치권 로비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적막한 경기도 가평군 통일교 천정궁 일대 전경. 연합뉴스

경찰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폭로한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에 대한 정치권 로비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이 오락가락 바뀌고 있는 상황인 만큼 경찰이 물증 확보를 위한 강제수사에 착수할 가능성도 있다.

14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 특별전담수사팀은 주말 동안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검토했다. 경찰은 윤 전 본부장에 대한 2차 대면 조사 진행도 고려하고 있다. 앞서 출국금지 조치가 이뤄진 전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에 대한 강제수사도 임박한 모양새다. 계좌 추적, 압수수색 등이 실제로 이뤄질지 주목된다.

경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는 까닭은 윤 전 본부장이 한 발 물러선 태도로 관련 진술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윤 전 본부장이 입을 닫자 당장 그의 입에서 시작된 의혹을 들여다보려 전담팀까지 꾸린 경찰은 난감한 상황이 됐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려면 더욱 구체적인 진술을 얻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첫 스텝부터 꼬일 위기에 처한 셈이다.

윤 전 본부장은 더불어민주당 측에 대한 지원을 언급하며 폭로를 예고했지만, 자신의 재판 최후변론 과정에서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언급하지 않았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8월 특검에서 2018~2020년 민주당 의원 2명에게 수천만 원씩 지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 5일 자신의 재판에서 “통일교는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 측도 지원했고, 이 내용을 특검에도 진술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결심 공판에서 민주당 측 정치인 실명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막상 지난 10일 최후진술에선 별도 언급 없이 억울함만 호소했다.

지난 12일 법정에서도 돌연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말을 바꿨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의 증인으로 나온 그는 권 의원 측 변호인이 특검 수사 당시 분위기 때문에 거짓 진술을 했느냐는 취지로 묻자 “세간에 회자하는 부분도 제 의도하고 전혀…”라며 “저는 그렇게 진술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그런 경우도 있고 그래서 좀 이게 조심스럽다”며 여지를 남겼다.

당초 작심한 듯 특검 수사의 편파성을 지적했을 때와 달리 자신의 과거 진술에 대해서도 확신을 갖고 말하지 못하는 등 한 발 물러선 태도다. 이후 이 사안에 대해 사실상 입을 닫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이 자신의 발언이 정치권을 강타하면서 파문이 확산하자 재판과 향후 있을 수사 등을 고려해 자진해 수습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수사를 해야 하는 경찰로선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10일 특검에서 사건 기록을 넘겨 받은 경찰은 지난 11일 전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 3명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내사(입건 전 조사)를 벌이던 전 전 장관,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대상이다. 이들 3명에게는 정치자금법 위반 또는 뇌물 수수 혐의가 적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모두 현재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특별전담수사팀은 지난 12일 전 전 당관, 임 전 의원, 김 전 의원 등 3명에 대해 출국금지 요청도 했다.

한편 윤 전 본부장이 입을 여는 대가로 자신이나 가족에 대한 선처를 요구해 혼선을 초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윤 전 본부장의 배우자인 전 통일교 세계본부 재정국장 이 모 씨는 현재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소된 상태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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