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10주기’ 추모식인데…코빼기도 안 비친 민주당 지도부
YS 서거 이후 첫 전원 불참, 비판 일자 “대표 조화 조치가 관례”
김현철 “이러니 개딸·김어준 아바타”, DJ 10주기 때와도 대조
강성 지지층 경도, ‘통합’ 경시하는 당 분위기 드러낸다는 지적
대신 부산 공략 노리는 조국 “YS 정치 위에서 전진” 계승 의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왼쪽부터), 주호영 국회부의장,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모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전날(22일) 열린 고 김영삼(YS)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모식에 전원 불참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전신 정당 출신 전직 대통령이지만, 민주화 거목인 YS에 대해 민주당도 기본적인 추모의 예를 보여왔고, 실제 2016년 1주기부터 매회 지도부가 추모식에 참석해왔다. 강성 지지층에 경도되면서 통합, 포용 문화가 사라진 당의 현재를 드러내는 장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날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YS 10주기 추모식에는 대통령실에서 강훈식 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이, 정부에서는 윤호중 행정안전부,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이, 국회에서는 주호영 국회부의장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반면 민주당 지도부는 정청래 대표 명의의 조화만 보냈고 단 한 명도 행사장에 나오지 않았다. 민주당은 “일정 조율 문제”라고 설명했고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논란이 일자 “당에서 조화 조치를 하는 게 기본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지만, 유족들은 강한 불쾌감을 보였다.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인 차남 현철 씨는 23일 페이스북 글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비서실장을 보내 추모사를 대독했는데 민주당은 개미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며 “이런 행동을 하니 스스로 ‘개딸과 김어준 아바타’ 소리를 듣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고, YS의 손자인 김인규 서울시 정무1비서관도 “통합과 화합이라는 YS의 유훈을 짓밟고 추모식을 정쟁의 장으로 만든 것은 유감”이라며 “여야가 함께하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오히려 분열의 상징처럼 비쳤다”고 말했다.
실제 이전까지 전직 대통령 중에서도 민주화 운동의 양대 산맥인 YS와 김대중 전 대통령(DJ)에 대해서는 정치권 전체가 추모 열기를 유지해왔다. 2019년 DJ 서거 10주기 추도식에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등 야당 대표들이 모두 참석했고, 지난해 YS 9주기 추모식에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일부러 보이콧 한 건 아니겠지만, 현 지도부의 인식에 이날 행사의 비중이 그 만큼 낮았던 것”이라며 “지도부가 앞다퉈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요즘 민주당에서 YS의 유산이니, 통합이니 하는 데 누가 관심이나 있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조국혁신당 조국 신임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 글에서 “김 전 대통령께서는 군사독재의 시대를 끝내고 문민정부의 시대를 열었다”며 “‘김영삼의 정치’는 조국혁신당의 DNA로 자리 잡고 있다”고 ‘계승’ 의지를 보였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층과 PK(부산·울산·경남)로의 당세 확장을 노린 행보로 풀이된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