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경태, ‘친명’ 보좌관 채용… 적과의 동침?
10월부터 조 의원실 출근 A 씨
앞선 대선 때 민주 선대위 활동
지역구·당내 불만 목소리 고조
조 의원 “실력 있는 사람” 해명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이 지난 5월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최다선인 6선의 조경태(부산 사하을) 의원이 올해 6·3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 부산 선거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한 인사를 최근 의원실 보좌진으로 채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보좌진은 민주당 지역위원장은 물론 민주당 총선 후보로 도전한 바 있어 조 의원 지역구는 물론, 국회 내에서도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제기된다.
20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부터 조 의원실에 출근하고 있는 A 씨는 6개월 전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대선후보 부산 선대위에서 활동했다.
A 씨는 조 의원이 민주당 당적으로 활동하던 시기 그의 보좌관을 지낸 인물이다. 이후 지역에서는 원조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돼 왔다. 2021년 5월엔 경기지사 시절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이규민 전 국회의원이 이끈 ‘대동세상연구회’ 부산본부를 만든 장본인이다. 이후 대동세상연구회 부산시본부장,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 부산경선대책본부 공동본부장,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 총괄특보단 부산시 상임본부장을 맡는 등 부산에서 약세를 보여 온 이 대통령이 자리잡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A 씨는 친명 활동에 앞서 부산 민주당에서 줄곳 입지를 다졌다. 그는 민주당 사하을 지역위원장을 지낸 뒤 2020년에는 기장에 여당 후보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또한 A 씨는 한때 조 의원과 날 선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지난해 22대 총선을 앞두고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 의원이 철새처럼 당을 바꾼 것에 대해 내가 회초리를 들겠다. 조 의원의 장단점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내가 본선에 나가면 승리할 자신이 있다”고 조 의원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의 친민주당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23년 본인이 쓴 〈가짜뉴스 판독법〉 속 작가 인삿말을 통해 현재의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으며 윤석열 정권 때에는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러 비판을 쏟아냈다.
이를 두고 부산 국민의힘은 물론 사하을 당협위원회 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분출한다. 한 사하을 당협 관계자는 “당협위원장이자 국회의원인 조 의원과 한 때 경쟁자로 불리기도 했으며 친이재명 행보를 적극 펼친 이를 보좌진으로 채용한 것은 해당 행위와 마찬가지”라면서 “내년 지방선거 공천에 있어서도 A 씨가 어떤 영향력을 미칠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당 차원에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토로했다.
동료인 국회 보좌진 사이에서도 이번 채용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의원실 취업을 위해 당적을 바꾸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불과 6개월 전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활동한 인사가 진보 정부에서 국민의힘 진영 보좌진으로 활동하는 것은 철새라는 비판이다.
특히 지역 정가에서는 이러한 채용을 향후 조 의원의 정치적 거취와 연관 짓는 시선도 존재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대표적인 국민의힘 의원으로 당을 향해 쓴소리를 여러 차례 쏟아내 왔다. 최근에는 부산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이는 공식 행사에도 모습을 종종 드러내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이유에서 조 의원의 정치적 행보와 관련한 관측을 내놓는 것이다.
조 의원은 이번 인사에 대해 전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정책 전문가인 A 씨를 채용했고, 그의 과거 이력을 문제시 삼는 것은 전형적인 색깔론이라는 게 조 의원 주장이다. 조 의원은 "송미령 농림부장관 사례를 보더라도 실력 있는 사람을 쓰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오히려 그걸 문제시 삼는 사람들이 편협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