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장 셧다운에도 협상 공전… 시민 피해 속출
트럼프 정부 정지 39일째 지나
오바마 케어 보조금 협상 난항
항공편 감축 이틀 2500여편 결항
애틀랜타 공항 평균 282분 지연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 장기화로 연방항공청(FAA)이 항공편 운항 감축을 지시하면서 항공편들이 줄줄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가운데 8일(현지 시간) 이를 알리는 콜로라도주 덴버 국제공항 현광판 앞에 사람들이 앉아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이 8일(현지 시간)로 39일째에 접어들었지만, 공화당과 민주당은 셧다운 사태의 핵심 쟁점인 ‘오바마 케어’(건강보험) 보조금 연장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의 임시예산안 처리를 막고 있는 민주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폐지해야 한다며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셧다운 사태가 역대 최장 기간 경신을 이어가면서 시민 피해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민주당은 우리의 위대한, 기적 같은 경제를 파괴함으로써 이기고 있다. 정확히 그들이 노렸던 그대로다. 필리버스터를 폐지하라”고 했다.
셧다운을 끝낼 상원의 임시예산안 처리는 공화당이 다수당(53석)임에도 민주당의 반대로 안건 통과에 필요한 60표를 확보하지 못 하면서 불발되고 있다.
셧다운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의사규칙 변경을 통해 필리버스터 종결 투표의 의결정족수를 60명에서 단순 과반(51)으로 낮추는 ‘핵옵션’을 가동하라고 여러 차례 공화당에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오바마 케어에 대한 비난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에게 오바마 케어라는 형편없는 의료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돈만 빨아들이는 보험사들에 지급되는 수천억 달러를 국민들에게 직접 줘서 그들이 훨씬 더 나은 의료보험을 스스로 구입하고 그 후에도 돈이 남을 수 있게 하라고 권고한다”고 말했다.
이어 “거대하고 나쁜 보험사들로부터 돈을 빼앗아 국민에게 돌려주고, 투입되는 재정 대비 세계 최악의 의료제도인 오바마 케어를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함으로써 셧다운을 즉각 끝내는 것은 물론 공화당이 원하는 입법을 속전속결로 처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내년 중간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입법이나 정부 인사 인준 요구에 협조적이었던 공화당은 이번 요구만큼은 수용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특정 정당의 일방 독주를 견제할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는 선례를 남긴다면 민주당이 다수당이 될 경우 공화당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7일 상원 본회의에서는 오바마 케어를 둘러싼 양당 입장차만 재확인됐다. 민주당은 오바마 케어 보조금을 1년 연장한다면 공화당의 임시예산안 처리에 동의하겠다고 제안했으나, 공화당은 “논의할 가치조차 없다”고 일축했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시민 불편은 커지고 있다. 8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 연방항공청(FAA )이 항공편 운항 감축을 지시한 지 이틀째인 이날 취소된 항공편은 1060편, 운항이 지연된 항공편은 6000편에 달했다. 첫날인 7일에는 1025편이 결항되고 7000여 편이 지연됐다.
해외 미군기지에서 일하는 현지 직원들도 급여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주둔국에서는 현지 정부가 일단 급여를 대납해 자국 노동자들의 생활을 돕고 있지만 무급으로 일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논의가 공전을 거듭할 것으로 보이면서 시민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