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항소 포기’에 “윗선 개입” 기정사실화 야권 ‘총공세’
항소 포기 이례적 지시, 7800억 수익금 추징 불가
여론 비판 높다 판단, 수사 촉구·국조 등 여론전 총력
‘윗선’ 개입 관련, 정성호 탄핵, 이 대통령도 정조준
민주당 “친윤 검사 망동”, 조작 기소 상설특검으로 반격
국민의힘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원인 박준태(왼쪽부터)·조배숙·나경원·송석준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항소 포기에 대한 대통령실 개입 등 '윗선 지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의 ‘대장동 비리’ 사건 항소 포기를 둘러싼 후폭풍이 일파만파다. 보수 야당은 결국 이재명 대통령 재판 때문이라며 ‘윗선’ 개입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이 대통령과 정성호 법무부 장관 등 여권 핵심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검찰 지휘부의 이번 항소 중단 지시는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대장동 일당의 수익금 7800억여 원 대부분을 추징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여론 민감도도 높다는 게 야당의 판단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관련 수사 촉구, 국회 현안질의, 청문회, 국정조사 등 가용한 대응 조치를 총동원해 대여 압박과 여론전에 나설 방침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9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항소 포기 조치의 ‘핵심 실체’로 대장동 비리 자금의 국고 환수가 불가능해졌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국회 차원의 긴급 현안 질의를 즉시 열고, 국정조사를 신속히 진행하자고 여당에 촉구했다. 이어 “이번 항소 포기 결정은 피의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소 취소 빌드업의 1단계 작업으로 이해된다”며 “이 사건을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 규정지으며 이 대통령에 대한 공소 취소를 추진하겠다는 뜻이고, 나아가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해 완전 무죄를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소속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도 이날 국회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조치의 부당함, ‘윗선’ 개입 의혹 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번 항소 포기 지시는 직권남용이자 직무유기”라며 여권의 검찰 압박에 굴복한 수뇌부가 이 대통령이 ‘정점’인 대장동 수사를 스스로 봉인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항소 포기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 대한 탄핵을 언급하면서 대통령실의 개입 여부를 가리기 위한 법사위 긴급 현안질의를 즉시 개최할 것을 추미애 법사위원장에게 요청했다. 이 중 나경원 의원은 회견 후 “정 장관과 이 사건의 부당한 항소 포기 지시에 관여한 법무부 고위 관계자를 비롯한 대통령실 관계자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혁신당 역시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국민의힘과 같은 ‘톤’의 강경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 글에서 이번 항소 포기와 관련, “검찰개혁을 하겠다는 자들이 자신과 관련된 범죄는 제대로 2심 재판도 안 받게 만드는 세상이 바로 지난 10년간 민주당이 보여준 내로남불 유니버스”라며 “정의가 강물처럼 흐른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에서는 불의가 하수구처럼 흐르고 있다”고 직격했다. 이동훈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항소 포기는 권력의 압력에 굴복한 강요된 결정이며, 그 배후가 대통령이라면 그것은 탄핵 사유”라며 “항소 포기 결정에 관여한 모든 책임자를 조사하고, 국고 손실과 사법농단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강조했다.
여론 비판을 감안해 전날까지 ‘(무분별한) 항소 (관행에 대한) 자제’라며 해명에 주력하던 민주당은 이날에는 항소 포기에 반발하는 검사들을 향해 “한 줌도 되지 않는 ‘친윤’ 검사”라고 힐난하면서 검찰의 이 대통령 관련 수사에 대한 국정조사, 상설특검, 청문회 등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야당의 파상 공세에 더 강한 대응으로 지지층을 결집해 상황을 돌파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내부의 반발과 관련, “명백한 항명”, “친윤 정치 검찰의 망동”이라고 맹비난하면서 “조직적인 항명에 가담한 관련자 모두에게 단호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법무부의 즉시 감찰을 요구했다. 이어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대북 송금 사건 등에서 검찰권 남용과 조작 기소 진상을 밝히겠다면서 국정조사·청문회·상설특검을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 정반대 취지로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