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선원 조세체계, 실질적 조세형평 실현해야
정영석 한국해양대 해사법학부 교수
요즘 내항 선원들 사이에서 ‘같은 바다, 다른 세금’이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현재 외항 선원은 월 500만 원까지 근로소득이 비과세되지만, 내항 선원은 월 20만 원의 승선 수당만 비과세되어 무려 25배의 차이가 난다. 바다 위에서, 선박에서, 같은 위험을 감수하며 동종 동질의 일을 하지만 세금은 전혀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규정하고, 제59조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조세법은 법률주의와 평등원칙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그런데 내항 선원은 단지 ‘항로의 구분’이라는 행정적 기준에 따라 외항 선원과 다른 세제 적용을 받고 있다. 이는 조세 법률주의가 보장해야 할 실질적 형평을 훼손하는 것이다.
외항 선원에 대한 비과세 확대는 과거 수출입 중심 해운정책의 산물로,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외항에 세제 혜택을 집중했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졌다. 내항 해운은 더 이상 부차적인 산업이 아니라 전국 480여 유인 도서를 연결하며 국민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국가 해상 교통체계의 마지막 연결 고리이자 생명선이다.
내항 선박들은 ‘비상 대비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비상사태 시 전략물자 수송의 핵심 자원으로 동원된다. 이는 국가 해상물류와 안보를 지탱하는 최후의 인프라라는 뜻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는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이처럼 공공성과 국가의존도가 높은 산업이 세제 형평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는 것은 정책의 역진성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내항 해운 현장의 현실은 심각하다. 내항 선원 중 60세 이상이 60%를 넘어섰고, 젊은 인력은 불공정한 처우와 낮은 실수령액 탓에 바다를 떠나고 있다. 결국 내항 해운은 노후 선박과 고령 인력에 의존하며, 이 악순환의 근저에는 바로 ‘같은 바다 다른 세금’이라는 제도적 차별이 있다. 내항 선원 비과세 한도를 월 300만 원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헌법적 형평 회복의 문제이며, 산업정책 측면에서는 인력 유입과 세대 교체를 유도하는 구조개선 장치다. 공정한 조세제도 없이는 해운산업의 지속 가능성도, 국가 해양력의 기반도 유지되기 어렵다.
여야는 이미 제21대 대선 당시 ‘선원 소득 비과세 범위 확대’를 공약했고, 해양수산부 장관 역시 국회 청문회에서 그 약속을 재확인했다. 물론 조세 당국에서 볼 때는 외항선원의 경우 국외 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고 내항 선원의 경우 국내 근로에 해당하기 때문에 선원이라는 명목만으로는 내항 선원에게 동일한 비과세 혜택을 주기가 어려운 면도 있다. 그러나 선원 근로에 대한 이해와 실질적 조세 형평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동종 동질의 근로에 대해서 비과세 혜택도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은 균형과 형평을 지향할 의무가 있다. 내항 선원 비과세 확대는 공정을 바로 세우는 법의 책무이며, 내항의 바다를 다시 움직이게 할 정의의 출발점이다. 공정한 세제 개선을 통해 대한민국의 내항 해운이 다시 숨을 쉬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