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발전 산재 95%가 하청업체… '죽음의 외주화' 또 불렀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울산 화력발전소 붕괴 사고 피해자 9명 전원 하청
한노총 “현장 숙지 못한 하청 노동자들 희생양”
동서발전, 하청 산재 94.7% ‘발전 5사 중 최다’
노후 산단 울산의 고질병 “위험 작업만 하청에”
노동계 “원청과 발주처의 책임 구조 개선 시급”

9일 오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수색 작업을 논의하고 있다. 무너진 거대한 철골 구조물이 종잇장처럼 구겨져 이번 붕괴 사고의 참혹한 현장 상황을 보여준다. 김태권 기자 9일 오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수색 작업을 논의하고 있다. 무너진 거대한 철골 구조물이 종잇장처럼 구겨져 이번 붕괴 사고의 참혹한 현장 상황을 보여준다. 김태권 기자

44년 된 노후 타워 해체 현장에서 9명의 사상·실종자를 낸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사고는 ‘위험의 외주화’가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무엇보다 발주처인 한국동서발전은 5개 발전 공기업 중 하청 산재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나 구조적인 안전 관리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9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공사는 발주처인 동서발전이 HJ중공업에 시공을 맡기고, HJ중공업이 이를 다시 발파·철거 하청업체인 ‘코리아카코’에 하도급한 다단계 구조다.

코리아카코는 지난달부터 44년된 노후 보일러 타워의 ‘취약화 작업’을 진행해왔다. 해당 보일러 타워는 1981년 준공된 노후 설비로 2021년부터 사용이 중지된 상태였다.

지난 6일 사고 당시 현장에 투입된 근로자 9명은 모두 코리아카코 소속이며, 정규직원은 1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8명은 모두 단기 계약직 노동자다.

이들은 25m 높이 등 서로 다른 지점에서 산소절단기 등으로 구조물 일부를 절단하다 참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다단계 하청 구조는 고질적인 안전 사각지대를 만든다는 지적이다. 하청업체는 원가 절감 압박 속에서 숙련 인력 확보나 충분한 안전 교육을 보장하기 어렵다.

한국노총은 “현장의 구조와 시스템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하청 노동자들이 위험한 철거 작업에 투입돼 희생양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박정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 8월까지 동서발전의 산재 피해자 38명 중 원청 직원은 단 2명(5.3%)에 불과했다. 산재 94.7%(36명)가 하청 노동자에게 집중된 것이다. 이는 5사 평균(85% 이상)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치다.

이러한 구조적 위험은 60여 년 된 중화학공업단지와 40년 이상 된 석유화학단지가 밀집한 울산의 노후 설비와 만나 더욱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 붕괴한 보일러 타워는 1981년 준공돼 40년간 가동되다 2021년 수명이 다한 대표적인 노후 설비였다. 이처럼 노후 설비 해체나 정기보수 등 가장 위험한 작업만 골라 하청에 맡기는 관행이 고착화됐기 때문이다.

불과 지난달 2명의 하청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SK에너지 폭발 사고 역시 정기보수 중이던 수소 제조공정에서 발생했다. 두 사고 모두 위험 공정을 하청 노동자가 맡던 중 변을 당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발전소의) 다단계 하청구조를 개선하자는 논의가 되었다면 이번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부는 제2의 울산화력발전소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도급 구조 개선 등 실질적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