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창의 클래식 내비게이터]누구나 좋아한다는 그 곡, 치고이너바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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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평론가

파블로 사라사테. 위키피디아 파블로 사라사테. 위키피디아

1840년에 파가니니가 세상을 떠났다. 바이올린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과 바이올린으로는 불가능하다던 모든 것을 보여준 파가니니가 사라지자 사람들은 과연 누가 그 뒤를 이어갈지 궁금해했다. 1820년 벨기에에서 태어난 앙리 비외탕, 1831년 헝가리 출신의 요제프 요아힘, 1835년 폴란드의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 1838년 벨기에의 외젠 이자이 같은 사람이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 1844년 스페인에서 그 누구보다 강력한 테크닉으로 무장한 파블로 사라사테가 태어났다.

사라사테는 어려서부터 바이올린 신동으로 유명했다. 10세 때 스페인 이사벨라 여왕 앞에서 연주회를 했는데, 그의 연주에 감동한 여왕은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선물했다. 스페인 왕실의 후원을 받게 된 그는 파리음악원에서 바이올린과 작곡을 공부했고, 17세 되던 1860년에 파리 데뷔 연주회를 했다. 그 후로 세계를 순회하며 연주회를 이어갔다.

그의 연주회는 정말이지 파가니니가 다시 태어난 듯한 분위기였다. 사라사테의 연주를 들은 작곡가 랄로는 바이올린 협주곡 1번과 ‘스페인 교향곡’을 작곡해서 그에게 헌정했고, 브루흐는 바이올린 협주곡 2번과 ‘스코틀랜드 환상곡’을 헌정했다. 생상스는 그의 연주를 듣고 “인간이 낼 수 있는 소리 이상의 것을 들려준다”라고 감탄하면서 바이올린 협주곡 3번과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를 헌정했다. 사라사테 자신이 작곡한 곡도 많다. ‘카르멘 환상곡’ ‘서주와 타란텔라’ ‘스페인 무곡집’ ‘나바라’ 등은 지금도 널리 연주되는 곡이다.

‘치고이너바이젠’(Zigeunerweisen, Op. 20)은 ‘집시의 선율’이라는 뜻이다. 사라사테가 헝가리 지방을 여행할 때 들은 집시 멜로디를 바탕으로 만든 곡으로, 1878년 라이프치히에서 초연되었다. 매우 강렬하고 드라마틱한 도입부가 귀를 사로잡는다. 이어 집시 특유의 애상에 잠긴 전개부, 그리고 정열적이다 못해 관능적인 결말부로 구성되었다. 즉흥적인 장식음, 선율의 자유로운 곡선, 불규칙한 박자의 혼합, 옥타브 도약, 강약 대비 등에서 집시적인 요소가 잘 나타난다.

사라사테는 1908년 9월 20일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64세로 세상을 떠났다. 평생 독신으로 지냈고, 자식도 없었다. 스타에게 흔히 따라다니는 스캔들이나 연애 이야기도 찾을 수 없다. 그저 연습과 연주가 삶의 모든 것이었다. 언론이 ‘바이올린의 천재’로 묘사하며 환호했지만, 정작 사라사테 자신은 그런 평가에 대해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나는 지난 37년 동안 하루 14시간씩 연습해 왔다. 그걸 모르고 사람들은 그저 나를 천재라고 한다.”

사라사테. 치고이너바이젠 사라사테. 치고이너바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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