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안갯속 부산·경남 행정통합
‘대한민국 경제수도’ 건설 청사진 내걸며 추진
주민참여 저조, 정부 ‘5극 3특’ 정책과 엇박자
내년 지방선거 등으로 추진 연속성 장담 못해
수도권 일극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광역자치단체가 추진하는 행정통합과 특별연합으로 전국이 혼란스럽다. 행정 전문용어인데다, 추진과정에 오락가락하는 지자체의 행보때문이다.
부산과 경남에서는 2022년 이미 만들어진 특별연합을 폐기하고, 다시 행정통합을 추진중인 상황이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지난해 11월 경남도청에서 만나 수도권에 버금가는 ‘대한민국 경제수도’ 건설을 청사진으로 내걸며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화위)를 출범시켰다. 공론화위는 지난달 29일 창원시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경남 중부권 행정통합 시도민 토론회를 마지막으로 부산과 경남 8개 지역을 순회하는 권역별 토론회를 종료했다.
공론화위는 8차례 토론회 성과를 발판으로 연말까지 행정통합 기본 구상안을 도출하고 두 지역민이 동수로 참여하는 여론조사를 해 행정통합 의사를 확인할 방침이다. 공론화위는 수도권 집중·인구 감소로 지방소멸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토론회를 통해 “부산과 경남이 함께 가야 한다”는 공감대를 넓힐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통합여부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시도민도 과연 그렇게 생각할지는 의문이다. 시도민 공론화 작업이 마무리됐지만 추진 동력은 갈 수록 떨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토론회에서는 행정통합에 대한 시도민의 열기가 뜨겁지 않았다.
참여가 부족하면, 그만큼 추진력도 약해진다. 행정통합의 성패는 주민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지의사를 표시하느냐에 달렸기 때문이다.
행정통합을 둘러싼 외부 여건도 좋지 않다. 올해 6월 대선으로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특별연합 형태인 부산·울산·경남(이하 부울경) 메가시티가 오히려 지역 화두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22년 4월 부울경은 특별연합을 출범시켰다. 특별지자체 제도가 국내에 도입된 이후 최초 사례였다.
하지만 그해 6월 지방선거에 당선된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김두겸 울산시장은 입장을 번복했다. 특히 울산시가 독자 노선을 선언하면서 동남권에서 부산과 경남만 행정통합을 논의 중이다. 또, 행정통합을 추진하던 일부 광역단체도 특별연합으로 다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5극(초광역) 3특(특별자치)’을 국정과제로 채택함에 따라 광주·전남을 비롯한 광역자치단체들이 정책 선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행정통합에 적극적이던 대구·경북은 민선 9기 장기 과제로 넘기는 분위기다. 대구·경북은 지난해 통합 특별법안 초안을 완성했다. 두 주체 중 한 곳인 대구시의회 동의까지 얻었다. 하지만 경북도의회 동의 절차를 진행하던 중 비상계엄이라는 돌발상황이 벌어지면서 동력을 잃었다.
행정통합을 위해선 정부 차원의 입법과 지원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정부는 지자체의 자율적 행정통합에 대해 반대하지 않지만, 특별한 지원도 없다는 방침이다. 다만, 국정 방향인 ‘5극 3특’에 편승하면 권역별 전략사업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후 대구·경북은 통합보다는 오히려 ‘5극 3특’ 정책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한때 행정통합을 추진하다 무산된 광주·전남도 지난달 27일 특별연합 출범을 위한 선포식을 가졌다.
부산·경남도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 7월 25일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부산 타운홀 미팅에서 지방분권과 지역 균형 정책을 총괄하는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은 ‘선 협력 후 통합’을 언급하며 행정통합보다는 메가시티를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산·경남은 이제 막 행정통합 공론화 토론회를 마친 상황에서 갑자기 방향을 선회하기도 쉽지 않다. 내년 지방선거도 변수다. 누가 부산시장과 경남도지사로 당선되느냐에 따라 상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이미 민선 7기 때 합의한 부울경 메가시티 결성이 민선 8기에서 폐기되는 경험을 했다.
여기에 내년 지방선거 이후 부산·경남 두 지역의 지자체장 중 한 명이라도 소속 정당이 바뀐다면 기존의 행정통합 방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마저 제기된다. 부산·경남 행정통합은 주민참여가 낮은 상황에서, 내년 지방선거와 중앙 정부와 이견 등으로 안갯속을 걷고 있다. 전문가들은 행정통합의 완성을 위해 △정치적 리더십과 합의 △주민 공감 △제도 마련 등 3가지 요소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부산·경남에서는 3가지 요소 중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길수 중서부경남본부장 kks66@busan.com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