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에서도 고3 재학생이 시험지 절도 미수…동급생 공론화에 알려져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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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최근 경북 안동에서 수년간 전직 기간제 교사와 학부모, 행정실장이 공모해 시험지를 유출한 사실이 발각된 가운데, 올해 4월 경북 울진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재학생이 시험지를 훔치려는 시도가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18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중간고사 시험 기간이던 지난 4월 23일 오전 1시께 울진의 한 고등학교 3학년생인 A(18) 군이 학교 교무실에 무단 침입했다. 그는 사설 경비 시스템이 울리자 곧장 달아났지만, 사건 당일 교내 CCTV 영상에는 A 군 모습이 찍혔다. 학교 측은 다음날인 24일 오후 112에 신고했고, 경찰은 3일 뒤 학생 신원을 특정해 A 군을 붙잡았다. A 군은 경찰에 "시험지를 훔치려고 학교에 들어갔으나, 훔치지는 못했다"고 자백했다. 이후 A 군은 자퇴했고, 학교는 해당 시험지를 모두 폐기하고 문제를 재출제해 중간고사를 치렀다. 경찰은 A 군을 건조물 침입 혐의로 지난달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험지까지는 훔치지는 못해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A 군이 다니던 학교 측은 교내 학업 평가라는 이유로 '학업성적관리위원회'만 개최한 뒤 해당 사건을 경북도교육청에는 별도 보고를 하지 않아 논란을 불렀다. 또 A 군이 퇴학이 아닌 자퇴 처리되는 바람에 내신 성적 평가에 있어 다른 학생들에게도 일부 영향을 끼치게 되자 학생들의 반발도 이어졌다. 이후 해당학교 재학생이라고 밝힌 작성자 '00고등학교 3학년 학생 일동'이 지난 17일 한 언론사 시사 프로그램 유튜브 채널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사건을 공론화하고 나섰다.


시험기간 중 학교에 무단 침입한 혐의(건조물 침입 등)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전직 기간제 교사가 14일 대구지법 안동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험기간 중 학교에 무단 침입한 혐의(건조물 침입 등)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전직 기간제 교사가 14일 대구지법 안동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 재학생은 "기초학력평가도 통과 못하던 학생이 갑자기 전교 1등, 전 과목 올백을 받기 시작했다"면서 "풀이가 필요한 과목에서도 시험지에는 풀이가 하나도 없이 정답만 적혀 있었고 평소 간단한 문제조차 제대로 풀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는데도 성적은 계속 최상위였다"고 주장했다. 또 "선생님들과 교장 선생님께 수차례 이야기하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조심하겠다'는 말뿐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그렇게 1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 올해 초 한 학생이 시험 전에 학교에 무단 침입한 사람을 발견했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조사가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그간 범행을 인지하지 못했던 경북도교육청은 뒤늦게 조사에 착수했고, 18일 해당 학교를 방문해 자세한 사건 경위를 파악 중이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연합뉴스 측에 "문제가 된 학생의 전체 성적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2학년 때 성적이 일부 오르기는 했으나 안 좋은 과목도 있었다"며 "안동처럼 지속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는 어려웠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울진의 해당 고등학교 한 학부모는 "학교와 교육청이 내신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학생들에게 입시 부담만 전가하고 있다"며 "지역 사회가 좁아서 누구도 교육청에 신고하거나 나서지 못했다. 학생들을 생각하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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