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 행정통합 닻 올렸지만 주민들은 “…”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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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사업 공론화 단계 본격 돌입했으나
현재 진행 중인 광역 단위 토론회 ‘썰렁’
경남 공론화위원장 사퇴 암초까지 난관
소지역 이기주의·갈등도 넘어야 할 과제
전문가 “공감대·의견수렴 사업 성패 좌우”

지난 2일 경남 양산문화예술회관에서 ‘경남·부산 행정통합 시도민 토론회’가 열렸다. 양산시 제공 지난 2일 경남 양산문화예술회관에서 ‘경남·부산 행정통합 시도민 토론회’가 열렸다. 양산시 제공

부산·경남 행정통합이 공론화 단계에 진입했지만 지자체만 행보에 속도를 올린다. 행정통합 성패를 좌우할 주민 공감대 형성을 위해 적극적인 참여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7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시와 경남도는 이달 한 달간 각각 4개 권역에서 순차적으로 주민 대상 토론회를 진행 중이다. 부산·경남 행정통합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공유하고, 참석자 간의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다.

부산·경남 행정통합은 수도권 집중 심화, 저출산·고령화, 지방소멸 위기 등을 해결하기 위해 2021년 처음 논의됐다. 이듬해 지역 간 갈등과 정치적 이해관계 충돌 등으로 잠정 중단되기도 했으나 지난해 재개돼 최근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지난해 11월에는 부산·경남 연구원이 공동으로 행정통합 기본구상안 초안을 내놓았고,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도 올해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부산시와 경남도를 폐지하고 새로운 통합지방정부를 신설하는 ‘2계층제’와 두 광역지자체는 그대로 존치하면서 연방제의 ‘주’에 준하는 최상위 지방정부인 ‘준주’를 설치하는 ‘3계층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제도의 틀을 만드는 속도는 확실히 빨라졌지만, 주민 공감대 형성은 이에 뒤처지는 모양새다.

주민 토론회는 부산 원도심, 중부, 동부, 서부와 경남 양산시, 진주시, 통영시, 창원시에서 이어진다. 현재는 전체 일정의 절반 이상이 완료된 상태다. 하지만 읍면동 주민자치위원, 이·통장 등이 자리를 채워 행사는 이미 형식적인 수준에 머문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 공동위원장 2명 중 경남 측 수장이 정치 행보 가능성을 언급하며 사임해 공백 상태에 빠졌다.

주민 공감대 형성이 쉽지 않을 거란 우려가 더욱 커지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사업 인지도 자체가 너무 낮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부산·경남이 행정통합을 추진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주민이 태반이다. 행정통합의 최전선에 있는 공무원 조직에서도 정확히 아는 이는 드물었다. 경남 양산시민 양정민(44·교사) 씨는 “전혀 몰랐던 사실이다. 교육의 경우 경남과 부산에서 시행하는 법이 다른데 당혹스럽다. 실현 가능한 일이냐”고 반문했고, 김해시민 김은희(43·주부) 씨도 “부울경 메가시티는 들어본 적이 있지만, 부산·경남 행정통합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사업 추진 사실을 인지한 공무원과 공기관 직원들도 내용은 제대로 모른다는 반응이다.

행정 전문가들은 광역 단위의 공론화 무대를 대상을 더욱 세분화하는 한편 행정통합 홍보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인제대 행정학과 오세희 교수는 “광역 단위가 아니라 기초지자체 주관으로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 광역 단위 행사는 주민 일상과 멀게 느껴질 수 있다”며 “행정통합의 필요성과 추진 동력을 마련하려면 주민 의견수렴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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