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괴물’ 제친 영화, ‘부일시네마’에서 만나요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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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키쿠와 세계’ 포스. 엣나인필름 제공 영화 ‘오키쿠와 세계’ 포스. 엣나인필름 제공

영화를 사랑하는 <부산일보> 독자를 극장으로 초대하는 ‘BNK부산은행과 함께하는 부일시네마’(이하 부일시네마)가 오는 29일 열다섯 번째 상영회를 개최한다.

부일시네마는 전문가가 엄선한 숨은 명작을 매달 함께 관람하고 감상을 공유하는 행사다. 시즌2 세 번째 작품은 사카모토 준지 감독의 ‘오키쿠와 세계’(2024)이다.

‘오키쿠와 세계’는 19세기 일본 에도 시대(1603~1868) 말기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다. 일본 정통 영화잡지 ‘키네마준보’에서 지난해 일본 영화 중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제치고 1위로 꼽은 작품이다.


영화 ‘오키쿠와 세계’ 스틸컷. 엣나인필름 제공 영화 ‘오키쿠와 세계’ 스틸컷. 엣나인필름 제공

사카모토 준지는 일본 영화 뉴웨이브를 대표하는 감독이다. 1973년 도쿄에서 발생한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 사건을 다룬 영화 ‘KT’(2002)로 제5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 받은 바 있다.

그의 서른 번째 작품인 ‘오키쿠와 세계’는 하층민의 삶을 다룬 시대극으로, 총 9개 장으로 구성됐다. 빈민가에 사는 몰락한 사무라이 가문의 외동딸 오키쿠(쿠로키 하루), 공동주택을 돌며 세입자들의 인분을 사고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청년 야스케(이케마쓰 소스케)와 츄지(간 이치로)가 주인공이다.

세 청춘의 로맨스는 여느 드라마와는 결이 다르다. 특히 분뇨라는 소재가 로맨스와 전혀 맞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수줍게 사랑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며 진정한 순수함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영화 ‘오키쿠와 세계’ 스틸컷. 엣나인필름 제공 영화 ‘오키쿠와 세계’ 스틸컷. 엣나인필름 제공

극 중 분뇨는 순환을 상징한다. 농업 사회에서 분뇨는 비료로 쓰이는 소중한 자원이다. 비료 덕에 비옥해진 땅에서 농작물이 나고, 사람이 먹은 농작물은 다시 분뇨가 된다. 이러한 자생과 순환은 관객으로 하여금 지속 가능한 미래와 순환 경제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애초 ‘오키쿠와 세계’는 일본 영화계와 자연과학 연구진이 손잡고 자연과 환경에 대한 고민을 영화에 담아내는 ‘좋은 날 프로젝트’의 첫 작품이다.

영화 속 실제 배설물을 묘사하는 장면은 관객에 따라 거부감이 들 수 있다. 그러나 흑백으로 연출한 덕에 거부감이 심히 들지는 않는다. 사카모토 감독은 “사람들이 천시하는 분뇨 업자들이 (주변 시선에) 굴하지 않고 자유를 갈구하는 이야기여서 분뇨를 정면으로 다뤘다”고 밝혔다.

영화는 에도 시대 당시로선 신조어였던 ‘세계’라는 표현에도 주목한다. 사카모토 감독은 지난해 내한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만든 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었다”며 “전 세계가 공동의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시나리오를 쓰다 보니 세계란 말을 넣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키쿠와 세계’는 메시지에만 집중하는 영화가 아니다. 세 주인공의 순진무구한 사랑이 관람 포인트다. 절에서 글을 가르치는 오키쿠는 어느 날 결투에 휘말려 아버지와 목소리를 잃고, 야스케와 츄지는 글을 쓸 줄 모른다. 이러한 결점과 계층마저 초월한 사랑은 지극히 애절하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인 오키쿠 역을 맡은 구로키 하루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2024년 영화잡지 ‘씨네21’에 박평식 평론가는 이 영화에 대해 “풍자와 해학이 질퍼덕질퍼덕”이라는 평과 함께 10점 만점에 7점을 부여했다.


영화 ‘오키쿠와 세계’ 스틸컷. 엣나인필름 제공 영화 ‘오키쿠와 세계’ 스틸컷. 엣나인필름 제공

한편 부일시네마에서 영화 상영이 끝나면 서로의 감상을 공유하는 시간인 ‘커뮤니티 시네마’가 진행된다.

부일시네마 상영회는 오는 29일 오후 7시 부산 중구 신창동 모퉁이극장에서 열린다. 부산닷컴 내 문화 이벤트 공간인 ‘해피존플러스’(hzplus.busan.com)에 접속해 회원 가입을 한 뒤 응모하면 매달 50명을 추첨해 영화관람권(1인 2장)을 증정한다. 7월 이벤트 응모기간은 오는 22일까지이며, 당첨자는 23일 추첨으로 발표된다.

BNK부산은행이 후원하는 부일시네마는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 오후 7시 모퉁이극장에서 열린다. 부일시네마 시즌2는 앞으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명작을 관객에게 소개한다. △‘딸에 대하여’(2024) △‘새벽의 모든’(2024) △‘낙엽귀근’(2020) △‘사랑은 낙엽을 타고’(2023) △‘행복한 라짜로’(2019) △‘크레센도’(2023) △‘타인의 삶’(2007) △‘너와 나’(2023) △‘퍼펙트 데이즈’(2024) 등이 상영될 예정이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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