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극단주의와 혐오를 몰아낼 대화법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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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우 유튜브에서 아들을 구출해 왔다


2025년 1월 19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폭동이 발생했다. 이 무리에는 10대도 포함돼 있어 충격을 줬다. 청소년층의 극단주의적 사상과 행동은 한두 명의 일탈이 아니다. 10~20대 남성 사용자들이 주축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혐오·차별 발언이 이제 낯설지 않다.

서울교육대 권정민 교수는 서부지법 폭동 다음 날 자신의 SNS에 ‘내 아들을 구출해 왔다’라는 글을 올려 청소년 극우화의 현실을 공론화했다. 교육 전문가로서 누구보다 아들을 잘 키웠다고 자부했는데, 순식간에 자기 아들이 극우 유튜브에 빠졌고 아들 주변 많은 남자아이들이 극우 사상을 신봉하고 있다는 걸 발견한다.

권 교수의 글을 보고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며 어떻게 아들을 구출할지 묻는 요청이 쏟아졌다. 이 책은 간절한 문의에 대한 권 교수의 진심 어린 답변이다. 소셜미디어와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수익 창출을 위해 자극적인 콘텐츠를 빈번하게 노출하고 아이들은 이를 자연스럽게 내면화한다. 친구들 사이에서 혐오 발언이 나와도 관계가 망가질까, 분위기가 어색해질까 싶어 제지하지 못한다.

저자는 청소년이 극우화되는 과정의 바탕에는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교육의 부재가 있다’고 말한다. ‘정답 맞히기 게임’에 불과한 현행 입시 중심 교육에선 생각할 겨를, 질문할 기회조차 주지 않으며, 아이들은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판단할 능력을 상실했다. 현실적으로 유튜브를 금지할 수는 없으니, 아이들이 스스로 걸러낼 수 있는 필터, 즉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야 한다. 도덕적으로 올바른지, 사실 관계가 맞는지, 논리적 오류는 없는지 등을 아이가 헤아릴 수 있도록 이끌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권정민 지음/창비/124쪽/1만 3000원.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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