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압박’에도 푸틴 “우크라 점령 영토 포기 안 해”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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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트럼프 관세 100% 부과 위협에도
“푸틴 원하는 것 얻을 때까지 전쟁 지속”
서방 제재에도 경제 견고·군사력 우위 유지
푸틴, 나토 동진 금지 명문화·영토 유지 요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 게나디 크라즈니코프 회장과 만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 게나디 크라즈니코프 회장과 만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카드를 활용한 휴전 압박에도 서방이 러시아의 조건을 받아들일 때까지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로이터 통신은 15일(현지 시간)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위협에도 개의치 않고 서방이 러시아의 평화 조건에 응할 때까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지속하고, 나아가서는 러시아군이 더 많은 영토를 차지하려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크렘린궁에 정통한 3명의 소식통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경제와 군사력이 서방의 추가 제재를 견딜 수 있을 만큼 강하다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들은 러시아가 서방의 압력에 굴복해 전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첫 번째 소식통은 “푸틴 대통령은 미국을 포함한 누구도 우크라이나 평화의 세부사항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한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그는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계속할 것이다”고 말했다.

전날인 14일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미국이 중재한 휴전안에 동의하지 않는 것에 불만을 나타내면서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미사일 방공 체계를 포함한 무기 공급을 발표했다. 만약 50일 내에 평화 협정이 체결되지 않으면 러시아와 러시아에서 제품을 수입하는 제3국에 대해서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이 소식통은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고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와도 좋은 논의를 했지만 러시아의 국익이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이 제시하는 평화 조건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 중단을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형태로 약속, 우크라이나 중립국화·군사력 제한, 러시아어 사용자의 보호 보장, 러시아의 점령지 인정 등이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점령지를 결코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하게 밝혀 왔다. 또 나토 가입 여부는 우크라이나가 결정할 주권적 권리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다른 소식통은 푸틴 대통령이 서방의 경제 압박보다 전쟁의 목표를 훨씬 중요하게 여기고 있고,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하는 중국이나 인도에 대한 미국의 관세 위협에도 개의치 않는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고, 전시 체제에 이미 맞춘 러시아는 나토 주도의 서방보다 탄약이나 포탄 생산에서 앞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첫 번째 소식통은 “식욕은 먹을수록 커진다”는 표현을 쓰면서 푸틴 대통령이 더 많은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노릴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러시아는 크림반도와 루한스크 전역, 도네츠크·자포리자·헤르손 지역의 70% 이상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5분의 1을 장악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하르키우, 수미,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지역 일부를 러시아가 통제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반도와 동부 4개 지역이 러시아의 영토라고 주장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이 이 지역에서 철수해야 평화 협상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세 번째 소식통은 우크라이나의 방어력이 무너지면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수미, 하르키우 지역까지 러시아가 진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버티면 동부 4개 지역 정복 이후 러시아가 공세를 멈추겠지만, 무너질 경우 더 넓은 지역을 정복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기 집권을 시작하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신속한 종식을 공약했다. 푸틴 대통령과는 최소 6차례 통화하면서 러시아와의 관계 복원을 시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전 대통령과 달리 이 전쟁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이 아니라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지지를 철회했고,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인정 가능성도 시사했다.

러시아 경제는 전쟁과 서방 제재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예상보다는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러시아 경제부는 올해 성장률이 지난해 4.3%에서 2.5%로 둔화 것으로 전망했다. 만약 협상이 진척되지 않아 미국이 러시아 석유 수입국을 제재하더라도 러시아가 제재를 피해 원유를 다른 방식으로 수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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