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에 더 가혹한 美… 상호 관세 EU·멕시코 30%로 상향
EU 20%·멕시코 25%서 인상
트럼프 “무역 적자 줄이는 조치”
EU “협상 우선”… “필요 시 보복”
캐나다 35%·브라질 50% 충격
미 적자 줄었지만 외교 악화불러
미국의 무역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미국과 무역 규모가 큰 동맹국을 상대로 기존보다 더 높은 관세율을 통보해 반발이 크다. 미국은 각각 상호 관세 20%와 25%였던 유럽연합(EU)과 멕시코를 상대로 상호관세 30%를, 원래 25%였던 캐나다에는 35%로 관세를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12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EU와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대해 다음 달 1일부터 3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SNS 트루스 소셜을 통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에게 각각 이 같은 내용을 담아 보낸 서한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에 보낸 서한에서 “EU는 미국에 대해 관세 없는 완전한 시장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 이는 미국의 무역 적자 축소를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에 “30% 관세는 대서양을 오가는 필수 공급망을 붕괴시켜 기업, 소비자, 환자 모두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며 “(협상을 계속하겠지만) 필요 시 상응하는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보복 가능성을 경고했다.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조치는 협상을 무시하는 행위로 주요 교역 파트너에게 취할 태도가 아니다”며 “EU가 월요일(14일)에 즉각 대응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멕시코 역시 즉각 반발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합의는 가능하다고 확신한다”면서도 “멕시코의 주권은 결코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경을 맞댄 또 다른 이웃 국가인 캐나다를 상대로 3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지난 4월 발표한 캐나다 상대 첫 상호 관세 25%보다 10%포인트 더 높아졌다.
지난 4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밀수 차단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 캐나다를 통한 펜타닐 밀수는 비교적 미미한 수준이다. 실제로는 펜타닐보다는 미국의 대 캐나다 무역 적자 폭이 큰 점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SNS에서 “펜타닐 퇴치에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면서 “미국과 새로운 무역 협정 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캐나다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신뢰할 수 없는 협상 파트너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캐나다 맥길대학교 다니엘 벨랑 정치학과 교수는 “미국 대통령이 협상 중에도 위협을 반복하고 신뢰할 수 없는 태도를 보이면, 캐나다 정부로서는 타협이 매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한국을 포함한 23개국에 관세 서한을 보냈고, 브라질에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의 재선 불복 재판을 이유로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해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한편,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 관세 수익은 2025년 6월까지 1000억 달러(약 138조 원)를 초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확대 조치가 매달 수십억 달러의 수입을 창출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결과로 미국의 동맹국들과의 외교 관계가 악화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최근 “미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캐나다와 일부 유럽 국가들도 미국산 무기 시스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움직임을 보인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