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사교육 효과 없다… 자존감 오히려 더 낮아져”
김은영 육아연구소 위원 강연
“장기적 학업 수행 영향도 미미”
이른바 ‘영어 유치원’으로 대표되는 유아 사교육이 아이의 학업 능력 향상에는 뚜렷한 효과가 없고 오히려 자존감을 낮춘다는 국책 연구 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교육부는 15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영유아기 사교육, 정말 필요한가’를 주제로 내부 강연을 열었다. 강연은 지난해 ‘영유아기 사교육 경험과 발달에 관한 연구’를 이끈 김은영 육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맡았다. 연구는 만 2·3·5세 자녀를 둔 어머니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발달 검사, 패널 자료 분석 등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육아정책연구소는 국무조정실 산하의 국책 연구 기관이다.
김 위원은 강연에서 “조기 사교육이 초등학교 1학년 시기의 언어 능력, 문제 해결력, 집행 기능(행동 조절과 계획 능력)과 뚜렷한 상관 관계를 보이지 않았고, 장기적으로도 학업 수행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아동의 지능, 가구 소득, 부모 학력 등 다양한 배경 변수를 통제한 분석에서도 사교육의 독립적인 효과는 거의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사교육 경험이 누적될수록 자아 존중감이나 삶의 만족도 등 사회 정서적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이 두드러졌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습 사교육에 많이 참여한 아동일수록 자존감이 낮은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동시에 성실성, 사회적 주도성, 타인 이해 같은 긍정적인 정서 특성과 유의미한 상관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 위원은 “아이들의 전인적 성장에는 사교육보다 놀이, 정서적 안정, 양육 환경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과도한 사교육은 놀이와 휴식 시간을 빼앗아 성장에 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조기 사교육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사회적 통념과는 뚜렷이 배치된다. 실제로 국내 영유아 사교육 시장은 연간 3조 원을 넘어서며 꾸준히 팽창 중이고, 고소득 가구일수록 지출 규모가 훨씬 크다.
교육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4 유아 사교육비 시험 조사’에 따르면 소득 수준에 따라 사교육 참여율과 지출액 격차도 크게 벌어졌다. 월평균 소득 800만 원 이상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은 62.4%로, 300만 원 미만 가구(29.5%)의 배를 넘었다. 지출액은 최대 7배 차이 났다. 고소득 가구는 영유아 1인당 월평균 32만 2000원을 사교육에 지출했지만, 저소득 가구는 4만 8000원에 그쳤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