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한항공 끝내 에어부산 분리매각 지역 염원 등 돌렸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분리매각 선 그어
시, 통합 LCC 본사 유치 등 수정 불가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에어부산 분리매각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11일 열린 대한항공 본사에서 신규 기업 이미지(CI) 발표를 겸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다. 조 회장이 공개석상에서 에어부산 분리매각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회장의 발언은 에어부산을 가덕신공항 개항 시 신공항을 모항으로 운영할 거점 항공사로 보고,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요구해 온 부산 지역 입장과는 정면 배치된다. 대한항공이 에어부산 분리매각에 대한 지역 염원을 깡그리 무시한 것이다. 지역의 입장에서는 ‘예고된 참사’다.
조 회장은 2019년 회장에 취임하자마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중심이 된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형제의 난’ 와중에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3자 연합)은 산업은행이 ‘조원태 경영권 지킴이’ 역할을 한다고 공격했다. 이때 정부, 대한항공, 산업은행이 내세웠던 명분이 지방 공항 LCC 허브 육성이었다. 대한항공은 2020년 11월 정부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발표 당시만 해도 통합 LCC 허브를 지역 공항으로 하겠다는 약속으로 부정적 여론을 진화했다. 그러나 조 회장은 2022년 통합 LCC 본사 소재지에 대해 “진에어를 브랜드로, 인천국제공항을 허브로 운항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경영권을 지킨 뒤 약속을 저버리는 ‘먹튀’ 행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는 국토부와 산업은행도 통합 LCC 본사 위치와 에어부산 분리 매각에 대해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국토부는 2020년 LCC 통합 본사에 대해 “부산으로 가는 방향이 옳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실에 제출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관련 서면 답변서에서 ‘통합 LCC 본사 위치는 경영 상황에 따라 민간기업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산업은행 강석훈 회장도 지난해 6월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에어부산 분리매각에 부정적 입장을 밝혀 지역 여론에 찬물을 끼얹었다. ‘에어부산이 지역 대표 항공사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은행 차원에서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요청에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답한 것이다.
조 회장이 에어부산 분리 매각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부산시와 지역 사회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가덕신공항 조기 개통과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 거점 항공사가 필수적이다. 현실적으로 에어부산 분리매각이 어렵다면 통합 LCC를 부산으로 유치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진에어가 김포, 인천공항 기반의 투자를 계속하고 있어 이마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한항공과 국토부, 산업은행은 지역의 에어부산 분리매각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면 당초의 통합 LCC 본사 부산 유치 약속을 반드시 이행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