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객 미미” vs “문화 격차 해소”… 작은도서관의 딜레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파트 단지 등 부산 437곳 운영
절반이 일평균 10명 이하 방문
일부선 “실효성 떨어져” 지적도
프로그램 개발·홍보 필요 제기
부산 곳곳에 ‘작은도서관’이 늘고 있지만 이용객이 적어 내실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공도서관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서도 책을 쉽게 빌릴 수 있게 하자는 사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홍보와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오후 2시께 방문한 연제구 사회복지관 인근 작은도서관. 연제구청이 운영하는 이 도서관에는 앉은뱅이 테이블 약 4개와 6~8명이 앉을 수 있는 회의 좌석 하나가 배치돼 있다. 1만 여권의 책도 비치돼 있다. 취재진이 2시간 동안 확인한 결과, 책을 보기 위해 도서관에 방문한 시민은 3명에 불과했다. 작은도서관 관계자는 “아침이나 저녁엔 이용객이 거의 오지 않는다”며 “학교가 끝난 오후 4시 30분께 사람이 몰리고 그 외에는 한가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설도 잘 갖춰 놓았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하는 만큼 홍보가 더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연제구 초등학교 인근에 위치한 구립 작은도서관. 이곳의 보유 도서 수도 1만 1200여 권에 달한다. 이곳 역시 1시간 동안 도서관 이용자는 1명뿐이었다. 도서관 관계자는 “좌석 수가 28석 정도의 작은 도서관이라 이용객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방학 문화강좌가 있을 때를 제외하면 평일 오전에는 이용객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작은도서관은 시민들에게 지식과 다양한 문화를 제공하고 도서관 접근성을 높이려고 동네에 들어서는 도서관이다.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공립과 민간이 운영하는 사립으로 나뉘며, 공공도서관에 비해선 규모가 작고 자료도 적은 편이다. ‘도서관법 시행령’에 따라 면적 33㎡ 이상과 열람석 6석 이상, 장서 1000권 이상 등 기준을 충족하면 설립 가능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작은도서관 운영 실태 조사 분석 결과를 보면, 부산의 작은도서관은 2021년 404곳에서 2022년 430곳, 2023년 437곳으로 꾸준히 늘고있다. 작은도서관 증가 배경에는 5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를 조성할 때 작은도서관을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도 자리 잡고 있다. 부산 강서구 명지동, 기장군 정관읍 등 신도시에 아파트 건설이 늘면서 작은도서관 또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증가세 이면에는 주민들의 외면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도 따라온다. 국가도서관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명 이하인 부산 작은도서관은 총 239곳에 달한다. 물론 대단지 아파트 내 있는 작은도서관은 하루 이용객 80명을 기록하는 등 상대적으로 찾는 이가 많지만, 부산 전체 작은도서관 437곳 중 절반 이상이 하루 10명도 안 되는 이용객을 맞고 있어 사실상 주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작은도서관 이용객이 적은 상황에서 도서관 수만 늘어나는 상황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시와 각 기초지자체도 작은도서관 내실화를 위해 프로그램 제작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그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분석이 있다.
반면, 작은도서관은 문화 격차 해소 차원에서 꼭 필요한 곳인 만큼 이용객 수만 따져 적절한지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학부모 이 모(41) 씨는 “‘오늘날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다’는 빌게이츠의 말처럼 도서관은 정말 중요하다”며 “공공도서관 접근성이 떨어지는 동네에 있는 아이들이나 책을 살 형편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을 위해 다소 이용률이 떨어지더라도 작은도서관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작은도서관이 유명무실하다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초지자체가 작은도서관을 살리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동래구의회 권영원 의원은 “작은도서관은 질 높은 문화강좌 등 프로그램 개선과 홍보에 힘써야 한다”며 “도서대출대장 관리를 철저히 하고,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신간 도서도 구비해 시민들이 찾는 공간으로 재탄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