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비대위원장 지명…권-권 체제로 '안정형 비대위'
비대위원장에 5선 권영세 지명
투톱 체제로 권성동 원내대표와 비대위 합
국정 안정에 당 화합·변화 중책
등 돌린 국민 여론도 과제
국민의힘이 탄핵 정국 속에서 당을 이끌 적임자로 수도권 5선 중진인 권영세 의원을 택했다. 안정감 있는 중진을 당 중심에 세워 ‘안정형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나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보수 궤멸 위기 속 당 화합과 변화, 차가운 국민 여론 수습 등 국민의힘 비대위는 당장 산적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당 재정비와 쇄신을 이끌 권영세 비대위원장 후보를 국민께 보고드린다”며 권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지명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26일 상임전국위원회, 30일 전국위원회를 거쳐 권 의원의 비대위원장 임명을 공식적으로 의결할 예정이다.
권 원내대표는 리더십과 경력, 즉각 투입이 가능한 인물 등을 언급하며 권 의원의 안정적인 리더십을 강조했다. 안정감 있는 중진 인선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후 탄핵 국면에서 일단 내부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정계에 입문한 지 20년이 훌쩍 넘은 권 의원은 서울 영등포을과 용산 지역구를 거치며 5선을 지낸 중진 의원이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주중대사를 역임했고, 윤석열 정부 초기 통일부 장관을 지낸 바 있다. 검사 출신이기도 한 그는 법조, 외교, 행정 등 다방면에서 경험이 풍부한 당내 핵심 자원으로 거론돼 왔다. 특히 2012년에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을, 2021년에 선대위 선대본부장을 지내는 등 두 차례 대선 지휘를 통해 정권 탄생을 견인한 바 있다. 당장 ‘조기 대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당내에선 이같은 그의 풍부한 경험을 높은 경쟁력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안정감 있고 표용력을 가진 중진 의원으로, 권 의원은 분열된 당 상황을 잘 봉합할 적임자로 꼽힌다”며 “지금은 참신하고 통통 튀는 비대위가 아닌 당을 재정비하고 쇄신을 이끌 안정형 인물이 당을 끌어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비대위 체제로 접어든 국민의힘이 풀어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 8년 만의 현직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당 내부는 분열상을 띠고 있고, 국민 여론은 차갑게 식은 상태다. 계엄과 탄핵으로 등 돌린 민심 반등을 위해 당 쇄신을 통한 재건 발판 마련도 시급하다. 조기 대선 준비도 관건이다.
투톱 체제의 중심에 선 권 의원과 권 원내대표 모두 당내 안정감 있는 의원으로 꼽히는 만큼, 당분간 당을 안정시키고 야당 공세 차단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권 의원이 당 내부를 관리하고, 권 원내대표가 대외 공격수를 맡는 형식인 셈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탄핵보다 더 무서운 것은 분열”이라며 단일대오를 강조하기도 했다. 권 의원과 권 원내대표 모두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로 분류되는 탓에 ‘도로 친윤당’이라는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우선 권 의원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만큼 단일대오 형성에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친한(친한동훈)계 조경태 의원은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정당의 이미지를 벗는 게 중요하다”며 “대통령과 (여당을) 분리하는 게 비대위원장으로서 첫 번째 책무”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의원은 ‘도로 친윤당이란 비판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에 “같이 상의하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영남당, 극우당, 친윤당이 되지 않을 수 있는지 지혜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비대위가 출범하는 대로 계엄 사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