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용품 범위 확대해야 글로벌 시장 뚫는다” [바다 인(人)스타]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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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진 한국선용품산업협회장

56조 시장서 점유율 4% 불과
선용품 정의 협소해 성장 제약
표준화된 코드 체계 도입 시급
고품질 전략 실현엔 지원 필수

지난 13일 <부산일보>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김명진 한국선용품산업협회장. 이재찬 기자 chan@ 지난 13일 <부산일보>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김명진 한국선용품산업협회장. 이재찬 기자 chan@

“선용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19일 〈부산일보〉 취재진과 만난 김명진 한국선용품산업협회장은 현행 관세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선용품 정의의 협소함을 강조했다. 사전적인 의미로 보면 선용품은 선박에서 사용되는 모든 물품을 의미한다. 선박의 운영, 유지보수, 선원들의 생활에 필요한 물품 전반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러나 엔진과 같은 선박의 핵심 구성품은 정작 선용품에서 제외돼, 국내 선용품 업계 성장이 제약을 받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선박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 장치와 관련된 물품도 당연히 선용품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려면 정의부터 국제 기준에 맞게 재정립해야 합니다. 관세법 개정을 통해 선용품의 범위를 확대해야 산업이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한국해양대 항해학과를 졸업하고 1980년대 초 항해사로 활동했던 김 회장은 1995년 선용품 산업에 뛰어들어 선용품 전문 기업 ‘매일마린’을 창업했다. 지난 2021년부터는 한국선용품산업협회 회장직을 맡아 업계를 이끌고 있다. 현재 협회에는 100여 개 회원사가 가입돼 있다.

한국 선용품 산업이 당면한 또 다른 과제는 디지털 전환 지연이다. 특히 국제 거래에서 필수적인 표준화된 코드 체계 도입이 시급하다고 김 회장은 역설했다. 한국 선용품에 표준화된 코드가 적용되면 국제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을 식별하기 쉬워 수출입 절차가 줄고 신뢰를 높인다.

“싱가포르와 중국은 이미 대규모 물류 기반과 디지털 체계를 기반으로 시장을 선점했습니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 선용품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우리 또한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코드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전 세계 선용품 시장은 약 400억 달러(약 56조 원) 규모로 추정되지만 이 중 한국산 점유율은 4%에 불과하다. 이는 중국과 싱가포르가 각각 가격 경쟁력과 물류 효율성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뒤처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격으로는 중국을 따라잡을 수 없고, 물류만으로는 싱가포르와 경쟁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 한국이 나아갈 방향은 ‘고품질 전략’ 뿐입니다. 저가 경쟁에 매달리는 대신, 장기적으로 신뢰받는 품질로 승부해야 합니다.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고품질 물품을 제공함으로써 한국산 선용품을 쓰면 선박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신뢰를 줘야 합니다.”

그러나 김 회장은 고품질 전략을 실현하려면 정부의 지원 없이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물류 단지 확충과 대규모 창고 건설 등 기반 투자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물류 기반이 단순히 저장과 공급의 기능을 넘어, 물품의 가격 경쟁력과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국내 선용품협회가 마주한 주요 과제로는 회원사 확충과 정책적 기반 강화를 꼽았다. 김 회장은 ISSA(세계선용품협회) 같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고, 해외 전시회 참가를 통해 한국산 선용품의 국제 시장에서의 인지도를 높이고 우수성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선용품 산업은 해운 강국 대한민국의 핵심 기반입니다. 정부와 업계가 힘을 모아 정책적 지원과 질적 성장을 이뤄낸다면,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 선용품이 세계에서 인정받는 날까지 멈추지 않겠습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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