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 '환율' 관광 '미중 갈등' 마이스 '보호무역'… 불안 요인 [트럼프 2기, 부산 경제 격랑]
4. 유통·관광·마이스
당장 영향 없지만 예의주시 해야
트럼프 당선 이후 환율 상승세
"내국인 지갑 닫아 면세업계 타격"
미중 대립 시 중 관광객 급감 예상
국제 교류 위축 전시회 감소 우려
전쟁 종식 땐 관광 활성화 기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재집권을 앞두고 부산 유통업계와 관광·마이스업계도 경제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 당장 직격탄이 예상되지는 않지만, 경기에 크게 영향을 받는 분야인 만큼 마냥 긴장을 늦출 수는 없는 모습이다.
우선 유통업계 중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은 면세업계로 예상된다. 면세업계는 국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와 달리 상품을 달러로 매입하고 판매해 원달러 환율에 밀접한 영향을 받는다.
특히 면세업계의 경우 달러가 강세일 때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1달러당 환율이 1320원 이상일 때를 고환율로 보는데,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1300원 후반대를 보이며 강달러 기조가 장기화됐다.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중심의 정책 기조가 미국 달러 수요를 증가시키고, 이에 따라 달러 강세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면세업 관계자는 “통상 제품 매입 시점보다 환율이 오르면 환차익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올해 고환율 상황이 지속된 만큼 이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달러 강세로 내국인 고객이 지갑을 열지 않아 면세업계의 어려움이 더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백화점이나 도소매점, 식당 등의 경우 직접적 타격은 피할 것으로 보이나, 트럼프 재집권 이후 발생하는 경제 흐름에 따라 파고를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경우 1달러를 사는 데 더 많은 원화가 필요하다 보니, 원자재나 제품을 외국에서 사 들이는데 더 많은 원화가 들어가게 된다. 이는 결국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올해 초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가중시킨 고물가 상황이 다시금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게다가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강화 정책으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경우 경기 불황으로 인한 소비 심리마저 크게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의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이후 경제 상황에 따른 간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광 분야에서는 엇갈린 전망이 제기된다. 트럼프 1기 집권 당시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었던 만큼 이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 이전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중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가장 많았는데,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등에 대한 보복조치로 인해 부산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기도 했다. 부산관광공사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중국과의 관계가 회복되면서 부산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인데, 혹여나 과거와 같은 긴장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우려되는 부분은 있다”고 전했다.
반면, 관광업계 일각에서는 낙관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이 전쟁 종식에 대해 언급한 만큼 관광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또 고환율 여파로 외국인의 국내 여행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과 내국인의 국내 여행도 늘어날 것이란 시각도 제기된다.
부산의 한 관광 분야 교수는 “여행 동기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안전인데, 세계 정세가 안정화되면 관광 심리가 되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짚었다.
마이스(MICE) 분야에서도 간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상황으로 인한 국제 교류 협력이 위축될 수 있고, 이는 곧 부산에서 개최하는 국제회의나 전시회의 참가자 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산 마이스업계 한 관계자는 “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 행사 참가 등 소요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해외 참가자의 참가율이 감소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비자 정책 강화가 예상되면서 미국에서 열리는 전시나 콘퍼런스에 참여하는 부산 기업인들의 비자 발급도 엄격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대미 마케팅 활동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끝-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