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용의 '금알못' 탈출기] 비트코인 하는 법
경제부 금융블록체인팀 기자
비트코인이 연일 상승 가도다. '가상자산 대통령'을 자처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비트코인은 1억 원 벽을 넘어 1억 3000만 원 벽을 노크하고 있다.
유튜브, SNS 등에는 비트코인의 전망과 비전에 대한 분석을 내놓는 영상과 글이 쏟아지고 있다. 넘쳐나는 비트코인 콘텐츠 중 눈에 띄는 콘텐츠가 있다. '비트코인 하는 법'에 대한 영상이다.
이 영상은 어떤 비트코인 영상보다 조회수가 높다. 3년 전 만들어진 영상인데, 조회수는 200만 회를 넘었다.
이 영상은 매우 간단하다. 비트코인을 하기 위해 스마트폰에 가상자산 거래소 앱을 설치하는 방법부터 마지막 비트코인을 사고파는 법을 차분히 설명한다. 이 영상의 댓글에는 '영상을 봐도 모르겠다, 주말에 아들 오면 부탁해 봐야겠다', '모바일 주식도 겨우 배웠는데 비트코인은 더 어렵다', '돈을 넣었는데 돈은 어디서 확인하느냐?' 같은 댓글도 있다. 이같은 댓글에 '좋아요'가 수 십개 달린 걸 보면 한 개인의 푸념은 아닌 듯 하다.
제 아무리 비트코인이 '불장'(가격이 상승하는 장)이라지만 고령층에게 비트코인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기존 금융사들은 금융위원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은행 모바일앱에 고령층을 위한 큰 글씨 모드를 제공한다. 지방은행은 모바일이 어려운 고령층을 위해 영업 적자 속에서도 오프라인 점포를 지키려 노력한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에 접어든 일본은 전국에 트럭형 은행 약 150대를 운영하면서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에게 직접 찾아간다.
또한 고객이 아플 때를 대비해 업무 대리인 사전예약제를 운영한다. 노인 고객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간병 관련 자격증을 직원에게 따게 하는 은행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투자처인 코인에까지 이같은 배려를 아직 기대하기는 어렵다.
비단, 비트코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금융권에서 올해를 떠들썩하게 한 모바일 대출 갈아타기, 퇴직 연금 갈아타기와 같은 금융 상품의 비대면 환승제도를 고령층이 얼마나 이용했을지 의문이다. 가파르게 변하는 세상 속 젊은 사람들은 손쉽게 하지만, 고령층은 못하는 각종 투자는 늘어날 것이다. 고령층은 앞으로 더 불구경 할 일이 많아질 것이 분명하다.
새로운 투자, 새로운 자금 관리가 쏟아지는 세상에서 고령층의 금융 적응 속도를 올리는 정책도 함께 동반돼야한다. 아직은 돋보기를 끼지 않고 이 글을 읽고 있는 이 글의 독자도 새로운 투자처를 강 건너에서 바라만 봐야 하는 시절이 곧 올테니 말이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