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니어 인적자본 이렇게 활용하자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강한균 (사)서부산경제발전연구원 이사장 인제대 명예교수

덴마크에서는 ‘집안에 노인이 없으면 이웃에서 빌려오라‘는 격언이 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재상 관중은 전쟁 중에 길을 잃으면 느리지만 지름길을 아는 늙은 말을 풀어 길을 찾게 했다. 이렇듯 나이 듦의 경험과 지혜를 공경하는 마음은 동서양이 비슷하다.

최근 국내·외 기업에서 60대 이상 시니어 직원들이 업무처리 속도는 조금 느려도 책임감과 성실성이 뛰어나 신규 채용 수요가 많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언젠가 국내 일부 젊은 층에서 노인은 빨리 죽어야 한다고 해서 노인들 공분을 사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청년과 노인세대 간뿐 아니라 노인과 노인 간 노·노 갈등 또한 심각하다. 여성 경로당에서는 화투 놀이, 말다툼으로 앙심을 품고 상주에서는 사이다, 봉화에서는 냉커피 안에 살충제를 섞은 음독 사건이 발생했다.

남성 노인들 간 갈등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때 서울 한 공원에서는 노인들이 정치적 성향에 따라 세 곳으로 구분해 노는데, 중도 성향의 가운데 그룹을 기준으로 좌우에 있는 진보와 보수 노인들 간에는 대화는 물론 담뱃불도 서로 나누지 않는다고 한다.

국내 생산 가능 인구(15~64세)는 줄고 있고 65세 이상 인구는 급속히 증가하는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노인 인적자본 활용에 대해 다 함께 고민해 볼 때가 되었다.

일찍이 개방적 이민정책을 시행한 서방 선진국들이 현재 적지 않은 사회적 문제에 시달리는 것을 보면 이민 유입 정책에 앞서 국내 시니어 인력을 적극 이용할 필요성이 있다. 시니어 인력을 활용하기 위한 핵심도구로 독서를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일본 NHK 방송국이 노인 40만 명을 10년 이상 추적한 조사에서 건강수명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생활 습관은 독서라고 결론 내렸다. 책을 좋아하는 노인들은 정서적으로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변화하는 사회적 현상에 쉽게 적응하여 우울증 등의 방지에도 큰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다.

시·군·구 지자체가 현재 운영하는 노인 공공근로보다 한층 적극적이고 다양한 시니어 인력 활용 정책을 제안한다. 노인복지관에 독서 동아리들이 활동을 자유로이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고 도서 구입비도 일부 보조해 주면 어떨까. 가능하면 동아리 회원은 다양한 직업을 가졌던 노인들로 구성하면 좋겠다. 독서 후 토론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나 제도 개선책 등이 도출되면 지자체 아이디어 뱅크 사이트에 올리고 지자체는 이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게 하자.

이스라엘에서는 70대 창업도 흔하다고 한다. 청년들이 창업에 실패하는 가장 큰 요인은 경험 부족이다. 청년 창업에 전문 경험이 있는 시니어 인력이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지자체가 연결고리 역할을 해주면 어떨까.

시골에서 성장한 70대 중반 이하의 건강한 도시 노인들은 농촌의 단순노동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농번기 일손이 부족한 인근 농촌에 하루 3~4시간 정도 일할 수 있게 교통편은 지자체가 제공해 도·농간 협력이 이루어지도록 하자. 국내 다수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시달리고 외국인 인력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인근 기업들이 단순 마무리 일감들을 도시 노인들이 모이는 마을회관 등에 운반해 와서 작업하면 어떨까.

그 밖에도 노·노 케어에 시니어 인력을 이용해 보자. 올바른 공동생활에 익숙해지도록 경로당에는 노인 자원봉사자를 모셔 유치원 이야기 할머니처럼 흥미 있는 대화와 교양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좋을 듯하다. 건강한 노인들이 거동 불편한 노인들을 주기적으로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자원봉사 활동도 해보자. 정부는 노인청을 신설하고 지자체는 노인 전담 부서를 만들어 시니어 인력 활용 정보 워크넷을 만들어 볼 수도 있겠다. 아무튼 노인 문제의 본질은 노인에게 있고, 노인 문제 해결의 진정한 주역은 노인 자신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하겠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