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다를까’…윤 대통령 7일 기자회견에 긴장감 역력한 여권
윤 대통령 그 동안 담화, 회견 상당수 오히려 여론 악화 초래
지지율 최악 상황에서 이번마저 부정 평가 일색이면 치명상
친한계 “진솔한 사과” “자화자찬 안돼” “전향적 쇄신” 요구
다만 친윤계와 입장 차도 뚜렷해 해석 논쟁 우려도 적잖아
이번 회견 궁금증 풀릴 때까지 무제한 질의·답변 형식 될 듯
윤석열 대통령의 전격적인 7일 대국민 담화·기자회견 발표에 여권이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으로 그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이번 회견은 당정 지지율이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는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여권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느냐, 더 깊은 나락으로 추락하느냐를 가름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4일 여권에서 회견에 반드시 담아야 할 ‘쇄신 메시지’를 두고 다양한 고언이 쏟아진 이유다. 그러나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는 여당 내 친한(친한동훈)계와 ‘쇄신을 압박하면 안 된다’ 친윤(친윤석열)계의 시각 차도 뚜렷해 회견 이후 계파 간 ‘해석 논쟁’이 빚어질 가능성도 다분해 보인다.
윤 대통령은 2년 반의 재임 기간 중 몇 차례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대부분 기존 주장을 강화하는 내용이어서 ‘일방통행식’이라는 부정적 평가를 피하지 못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8월 가진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이었다.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외교지평이 넓어졌다” 등 국정 성과를 장황하게 언급한 윤 대통령은 긴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 공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의대 증원을 완강히 거부하는 분들의 주장을 말하는 것 같다. 의료 현장을 한번 가보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의료 인력 부족으로 ‘응급실 뺑뺑이’ 사례가 연일 언론에 보도되는 상황에서 국민 인식과 동떨어진 대통령의 발언에 여론 반응은 싸늘했다.
지난 2월 KBS 대담에서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건에 대해 “정치 공작이라 봐야 한다”며 “아내가 박절하지 못해서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좀 문제라면 문제”라고 답했다. 사과보다는 김 여사가 정치 공작의 피해자라는 인식을 강하게 드러낸 윤 대통령의 발언 역시 세간의 비판적 시선을 강화하면서 지지율 제고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에 친한계는 이날 ‘자화자찬성 회견은 안 된다’고 일제히 경고음을 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회견이 ‘내가 이렇게 좋은 의도로 정책을 시도하려고 했다’는 설명에 그치면 후폭풍이 커질 것”이라고 했고,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대통령 부부와 명태균 씨 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고, 사과의 필요성이 있으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훈 의원은 “대통령이 솔직하게 얘기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들의 마음이 좀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계파색이 옅은 김상훈 정책위의장 역시 “국민들께서 갖고 계시는 여러 비판적 시각과 의혹을 해소하는 게 선결돼야 할 과제”라며 한 대표의 △윤 대통령 본인 사과 △대통령실 인적 쇄신 및 개각 △김 여사 즉시 활동중단 등 요구에 대해 “진정성 있게 수용해야 된다”고 말했다.
반면 친윤계는 개각을 포함한 인적 쇄신이나 김 여사 문제 등은 전적으로 윤 대통령이 결단할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철규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누군가가 이 정권을 흔들고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서 무조건 사람을 바꾸라고 하면 (안 된다)”며 “정말 잘되기를 바라서 하는 요구와 상대를 무조건 비판·비난·공격하기 위해서 쇄신하라는 것은 결이 다르다”고 친한계를 겨냥했다.
야당도 윤 대통령의 과거 회담 사례를 언급하며 ‘기대할 게 없다’는 반응으로 미리 방어막을 쳤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과거처럼 김 여사가 매정하지 못했다는 등의 어쭙잖은 변명과 하나 마나 한 사과로 넘어가려 하면 타오르는 민심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며 “특검 수용 없이 돌아선 국민의 마음을 달랠 길은 없다”고 밝혔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윤 대통령이 회견을 한다 해도 그가 현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과 해결의지를 갖고, 해결 방법과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며 "윤 대통령은 현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과 해결 의지가 결여돼 있기 때문에 이번 회견은 또 다른 국민적인 화를 북돋울 수도 있다”면서 “‘국민들이 잘 모른다, 가짜뉴스 탓이다’라고 일관할 경우 결국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8% 또는 9%까지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7일 오전 10시에 시작되는 윤 대통령의 이번 기자회견은 질문 개수나 주제에 제한을 두지 않고, 분야도 나누지 않는 ‘끝장 회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개별 현안에 대해서 여러 차례 질문이 나오고, 추가 질문을 하더라도 답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외교·안보, 정치, 사회 등 주제별로 질문을 받던 이전 회견과는 달리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을 집중적으로 질의·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