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의 시그니처 문화공간 이야기] '브랜드 미술관' 루브르와 퐁피두, 프랜차이즈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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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가 디자인 한 루브르 랑스. 이상훈 제공 사나가 디자인 한 루브르 랑스. 이상훈 제공
시게루 반의 퐁피두 메츠. 이상훈 제공 시게루 반의 퐁피두 메츠. 이상훈 제공
완공 전인 아부다비 구겐하임 미술관. 프랑크 게리 홈페이지 제공 완공 전인 아부다비 구겐하임 미술관. 프랑크 게리 홈페이지 제공
장 누벨의 루브르 아부다비. 이상훈 제공 장 누벨의 루브르 아부다비. 이상훈 제공

바야흐로 미술관도 프랜차이즈 시대이다. 루브르 박물관은 2017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개관했으며, 뉴욕에서 시작한 구겐하임 미술관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이어서 스페인 빌바오, 그리고 아부다비에 오픈 예정이다. 퐁피두센터는 현재 파리 이외에도 스페인 말라가에 분관이 설치돼 있으며, 중국 상하이의 경우 2024년까지 웨스트번드 미술관과 계약돼 있다. 퐁피두 상하이가 개관했을 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했고, 여러 외신에서 ‘미술관 외교’가 시작되었다고 보도하는 등 화제가 됐다. 최근 국내에서도 한화그룹이 63빌딩에 퐁피두센터를 유치해 2025년 개관을 앞두고 있으며, 부산도 분관 유치로 시민단체와 논쟁 중이다. 모든 것들이 가능한 건 루브르, 구겐하임, 퐁피두 등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 가치이다.

이와는 반대로 프랑스 자국에서는 미술관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파워와 가치를 지역과 중앙의 문화적 간극을 메우는데 활용 중이다. 루브르의 경우 파리에서 북쪽으로 200㎞ 떨어진 노르드파드칼레 지역의 랑스(Lans)에 위성 미술관을 2012년 개관했다. 인구 3만 명에 불과한 이 도시는 황폐한 광산 지역이었지만, 루브르 랑스 미술관으로 문화적 반등의 기회를 맞았다. 구축 시점엔 지역 사회의 반발이 있었지만, 현재는 연간 100만 명 가까이 미술관을 찾고 있으며, 파리에서 루브르 랑스를 방문하는 일일 관광상품이 있을 만큼 활기를 띄고 있다.

파리에서 동쪽으로 330㎞ 떨어진 메츠(Metz)는 로렌주의 주도이다.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으로 50년 가까이 독일령이 되었다가 프랑스로 환원된 곳으로 2010년 퐁피두센터 분관이 생기면서 소도시 전시라는 예상을 뒤엎고, 개관 연도에만 90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할 만큼 성과를 냈다. 미술관 개관 이후 메츠를 찾는 관광객이 40% 이상 증가했으며, 예술 도시로 부활을 넘어서 주변 지역의 건설경기까지 부흥시켰다.

밖으로는 프랜차이즈 미술관으로 미술관 외교를 통해 문화적 가치를 알림과 동시에 적지 않은 수익을 창출하고, 내부적으로는 지역 간 문화적 간극을 메우는 프랑스가 부럽기도, 얄밉기도 하다. 브랜드 미술관 사례의 경우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공교롭게도 언급된 미술관은 대부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들이 디자인했다. 아부다비 루브르와 구겐하임은 장 누벨과 프랑크 게리가, 루브르 랑스와 퐁피두 메츠는 사나(SANNA)와 시게루 반이 설계했다. 두 번째의 경우는 개관 이후 프리츠커상을 받았으니, 선구안이 좋았다고 볼 수 있다. 막연히 미술관의 브랜드에만 기댄 것이 아니라 미술관 건축에도 심혈을 기울였다는 이야기이고, 이 두 가지가 시너지를 내었기 때문에 성공 사례로 회자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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