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바이오에탄올 딜레마
배동진 서울경제부장
탄소중립 화두속 바이오에탄올 대두
소비자 위해선 비용 차원 도입해야
전기차 잇따른 화재에 국민 불안 '업'
바이오에탄올로 기름값·안전불안 '다운'
현재의 자동차 기름값보다 더 싼 선택지가 있다면 정부의 정책 방향도 그 쪽으로 가야 한다. 그 방안이 불법·탈법이 아니라면 더더욱 그렇다. 바로 ‘바이오에탄올’ 얘기다.
바이오에탄올은 탄소저감 활동의 일환으로 전세계 60여개 국가에서 휘발유에 섞어쓰는 정책을 쓰면서 최근 뜨고있는 연료다. 아직 우리나라는 의무사항이 아닌데 정부의 정책방향이 소비자가 아닌 기업이 먼저라는 점에서 비난론이 나온다.
바이오에탄올은 휘발유에 섞는 비율에 따라 미국은 10%, 유럽에선 국가마다 5~10% 선에서 차등 적용하고 있다. 브라질에선 일찌감치 도입해 현재는 27%까지 혼합률을 높였다.
미국곡물협회 초청으로 최근 미국 4개 주의 옥수수 생산지부터 다양한 사용처까지 둘러볼 기회를 가졌다. 옥수수는 바이오에탄올의 주원료다. 미국은 막대한 양의 옥수수를 바탕으로 관련 산업이 발달하면서 ‘바이오에탄올의 교과서’ 같은 곳이 됐다. 농장에서 생산된 옥수수가 에탄올 공장을 거쳐 주유소와 바이오에탄올을 사용하는 레이싱경기 등으로 큰 시장이 형성돼 있다. 학계와 미국국립연구소 등도 “탄소중립에 문제점 많은 전기차보다는 바이오에탄올이 제격”이라며 관련 연구 보고서나 세미나로 힘을 싣고 있다.
실제 미국에선 바이오에탄올의 원료인 옥수수가 남아돌아 관련 산업 육성에 적극적이다. 현재 옥수수 재배면적이 8000만 에이커(약 32.3만㎢)에 달하고 바이오에탄올은 연간 150억갤런(1갤런은 약 3.79L) 가량 생산되고 있다.
이에 미국은 2000년대 중반 휘발유에 10%의 바이오에탄올을 의무적으로 혼합해 사용하도록 하는 E10 혼합의무화제도(RFS)를 도입했다. 하지만 한국은 바이오디젤과 항공유를 제외하고 아직 사용 의무화가 돼 있지 않다.
물론 한국은 미국과 시장 상황이 다르다. 대형 정유사들이 내수는 물론이고 수출에서도 한몫을 하고 있고, 국내 자동차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현대차그룹도 전기차를 주력 시장으로 키우기 위해 진력하고 있다. 정부가 바이오에탄올 도입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바이오에탄올을 도입하기 위해 옥수수도 결국 석유처럼 수입해야 하는데 똑같은 것이 아니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바이오에탄올은 석유보다 저렴해 결코 똑같지 않다고 한다.
미국 네브래스카주에서 가장 큰 바이오연료 주유회사 보셀만 엔터프라이즈를 운영하는 보셀만 회장은 바이오에탄올에 대해 예찬론을 폈다. “전기차는 석탄발전소에서 전력이 생산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 말할 수 없죠. 기존 내연기관이나 주유 설비를 활용하면서 가장 쉽고 빠르게 탄소중립을 실천할 수 있는 바이오에탄올이 가장 좋은 솔루션이라 생각합니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주유소의 주유기에는 일반 휘발유부터 바이오에탄올을 각각 10%, 15%, 85% 비율로 혼합한 ‘E10’, ‘E15’, ‘E85’가 표시돼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다. 휘발유, 고급휘발유, 경유로 단순하게 표시된 한국과는 사뭇 다른 주유소 풍경이다. 1갤런당 가격을 살펴보면 바이오에탄올을 혼합하지 않은 일반 휘발유는 3.639달러에 판매되고 있는 반면, E10은 3.089달러, E15는 3.039달러, E85는 2.489달러에 판매된다. 바이오에탄올을 많이 주입할수록 판매가가 낮아지는 셈이다.
한국에도 바이오에탄올이 도입되면 미국이나 브라질처럼 저렴하게 주유할 수 있을까. 일단 운반비가 원가에 추가될 수 있어 이 나라들보다는 다소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
이에 미국곡물협회 한 임원은 “일본처럼 에탄올을 직접 수입하는 방법도 있지만 한국의 경우 바이오에탄올 주원료인 옥수수를 수입해 직접 가공하면 에너지와 식량 안보를 함께 챙길 수 있다”고 했다.
바이오에탄올의 또다른 장점으로는 옥탄가가 높다는 점이다. 옥탄가가 높은 가솔린일수록 이상폭발을 일으키지 않고 잘 연소하기 때문에 고급 휘발유로 평가된다. 대표적인 미국 자동차 경주대회인 나스카에선 바이오에탄올 15% 혼합 휘발유를 14년째 사용중이다.
최근 부산과 인천의 아파트 지하에서 전기차 화재로 인해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면서 계약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전기차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것도 바이오에탄올 도입 여론에 긍정적이다. 이를 시범적으로 도입해서 국민들이 주유시 기름값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