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시바 일본 총리 취임과 지역발 한일 관계
장제국 동서대 총장 부산-후쿠오카포럼 대표간사
자민당 내 진보적 온건파 총리 탄생
지속가능한 한일 관계로 발전 기대
내년은 양국 국교 정상화 60주년
중앙 주도의 협력 제안 많아 아쉬워
18~19일 부산-후쿠오카포럼 개최
지역이 새 관계 형성에 큰 역할 해야
지난 1일 일본에서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취임했다.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 의원 중 역사 문제에 대해 비교적 진보적인 입장을 취해 온 인물로,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해 일본이 한국에 명확한 사과를 하지 않은 것이 한일 갈등의 원인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물론 비주류인 그가 이제 총리 자리에 올라 당내 취약한 기반과 자민당 보수 지지층을 의식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앞으로도 일관되게 진보적인 행보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4일 이시바 총리의 국회 소신 표명 연설과 10일 라오스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의 발언을 볼 때, 그가 한일 관계를 중요시하고 있다는 입장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내년에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한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양국 외교 당국은 각각 태스크포스를 설치하고 다양한 제안을 받고 있다. 이미 한일포럼, 한일신비전포럼, 한일대학총장포럼 등 양국의 다양한 대화체들이 적극적인 제안을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 거론된 주요 제안을 정리해 보면,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진일보시킨 새로운 선언의 준비, 출입국 절차 간소화, 양국 대학생 간 자유로운 이동과 학습을 촉진하기 위한 ‘한일판 에라스무스 프로그램’ 창설 등이 있다. 이러한 제안들은 양국 관계를 ‘지속가능한’ 관계로 격상시키기 위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실제 정책화를 고려해 볼 만하다. 특히 이 중 상호 입국 심사 간소화는 라오스에서 열린 윤석열-이시바 정상회담에서 논의를 가속화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러한 논의가 모두 중앙 주도의 제안에 머물러 있어, 지역 차원의 제언은 부족한 상황이라 아쉽다.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부산이 적어도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마침 18~19일 이틀간 제17회 ‘부산-후쿠오카포럼’이 부산에서 개최된다. 이 포럼은 2006년 ‘부산과 후쿠오카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만들어보자’는 비전으로 출발한 민간 제언 기구로, 그간 두 도시 간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포럼 설립 이후 양 도시 소재 대학 간 컨소시엄 설립(2008년), ‘부산-후쿠오카 우정의 해’ 지정(2009년), ‘양 도시 저널리스트 포럼’ 개최(2015년) 등 다양한 성과를 이뤄냈다. 올여름에는 ‘부산-후쿠오카 대학생 교류 프로그램’을 실시해 젊은 세대 간 교류의 장을 확대하고 있다.
바람이 있다면, 이번 부산 포럼에서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진일보시킬 영향력 있는 부산발 정책 제언이 다수 나왔으면 좋겠다. 이미 ‘양 도시 연계 국제 관광 프로그램 개발’, ‘해양 환경 보호 프로젝트를 위한 공동 투자와 연구’, ‘국경을 초월한 지산학 연계’, ‘아시아 벤처 벨리 설치’, ‘양 지역 대학 간 공유 대학 설치’, ‘김해공항과 후쿠오카공항의 일본인, 한국인 전용 통로 설치를 통한 출입국 간소화 시범 실시’, ‘내년 부산-오사카 크루즈 선상 정상회담 개최와 오사카 엑스포 개막식 함께 참석’ 등 그간 이런저런 기회에 제안된 여러 아이디어가 많이 존재한다. 이러한 아이디어들을 심도 있게 토의해 부산발 제안으로 채택하면 좋겠다.
특히 돗토리현 출신인 이시바 총리는 지방 발전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는 10년 전 제2차 아베 정권에서 초대 지방창생담당상을 지냈으며, 총리 취임 후 첫 일성으로 “지방이야말로 성장의 주역”이라고 강조하며 ‘지방창생 2.0’을 시작하기 위해 지방창생 교부금을 두 배로 늘리고, ‘새로운 지방 경제·생활환경 창생본부’를 창설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으로서는 이시바 총리의 이러한 지방에 대한 높은 관심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도 ‘이제는 지방 시대’라는 모토를 내걸고 있다.
부산이 한일 관계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정책 수립 과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는 도시 외교의 중요한 시작점이 될 것이다. 한일 관계와 지역 창생을 중시하는 이시바 총리의 탄생은 지역이 주도하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형성에 매우 좋은 기회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