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우의 맛있는 여행] 서둘러 함안휴게소처럼
플랫폼콘텐츠부 선임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던 여름이었다. 50년 전 코흘리개였을 때에는 기온이 30도만 되더라도 폭염이라며 난리를 떨었는데 지금은 35도는 돼야 그렇게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집에서 하루 종일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도저히 살 수 없는 지경이다 보니 전기료 폭탄이라는 말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다행히 영원할 것 같던 여름은 이제 지나갔다. 솔직히 만세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이 아닐 수 없다.
전국 곳곳으로 여행 취재를 다니다 보면 뜨거운 여름을 그 누구보다 더 절실히 느낀다. 일반 온도계로 35도 정도라면 자동차 온도계에는 40도가 찍힌다. 올해 여행을 다닐 때 자동차 온도계가 최고 45도까지 올라간 적도 있었다. 차에서 내려 외부를 만지면 너무 뜨거워 손을 델 정도다. 이럴 때에는 자동차 창에 햇빛가리개를 달고 에어컨 설정온도를 최대한 낮추고 풍량을 최대한 높여야 겨우 더위를 피할 수 있다.
너무 뜨겁다 보니 여름에는 심지어 여행 취재를 갈 곳을 찾는 것조차 어렵다. 소개할 만한 수준급 실내 공간은 많지 않은데 야외공간의 경우 숲조차 견디기 힘들 정도로 덥다. 아무리 풍경이 좋아도 10~20분만 걸으면 비지땀이 흐르는 정도가 아니라 일사병에 걸려 쓰러질 것 같다.
여름에 여행 취재를 다니면 가장 회피하고 싶은 곳은 고속도로 휴게소다. 휴게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30분 정도 점심을 먹고 돌아가면 차 안은 한증막을 넘어 거의 용광로 수준이다. 얼마나 뜨거운지 핸들을 잡을 수 없을 지경이다. 과거 중동에서는 한여름에 자동차 대시보드가 녹아내렸다는데 이러다가는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그런데 최근 잘 가지 않던 남해고속도로 함안휴게소에 갔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주차장에 태양광 패널 발전시설이 설치돼 있었다. 그 밑에 세운 차들은 시원한 그늘을 즐기고 있었다. 화장실과 매점에 다녀오느라 20분 정도 지났지만 발전시설 아래 세워둔 자동차는 전혀 뜨겁지 않았다.
전국적으로 태양광 패널 발전시설이 설치된 고속도로 휴게소는 50곳 정도다. 남해고속도로의 경우 전국 휴게소 중에서 최초로 설치된 함안휴게소 외에 고성휴게소, 섬진강휴게소에도 설치됐다.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 휴게소 주차장 태양광 패널 설치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25년까지 휴게소 사용 전력 100%를 자체 생산하는 게 목표라고 한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가 ‘주택가와 태양광 패널 사이의 이격거리’ 규제를 강화하는 등 일부 변수 탓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수년 사이에 폭염이 엄청나게 심해진 상황을 고려하면 서둘러 규제를 완화해서 사업 추진 속도를 앞당기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남태우 기자 le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