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또 다른 어둠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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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석 문화평론가

'반역사 세력'의 등장과 득세
역사와 사회에 어둠 드리워
독립운동 마음으로 마주해야

지금, 내 눈에는 한 사진이 들어온다. 1945년 11월 26일 〈조선일보〉에 수록된 사진이다. 기사와 함께 게재된 사진은 건물에서 나오는 사람을 포착한 사진인데, 중절모를 눌러쓴 인물의 표정도 어둡지만, 건물에 드리우는 어둠 역시 만만치 않다. 그날의 사진은 그날의 어둠과 역사의 어둠 그리고 곧 일어날 우리 민족의 비극을 보여 주는 것처럼 어두컴컴하다.

사진 밑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달려 있다. "사진은 정동 예배당에서 예배를 보시고 문밖으로 나오시는 김구 선생". 이 설명은 환국(귀국) 3일 차 김구 선생의 동선과 활동을 추적한 기사에 부기되어 있다.

빛바랜 이 사진이 생각난 것은 지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반역사 세력'과 그들의 왜곡된 가치관 때문이었을 것이다. 김구로 대표되는 항일 인사의 업적을 깎아내리고 고의적일 정도로 보수 세력 몇몇을 상찬하는 움직임부터, 청문회에 나온 기관장 후보가 독도가 분쟁 지역이라느니 혹은 위안부 문제는 답변할 사안이 아니라느니 하며 뱉어냈던 수상한 말들, 김구를 테러리스트로 지칭하고 그를 비난하는 책을 출간한 인사가 앉지 말아야 할 요직을 차지한 기현상, 게다가 대놓고 친일을 넘어 숭일(崇日)을 지향하는 정부 자세에 이르기까지, 최근 대한민국에는 정상 범주를 넘어선 기류와 행보가 넘쳐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독도 영유권이 일본에 있다고 믿는 극소수의 세력이 있다고 했는데, 작금의 문제는 그러한 소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만은 아니다. 작금의 문제는 수면 아래에서 암약해야 할 문제 세력이, 오히려 권력 위로 부상하면서 자신들의 의지대로 대한민국을 다시 조종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언제부터인지, 정부의 발언과 요직 인사의 동향은 반일을 경계하고 있고, 일본을 따르지 않는 이들을 오히려 문제적 인물로 몰아붙이는 성향이 강해졌으며, 친일의 논리를 편드는 강경 발언이 힘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전반적으로 이 세상의 한 축이 무너지고 있고, 그 무너진 축에 다른 축을 끼워 넣으려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위험 신호이다.

최근 국방 백서에는 일본의 주장을 따르는 문구가 삽입되었고, 육군사관학교에서는 홍범도의 흉상을 제거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었으며, 김구를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 이의 발언을 들어야 하는 세상이 도래했다. 이 모든 것이 우연의 산물일까. 갑자기 이러한 일들이 확산되는 것이 우연이고, 그 확산을 두려워하지 않은 이들이 권력을 장악하는 일이 단지 우연일 뿐이라면, 우리는 이제 그러한 우연의 확률을 줄이는 일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만일 이러한 일들이 계획된 일이라면, 그 원인과 그 배후를 밝히고 도대체 이러한 뻔뻔한 생각과 무책임한 발언을 확산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따져 물어야 할 것이다.

김구는 자신의 시대에서 그러한 이유를 찾았고, 그 이유를 제거하기 위하여 자신의 삶을 걸었다. 우리도 마찬가지여야 하지 않을까.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야 하며, 만일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그 축의 근원이 '용산총독부'라면, 이제 그 총독부를 처리할 방안을 더 이상 미룰 수는 없어 보인다. 모든 사태의 근원을 밝히고 문제적 상황을 원점으로 되돌려 놓으려 한다면, 그때는 또 다른 독립운동과 마주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것은 잘못된 역사와 그릇된 선택에 대한 독립운동일 것이다. 그날 사진 속 김구의 얼굴이 어두웠다고 느낀 것은 아마도 그 선택이 김구 선생의 얼굴에 드리워졌기 때문이 아닐까. 그의 표정에서 또 다른 세상의 어둠을 다시 읽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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