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아의 그림책방] 5초와 3초
공을 다루는 데 능숙하지 못하다. 그래서 주변에 구기 종목 중 유일하게 가능한 것이 피구라고, 공 피하기만 잘한다고 말했다. 새로 나온 그림책 <휘슬이 두 번 울릴 때까지>(사계절)를 보며 피구를 너무 가볍게 생각했음을 알았다. 이명애 작가는 ‘너를 맞히지 않으면 내가 아웃되는’ 피구라는 게임의 이면을 보여준다.
피구 경기하는 날, 한 반이었던 아이들은 두 팀으로 나뉜다. ‘삐익’ 휘슬 소리와 함께 공격이 시작된다. 도망가다 제일 앞으로 밀려난 친구, 달리기가 느린 친구, 겁 많은 친구, 무리에서 떨어진 친구를 향해 공이 날아간다. 가슴에 퍽! 등에 퍽! 얼굴에 퍽! 공격하는 공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팔을 다친 친구도 동료를 구하던 친구도 공에 맞아 퇴장한다. 최·김·한·오·곽·안·조…. 작가는 공에 맞은 아이들에게 이름을 붙여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불러들인다.
운 좋게 살아남은 주인공은 얼떨결에 공을 받게 된다. ‘5초 안에 공격하지 않으면 내가 아웃이야.’ 친구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고민에 빠진 주인공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휘슬이 두 번 울려 경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되는 공 던지기. 누군가 그려 놓은 선 안에서 이뤄지는 피구 경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피구 경기장의 주인공이 고민한 5초만큼 짧지만 의미 있는 시간을 그린 그림책이 또 있다.
정진호 작가 <3초 다이빙>(스콜라)의 주인공은 ‘나는 잘하는 게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 친구는 달리기를 해도 1등과는 거리가 멀고, 밥도 천천히 먹고, 공부도 그저 그렇다. 심지어 그가 응원하는 야구단까지 ‘또 졌네’ 단골 팀이란다. 태권도 학원 사범이 누구든 이길 수 있는 발차기를 가르쳐줬지만, 주인공은 그 비법을 쓰고 싶지 않다. 자신의 승리 뒤에 다른 이의 패배가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남들에게 ‘좀 느린 아이’로 불리는 주인공이 천천히 계단을 올라가며 하는 생각을 읽으며 알게 된다. 느리게 보이는 아이의 행동이 ‘더 깊이 생각함’에서 나온다는 것을. 주인공이 다다른 곳은 다이빙대 위. 그곳에는 먼저 온 두 친구가 기다리고 있다. 하나 둘 셋! 딱 3초면 같이 웃을 수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배운다. 세 사람의 다이빙, 약간의 어긋남을 품은 ‘푸웅덩’ 소리가 지긋지긋한 무더위를 날리듯 경쾌하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