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한-아세안 해양교육·연구센터' 설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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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근 한국해양대 총장

한반도 주변 강대국 4강 외교를 제외하고 외교적으로 가장 중요한 상대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다. 한국 물동량의 30%, 수입 원유의 90%가 아세안 국가의 바다를 지날 정도로 해상 수송로의 요충지에 위치한 아세안은 글로벌 중추 국가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으로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파트너이다. 한국으로서는 두 번째 교역 대상에 이를 정도다. 외교적 관계도 최근까지 경제·문화협력에서 이제는 안보협력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아세안 인구 6억 7000만 명의 평균 나이가 30.9세로 생산 및 소비 인구가 엄청나다. 이런 젊은 세대를 통한 향후 성장 잠재력도 막대한 수준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43.4세, 일본은 48.4세다. 한국 사회의 인구 절벽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처가 아세안이기도 하다. 최근 미중 경쟁이 격화되면서 글로벌 기업과 공장이 중국에서 탈출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으로 몰려들고 있다.

오는 10월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제25차 한·아세안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이번 회의에서는 미중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적 분쟁으로 인한 다양한 의제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아세안 국가와의 협력과 함께 대한민국의 해양외교 강화, 해양영토 확대, 국내 해양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한-아세안 해양교육·연구센터’를 핵심 의제로 채택할 것을 제안한다. 부산의 글로벌 해양허브도시 구축을 위해서도 절실한 과제이다. 특히 부산에는 영도에 해양클러스터가 구축돼 있어 ‘한-아세안 해양교육·연구센터’의 최적지이다.

오는 10월 라오스 정상회담 의제 제안

영도 해양클러스터가 중추 역할 수행

교육 프로그램, 기술 공동 연구 진행

아세안 국가 간 협력 강화 이정표 되길

아세안 국가들은 역내 경제 통합을 강화함과 동시에 증가하는 무역량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단일 해운시장(ASSM)을 완성한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2016년부터 시행된 ‘2016-2025 아세안 운송전략플랜’에는 신규 항로 구축과 항만 역량 및 내륙 수송 네트워크 강화를 위한 프로젝트가 포함돼 있다. 해상물류 연계성 강화를 위해 47개 항만의 수용 능력 향상, 항만 효율성 제고, 해상운송비용 절감 등을 목표로 인프라를 개발하고 있다. 중국, 일본 등의 기업이 아세안에 활발히 진출하면서 해상교통 인프라 시장 경쟁력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해운 인프라 시장 규모는 연평균 8.5%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인프라 개발은 자연스럽게 보다 많은 우리나라 기업의 아세안 진출로 이어진다.

해양 산업은 한국과 아세안 국가의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무역, 교통 및 전체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해상물류, 항만개발·운영, 조선·해양과학기술 등에 노하우를 가진 한국 기업들은 아세안과 연계되는 사업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이 지역 해양 활동의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할 때, 해양 교육·훈련 및 연구에서 협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아세안 해양교육·연구센터’ 설립은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전문 지식을 공유하며, 해양 문제에 대한 혁신적인 해결책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이다.

오는 10월 라오스의 한-아세안 정상회담에서 ‘한-아세안 해양교육·연구센터’가 핵심 의제로 채택된다면 센터는 향후 아세안 회원국의 해양 교육, 훈련 및 연구의 중심 역할을 맡게 된다. 이를 통해 회원국 간의 지식 교류와 역량 강화를 촉진할 수 있다. 특히 센터는 해상운송학, 해양공학 및 해양과학 분야에서 공동연구, 기술 이전, 학위 및 인증 과정 등을 통해서 선원, 해운, 항만, 조선 및 해양과학기술 전문가 등을 위한 고급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 제공할 수 있다. 아세안 국가는 급증하는 해양 전문가 인력 훈련 수요를 한국에서 충족할 수 있는 셈이다. 한국도 근대화와 수출, 해운의 경험을 아세안 국가와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특히, 한국은 실증 연구와 전문가 참여를 통해 효과적인 해양 정책 및 전략 수립을 지원하는 등 정책 및 전략 개발의 핵심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이는 아세안 국가의 해양 산업 효율성과 경쟁력을 개선하여 아세안 국가의 경제 성장을 지원하는 역할까지 확대된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첨단 스마트·친환경 해양과학기술, 안전·환경 보호 및 지속 가능한 발전에 관한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부산이 해운·해양 관련 연구 개발의 중추가 될 수 있다.

물론, 센터는 한국과 아세안 회원국 간의 협력을 통해 운영되며, 공평한 참여와 의사 결정을 보장하는 거버넌스 구조를 가져야 한다. 센터 설립을 통해 한국과 아세안 국가 간의 유대감을 강화하여 이 지역의 번영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길을 열어줄 것이다. 오는 10월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한-아세안 해양교육·연구센터’를 의제로 채택해 한국과 아세안 국가의 파트너십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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