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조심하세요" 반려동물 심장사상충 주의보
기침·식욕 부진 심장사상충 의심
모기 활동 시기 늘어 사계절 주의
개, 치료 않으면 수백 마리까지 늘어
고양이, 발병률 낮지만 걸리면 치명적
초기 증상 없어 알아채기 힘들어
주기적인 검사와 약으로 예방해야
장마가 끝나고 더위와 습한 날씨로 불쾌지수가 상승하고 있다.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여름밤. 간신히 잠에 든 순간 '위잉 위잉' 귓가에 맴도는 모깃소리가 신경에 거슬린다. 물리면 가려움을 유발하는 모기는 말라리아, 일본 뇌염 등의 질병을 옮기는 매개체로 치명적인 해충 중 하나다. 반려동물이라 해도 안심할 수 없다. 모기는 심장사상충을 옮길 수 있어 예방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실내 생활하는 고양이도 위험
심장사상충은 하얀 실처럼 생긴 기생충으로 모기를 통해 감염된다. 심장사상충에 감염된 동물의 피를 빨아들여 유충을 보유한 모기가 다른 동물을 물면서 전파된다. 다 자란 성충의 암컷은 25~30cm, 수컷은 12~20cm 크기로 자라는데, 수명도 7년 이상이다.
심장사상충의 숙주(기생충에게 영양을 빼앗기는 생물)는 주로 개다. 몸 안에 자리잡은 심장사상충들은 성충이 되어 짝짓기를 통해 번식한다. 치료하지 않으면 그 수가 많게는 수백 마리까지 늘어난다. 만약 반려견이 지속적인 기침, 운동 꺼림, 적당한 활동 후 피로, 식욕 감소,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을 보인다면 심장사상충 감염을 의심할 수 있다. 심부전과 배가 부어오르는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심장사상충이 많은 반려견은 심장 내 혈류가 갑자기 막혀 생명을 위협하는 심혈관 붕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카발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숨쉬기를 힘들어 하고 잇몸이 창백해지고 피가 섞인 짙은 색 또는 커피색 소변을 본다. 이때는 응급 상황으로 수술을 해야 한다.
실내에서 지내는 고양이도 방심은 금물이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나 엘리베이터 등을 통해 모기가 실내로 유입돼 자연 숙주가 아닌 고양이도 감염될 수 있다. 개와 달리 고양이의 몸에서는 심장사상충이 대부분 성충 단계까지 살아남지 못해 발병률이 낮지만 개에 비에 혈관이 좁아 작은 벌레로도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며, 성충 1~2마리라도 치명적이다. 감염되면 걷는 것을 어려워하거나 기침, 천식과 유사한 발작, 구토, 식욕 부진,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을 보인다. 심할 경우 갑작스럽게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주기적인 검사와 약으로 예방해야
심장사상충은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거나 전혀 나타나지 않아 보호자가 알아채기 힘들다. 감염이 오래 지속될수록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감염 여부는 검사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조기에 발견할수록 회복할 가능성이 높지만 예방이 중요하다. 치료를 받아도 사망하거나 생존하더라도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서다.
모기 안에 살고 있는 심장사상충 유충이 14도 미만의 기온에서는 발육이 중지돼 겨울에는 예방하지 않아도 된다는 오해가 있었지만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해 모기 활동 시기가 늘어나면서 사계절 내내 예방이 필요하다. 미국심장사상충협회(AHS)도 계절에 상관없이 매달 예방, 1년에 한 번 심장사상충 검사를 권장한다.
기본적으로 심장사상충 예방을 위해 먹는 약과 바르는 약, 주사제를 활용한다. 먹는 약과 바르는 약은 한 달에 한 번, 주사제의 경우 제품에 따라 6개월 또는 1년에 한 번 사용한다. 모든 예방약은 기본적으로 내부 기생충인 심장사상충 유충 감염을 예방하지만 제품에 따라 내외부 구충 범위가 조금씩 다르다. 반려동물의 알레르기 유무나 산책 스타일, 피부 질환, 털 빠짐 정도에 따라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심장사상충이 성충 단계에 도달하기 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약을 주기에 맞게 투여해야 한다.
■모기약, 사용해도 안전할까?
모기가 나타나면 살충제를 뿌려 잡는다. 그러나 살충제를 사용할 때마다 반려동물이 있는데 사용해도 괜찮을까 걱정된다. 보통 국내에서 사용하는 살충제에는 들국화의 일종인 제충국에 포함된 살충 성분 피레스린을 모방해 만든 피레스로이드계 성분이 들어 있다. 항상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는 온혈동물에게 독성이 크지 않다고 알려져 있지만 접촉하거나 섭취, 밀폐된 공간에서 흡입하는 경우에는 위험하다. 특히 고양이는 성분 분해능력이 없어 주의가 필요하다.
모기약은 환기가 가능한 넓은 공간에서 반려동물이 접촉할 수 없는 곳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모기약 종류에 따라 주의사항도 다르다. 먼저 액체형이라면 섭취와 피부 접촉을, 훈증형은 가루 섭취나 화상을 주의해야 한다. 스프레이형은 피부 접촉을 피하고 바닥 등에 깔린 성분을 핥아서 섭취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약 모기약에 노출됐다면 즉시 환기하고, 접촉했을 경우 흐르는 물에 씻긴다. 섭취했다면 동물병원에 내원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