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선] 가덕신공항 개항, 5년 만에 가능한가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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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 변수 없이 절대 공기만 놓고 보면 충분해

카타르 하마드 해상공항 공사 5년 걸려
부등침하 30년 후 최대 34cm 정도 추정
국토부 “공항 운영에는 지장 없을 정도”
TK신공항과 항공물류 선점 경쟁 불가피
개항 늦어져서는 안 되는 새 당위성
정부, 차질 없는 공사 추진 진력해야

가덕신공항 여객터미널 국제 설계공모에서 1등을 수상한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의 ‘라이징 윙스’. 사람들이 입출국을 위해 차를 타고 내리는 곳과 여객터미널 내부, 비행기와 연결되는 탑승구 형태가 H형으로 이뤄져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가덕신공항 여객터미널 국제 설계공모에서 1등을 수상한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의 ‘라이징 윙스’. 사람들이 입출국을 위해 차를 타고 내리는 곳과 여객터미널 내부, 비행기와 연결되는 탑승구 형태가 H형으로 이뤄져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국비 13조 4913억 원이 투입되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올해 초 공사 발주와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정부는 활주로와 여객터미널 등 필수시설 건립을 2029년 12월까지 마치고 임시 운영에 들어간 뒤, 이듬해인 2030년 12월까지 지원시설 설치를 완료해 가덕신공항을 정식 개항할 계획이다. 그러나 공사 시작 전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공항 부지 건설 공사가 두 번이나 유찰되자 일각에서는 공사 기간 부족 등을 이유로 개항 시기를 늦추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두 번의 공항 부지 공사 유찰로, 개항까지는 65개월 정도가 남았다. 착공이 올해 말 시작된다면 약 60개월이 남게 된다. 물론 토지 및 어업권 보상이 쉽게 해결되지 않으면 개항이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토지 보상 지연 등의 돌발 변수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공사 기간만 놓고 과연 5년여 만에 개항이 가능한지 따져보자. 또 2029년 12월 개항 일정에 갇혀 자칫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건 없는지,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 5년 내 공항 건설한 사례는

공항 건설은 계획 수립부터 설계, 시설 구축, 시험 운영 등 복잡한 단계를 거친다. 따라서 그 규모가 작든 크든 5년 안에 공항을 완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가덕신공항은 바다와 육지에 걸쳐 공항을 짓는 난도 높은 공사다. 건설업계 일부에서는 이를 애초 계획(사전 타당성 검토) 대비 절반인 5년 만에 마무리하려다 보니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이유로 공항 부지 건설 공사 1, 2차 입찰이 유찰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현재의 기술력으로 5년 내 개항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해외 사례도 여럿 있다. 중국 베이징 다싱 국제공항은 2014년 12월 말에 공사를 시작해 2019년 9월 말에 5본의 활주로를 갖춰 개항했다. 건설 기간만 약 5년이 걸린 셈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이 공항은 ‘피닉스의 비상’을 모티브로 한 독특하고 현대적인 디자인을 자랑하며, 세계적으로 난도가 높은 공항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힌다. 또한, 중국 동남부의 주요 관문인 푸저우 창러 국제공항도 1992년에 착공해 1997년에 개항했다. 건설 기간만 놓고 보면 5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튀르키예의 이스탄불 신공항은 이보다 더 짧다. 2014년 6월에 공사에 들어간 지 불과 4년여 만에 공항을 완공했다.

상당수 국내 전문가들은 가덕신공항 건설에 있어 최대 쟁점은 해상 활주로 공사인데, DCM(심층 시멘트 혼합 공법), 케이슨(Cassion) 공법 등을 적용해 5년 만에 개항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 건설 방식·환경 다른데…

중국 다싱이나 창러 공항, 이스탄불 신공항의 사례는 공항이 육지에 건설되는 것이라 육지와 해양에 걸쳐져 이뤄지는 가덕신공항과 비교하는 건 다소 무리가 있다. 가덕신공항은 공항의 절반 가까이가 바다를 매립해 건설되기에 전체 공기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신공항은 활주로를 포함해 총길이가 4.2km다. 산봉우리(국수봉)를 완전히 깎아 그 위에 마련하는 육상 구간(1.6km), 바다를 메워 활주로를 닦는 해상 구간(2.6km)으로 나뉜다. 여객터미널과 화물터미널은 육상부에, 활주로와 계류장은 매립부지에 위치한다. 해상 구간의 경우 수심 30m 바다를 메워야 하는 대형 건설공사다. 따라서 가덕신공항과 외국의 다른 해상공항과 비교하는 게 더 타당성이 있다는 얘기다.

국토가 좁고 바다에 접한 아시아권의 국제 허브공항 중에는 해상공항이 많다. 중국 상하이 푸둥공항, 일본 나가사키·간사이·주부·나고야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홍콩 첵랍콕공항이 대표적이다. 좀 더 넓게 보면 영국 지브롤터 국제공항, 호주 시드니 국제공항도 해상공항에 해당한다. 한데 이들 공항이 대부분 착공부터 개항까지 5년 이상이 걸렸다.

하지만 해상공항인 카타르 도하의 하마드공항은 2009년 공사를 시작해 2014년 5월 개항까지 불과 5년 걸렸다.

싱가포르 항만청은 2020년부터 초대형 자동화 항만 ‘투아스 메가포트’를 건설 중이다. 1~4단계 분리 발주로 공사를 시행 중인데 1단계는 우리나라 업체가 맡아 준공했다. 한데 36개월 공정을 29개월 만에 끝냈다. 물론 항만과 공항이란 차이점은 있다. 하지만 건설 환경은 유사하다. 현재 국내 기술력으로 5년 내 가덕신공항 조성은 충분히 가능하단 얘기다.

■ 부등침하 우려는

가덕신공항은 부등침하(지반이 불균등하게 내려앉는 현상) 발생 가능성이 높다. 활주로가 육상부와 해상부에 걸쳐져 있어 불규칙적인 침하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육상과 해상 연약 지반의 지지력 차이가 크면 바다 쪽 활주로가 육지 쪽보다 많이 가라앉아 이착륙이 방해받을 수 있다. 다만 이게 우려할 수준인가, 아닌가가 관건이다.

국토부는 대체로 “부등침하는 있지만 문제없는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가덕신공항 건립 30년 후 최대 부등침하량은 육지부와 해상부가 이어지는 곳에 34cm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허용기준 이내로 공항 운영에 지장이 없다고 본다.

가덕신공항 기본계획 자문위원으로 참가했던 정문경 전 한국지반공학회 회장은 “가덕도 인근과 첵랍콕공항에는 연약지반이 한 개층만 있다. 그 아래에 암반이 나온다. 다른 지역의 경우 암반이 나왔다가 때로는 퇴적토가 나오는 등 불균등한 현상도 많지만 가덕도에는 그런 것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부등침하 가능성이 그만큼 낮다는 얘기다. 다만 몇몇 전문가들은 비행기 이착륙 안전을 위해 해상 활주로 꺼짐 현상을 준공 후 최대 30년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록 사례는 다르지만 부산~경남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 침매터널의 경우 아직까지 함체(육지에서 만든 뒤 바다 밑에 빠뜨려 고정시키는 길이 180m 상당의 콘크리트 구조물)와 함체 사이에서 부등침하가 발생했다는 얘기는 없다. 거가대교는 2010년 말 개통했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일각에서는 2030엑스포 부산 유치가 무산된 상황에서 왜 가덕신공항 개항 시기가 여전히 중요한지 묻는다. 부산 시민들에게는 개항 시기가 중요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는 2030엑스포 개최를 위해 가덕신공항 건설이 불가피했다. 또한 신공항 사업이 정치 변수에 따라 심하게 요동쳐 왔기에 서둘러 공사에 착수하지 않으면 언제든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래서 개항 시기를 못 박았던 것이다.

지금은 가덕신공항 개항이 늦어져서는 안 되는 새로운 당위성이 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이유일 수 있다. 바로 대구경북(TK)신공항과의 항공물류 선점을 위한 선의의 경쟁 때문이다. TK신공항은 가덕신공항과 비슷한 2030년 개항을 목표로 한다. 활주로 길이도 3.8km로 엇비슷하며, 가덕신공항처럼 동남권 관문 공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TK신공항은 해상공항인 가덕신공항과 달리 내륙에 위치하고 있어 활주로와 물류단지 등 인프라 확장이 용이하다. 이런 상황에서 TK신공항이 가덕신공항보다 먼저 개항한다면 구미산단 등 동남권과 충청권의 항공물류 수요는 TK신공항이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 TK신공항 주변에 항공물류 수요가 있는 산업단지나 업종이 자리를 잡은 뒤에야 가덕신공항이 개항하면 이미 때는 늦다.

앞에 살펴본 것처럼 가덕신공항은 토지 보상비, 부등침하 문제 등 어떤 변수가 없다는 조건 아래 오롯이 절대 공기만 놓고 보면, 남은 5년으로도 개항이 가능하다. 물론 효율적인 계획, 강력한 협업, 차질 없는 추진이 전제되어야 한다.

향후 들어설 가덕신공항은 대한민국 관문 공항으로 발돋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1본 활주로로는 부족하다. 국토부는 2, 3차 확장 계획까지 미리 마련해 두어야 한다. 활주로 하나만으로 글로벌 공항이라고 눈속임하는 우는 이제 없어야 한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국토부의 적극적인 고민과 역할을 기대한다.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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