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선원의 날, 선원을 기념하는 두 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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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 한국해양대 항해융합학부 대학원 해양역사문화전공 교수

근로자의 날로 시작된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석가탄신일을 축하한 뒤, 바다의 날로 막을 내렸다. 이에 비해 6월은 현충일과 6·25전쟁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있어 엄숙한 느낌마저 드는 달이다. 이런 6월에 새로운 법정기념일로 ‘한국 선원의 날’이 지정된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2010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된 선원의 훈련과 자격 증명 및 당직 근무의 기준에 관한 국제 협약(STCW) 개정을 위한 외교 회의에선 6월 25일을 ‘세계 선원의 날’로 정하고 UN으로부터 국제기념일로 승인받았다. 지정결의서에는 선원들이 ‘국제 해상무역, 세계 경제와 시민사회에 끼치는 특별한 공헌’을 인식할 목적으로 세계 선원의 날을 지정함과 아울러, ‘각국 정부, 해사 단체, 해운기업, 선주와 해사 관련 당사자들이 적절하게 기념하고, 의미 있게 축하하려고 조처할 것’을 장려했다. 우리나라 대표단은 이 회의에 참석해 6월 25일이 한국전쟁이 일어난 날임을 상기시켰지만, 결의서가 채택된 이날이 세계 선원의 날로 지정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해양수산부로서도 6·25전쟁 발발일에 선원의 날을 기념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후 10여 년, 세계 선원의 날은 있는 듯 없는 듯 지낼 수밖에 없었다.

2024년은 선원 해외 취업 60주년

자료 소실되고 작고한 선원도 많아

역사 수집·정리하는 일 늦춰선 안 돼

부산 북항에 기념관·역사관 지어야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5월 선원법이 개정되면서 ‘6월 셋째 주 금요일’을 법정기념일인 ‘한국 선원의 날’로 지정했다. 지난해에는 6월 23일 첫 기념행사를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성대하게 개최한 바 있다. 올해는 오는 21일 국립한국해양대학교 대강당에서 ‘새로운 시작, 당신의 위대한 항해’를 주제로 기념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이 행사 외에도 15일부터 21일까지를 선원 주간으로 지정해 승선 체험, 걷기 대회, EBS 다큐멘터리 방송, 제1회 선원 페스티벌 등이 펼쳐진다. 지난해 기념행사만 치러진 것과 비교하면 좀 더 풍성해지고 다양해진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선원의 날을 제정한 것이 단순히 기념행사를 여는 데 있는 것이 아님을 생각하면 다소 아쉬운 감이 있다. 선원들이 사회와 국가에 기여한 바를 온 국민이 기억하고 기리자는 데 기념일을 제정한 본래의 뜻이 있기 때문이다.

선원을 기념하기 위해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선원들이 우리나라의 산업화 과정에서 이바지한 바를 기록하고 정리하는 일이다. 한국 선원 사회와 국립한국해양대학교의 발전에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해외 선박 취업이었다. 1964년 2월 10일, 2700톤급 일본 교세이(協成) 기선의 선박 관리 회사인 홍콩의 퐁씽선무(豊誠船務)의 룽화(Loong Wha)호에 김기현 선장과 이상래 기관장 등 28명의 선원이 승선한 것이 해외 취업의 시발점이었다. 이후 한국 선원의 저렴한 인건비와 근면·성실함을 확인한 일본의 산꼬기센과 K라인, 미국의 라스코와 MOC 등의 선사들이 우리 선원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천경해운과 대한해운 등이 창업 초기 선원 송출 사업으로 기틀을 다질 수 있었고, 수많은 선원 송출 회사와 부산항이 호황을 누렸으며, 그로 인해 조선산업, 선박수리업, 급유업과 선식 공급업 등이 연쇄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2024년은 우리나라 선원의 해외 취업 6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제1회 선원의 날 기념행사보다는 선원 해외 취업 60주년이 훨씬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일이라는 데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해외 취업선과 관련한 자료들이 소실되고 있고, 초기 해외 취업선에 승선했던 많은 선원이 작고한 상태다. 다행히도 제1호 해외 취업선인 룽화호에 기관장과 항해사로 승선했던 선원들이 여전히 생존해 있다. 해외 취업 선박에 승선했던 분들의 역사와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일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선원을 기념하기 위해 해야 할 두 번째 일은 우리나라 산업화 과정에 그들이 우리 사회와 국가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전시관이나 기념관을 만드는 일이다. 파독 근로자를 기념하는 전시관은 서울과 동해, 그리고 남해에 각각 조성돼 있다. 광부와 간호사, 간호조무사의 파독 취업은 15년(1963~1977) 정도 이어졌지만, 선원의 해외 취업은 오늘날까지 60년(1964~현재) 이상 지속되고 있다. 부산항은 우리나라 최대 무역항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선원들의 모항이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안다. 현재 부산 북항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여기에 선원 기념관이나 역사관이 지어져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선원과 직간접으로 관계된 한국해기사협회, 한국선박관리산업협회,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한국해운협회, 해양수산부는 의례적인 행사로 선원을 기념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선원을 기념하는 일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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