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경 칼럼] '센텀2'가 '판교 테크노밸리'처럼 되려면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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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센텀2지구 내 풍산 공장 이전 본격화
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 사업 급물살
4차 산업혁명 이끌 혁신의 허브 기대

혁신 기업과 인재 모으는 게 관건
센텀시티 난개발 전철 밟지 않으려면
도심융합특구 이상 전향적 정책 필요

부산 해운대구 반여·반송·석대동 일원에 추진 중인 센텀2지구 도시첨단산업단지 사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동안 사업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부지 내 풍산 공장 이전이 속도를 내는 데 따른 것이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류진 풍산 회장은 19일 센텀2지구 내 풍산 공장 이전을 본격화하기로 손을 맞잡았다. 2021년 기장군 일광면 이전 계획이 알려진 후 주민 반발로 무산된 전력이 있어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이미 이전 부지를 확정한 만큼 조만간 공개 추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산의 산업 지형으로 보면 센텀2지구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현안이다. 2016년 산업단지 지정 후 3단계에 걸친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그린벨트 해제 등 숱한 난관을 넘어왔는데 풍산 이전에 발목이 잡혀 사업이 지연됐다. 풍산 공장도 중요한 산업체인 만큼 지역 내에 품는 게 마땅하다. 시가 이전 부지 주민의 이해를 잘 구하고 관련 지원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풍산의 역할이 중요하다. 공장 이전 지역 주민들에 대한 지원 등 지역사회 공헌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풍산은 그동안 국가 보안 시설이라는 이유로 그린벨트 점용과 부지 이전 보상 차익 등 각종 특혜 논란이 일었지만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는 미미하다는 지적을 받아 온 터다.

무엇보다 센텀2지구 조성을 서둘러야 하는 것은 부산의 산업생태계 혁신이라는 절박성 때문이다. 시는 센텀2지구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첨단산업을 이끌 지역의 혁신 허브로 만들어 간다는 계획이다. 지역의 산업생태계를 혁신하고 혁신 역량을 모을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물론 공간만 조성한다고 저절로 혁신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첨단산업을 일으켜야 하고 자본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혁신 역량을 갖춘 인재들이 모여야 한다.

센텀시티가 당초 기대와 달리 혁신의 허브가 되지 못한 것도 이런 조건들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1996년 수영비행장을 산업단지로 전환할 당시만 해도 대기업 SK가 사업을 주도해 정보통신산업과 디지털 혁신의 거점이 될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SK가 자금난을 이유로 손을 뗐고 시는 부산정보단지 이름을 라틴어의 100이란 숫자를 뜻하는 ‘센텀(Centum)’을 따와 센텀시티로 바꾸고 ‘100% 완벽한 첨단미래도시’를 기치로 2000년 착공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기공식에 참석해 21세기 지식정보화를 선도할 동북아시아 중추 도시로 도약하는 발판이 마련됐다며 부산은 아시아와 유럽, 환태평양을 잇는 빛의 실크로드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금 들어도 벅찬 이야기이지만 20여 년 세월이 흐른 지금 센텀시티에서 ‘100% 완벽한 첨단미래도시’의 모습은 찾을 길이 없다. 당초 기대한 첨단산업 혁신은 일어나지 않았고 주거와 상업시설이 산업단지 부지를 잠식하면서 난개발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물론 벡스코와 영화의전당, 부산문화콘텐츠컴플렉스 등 산업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인프라가 생기고 화려한 도시의 외양은 갖추게 됐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센텀2’가 ‘센텀1’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첨단산업 중심의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마침 13일 부산시청에서 지방시대를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도 센텀2지구가 주목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청년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센텀2지구를 경기도 성남 판교에 버금가는 산업·주거·문화가 결합되는 ‘부산형 테크노밸리’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판교 테크노밸리가 어떤 곳인가. 네이버, 카카오, 넥슨, SK바이오팜 등 국내 굴지의 IT, BT 관련 혁신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몰려있는 대한민국 혁신의 심장이다. 1622개 기업의 2022년 기준 총매출이 167조 7000억 원에 달하고 7만 8000명의 일자리 중 30~40대가 70% 가까이 차지한다. 젊은 인재들이 몰려들고 창업이 활성화하면서 제3 판교 테크노밸리 조성 사업도 시작됐다.

이쯤 되면 센텀2지구가 어떤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부산은 그동안 열악한 환경에서도 R&D 투자 확대와 지산학 협력을 통해 혁신 기업과 인재 육성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과의 혁신 역량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판교 테크노밸리가 가능한 것은 자본과 인재가 몰려 있는 수도권에 입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이런 입지를 두고 센텀2지구에 투자할 리도 만무하다. 도심융합특구 전략만으로 혁신 기업들을 불러 모을 수 있을까. 기울어진 운동장을 뒤집어엎을 수 있는 더 전향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아니면 현란한 수사는 그냥 희망고문일 뿐이다.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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