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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낙동강 주민 몸에서 녹조 독소 검출, 근본 해법 나와야
영남 지역 주민들의 주 식수원인 낙동강 유역 주민과 환경운동가 등에게서 녹조 원인인 유해 남세균 독소 유전자(mcyE)가 검출됐다고 한다. 낙동강 유역에서 녹조 유해성 연구를 벌여온 환경운동연합과 부경대, 계명대 등 연구팀은 지난 8월 20일부터 지난달 12일까지 낙동강 유역 인근 주민과 환경운동가 22명의 비강과 비인두에서 시료를 채취한 결과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11명에게서 유해 남세균 독소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남세균이나 독소가 호흡을 통해 코로 들어올 경우 급성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며, 알레르기 비염이나 기관지 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낙동강 취수원에 대한 불신이 깊은 지역민들의 불안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남세균이 검출된 사람들은 재채기와 콧물, 코막힘, 후각 이상과 눈 가려움증, 이상 눈물 분비 증상, 피부 가려움과 따가움, 이상 발진 등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구팀은 이런 현상이 “유해 남세균 인체 유입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소량이라도 유해 남세균에 지속해서 노출될 경우 인체 아미노산 대사 장애와 신장 손상 등 실질적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까지 있다고 한다. 낙동강에 기대어 사는 영남 지역 주민은 녹조 재난에 정면으로 맞닥뜨린 셈이다. 먹는 물이 나쁘면, 사람은 병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3년 전에도 창녕함안보 상류, 창원 본포취수장, 대구 국가산단취수장 등 낙동강 14곳에 대한 수질 분석 결과 미국 레저 기준치를 수십~수백 배 초과한 남세균 독소 유전자가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영남권 주민의 낙동강 수질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 사고가 발생한 지 33년이나 지났지만, 물금취수장 원수 수질은 생활용수로도 쓸 수 없는 3등급 수준이다. 국가가 낙동강 수질 향상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낙동강 녹조는 점점 더 잦아지고 규모도 전례 없이 커지고 있다. 환경부와 낙동강 유역 지자체는 연구 결과를 심각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환경부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낙동강 녹조 문제에 대해 민·관·학 공동조사를 할 의향이 있다”라고 밝힌 만큼 독소 유전자 존재 및 인체 유입과 위해성 여부에 대한 연구를 조속히 실시해야 한다. 환경부는 환경단체와 민간연구팀이 포함된 합동 연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가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을 하루빨리 수립하길 바란다. 정치권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 생존권과 건강권 확보 차원에서 낙동강 수질 향상 대책을 적극적으로 챙겨야 할 것이다. 국민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다.
2024-10-09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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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악 경영난 부산의료원… 공공병원 정상화 시급하다
지역 거점 공공병원인 부산의료원이 올해 상반기 115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의료원 중 가장 큰 규모다. 올해 상반기에만 100억 대 적자를 낸 만큼 올 한 해 전체 적자 규모는 200억 원대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감염병 대응의 최일선에 섰다가 이후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부산의료원은 2020년부터 매년 수백억 원대의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지역 공공의료 시스템의 붕괴라는 차마 상상하기 힘든 상황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도 부산시는 손실 보상이나 예산 지원 없이 차입 경영만 강요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다 공공의료의 최후 보루마저 무너지는 건 아닌지 우려를 금하기 힘들다.
8일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부산의료원이 얼마나 심각한 재정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지 확연히 드러난다.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2019년 이후 병원 수익은 2020년 268억 원, 2021년 200억 원가량 줄어들었고, 일반 진료 체제로 전환된 이후에도 연 250억 원 가까운 수익 감소가 이어졌다. 정부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손실보상금으로 1140억 원을 지급했지만 같은 기간 부산의료원의 적자 규모인 1300억 원대를 메우기는 힘든 수준이다. 감염병 전문 기관으로서 공공의료 역할을 수행하다가 겪게 된 경영난이 주된 원인이다. 그런 만큼 병원 기능의 회복을 의료원 자구책에만 맡기는 건 온당치 않다.
코로나 사태 때 민간 병원으로 옮겨간 일반 환자들의 이용률이 회복되지 않는 게 특히 안타깝다. 이를 가늠해 주는 병상 가동률을 보면 부산의료원의 경우 지난해 38%, 올해 초 34%까지 뚝 떨어졌다. 전국 의료원 중에서도 최하위권, 대구에 비하면 63%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 의료진의 이탈이 사태의 악화를 한층 부채질하는 형국이다. 외과 내과 전문의 수급이 어려우면 진료 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이는 결국 운영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상시적인 임금 체불 위기 때문에 직원들의 마음고생도 심각하다고 한다. 악순환이 그야말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으니 설상가상이라는 표현으로도 모자랄 지경이다.
부산의료원은 지역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공공병원이다. 그 역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공공병원이 그 취지에 맞게 시민 모두가 믿고 찾는 안전망 역할을 수행하려면 영리와 수익에 상관없이 정부·지자체·지역 공동체의 공적 지원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부산시가 끝내 지역 공공의료를 포기하겠다는 뜻이 아니라면 부산의료원의 처지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곤란하다. 작금의 의료 공백 사태 앞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다른 지자체들은 추경예산을 추가로 편성해 지역 의료원 지원에 힘을 모으는 모습이다. 부산시도 예산 지원과 의료진 수급을 포함한 다양한 정상화 방안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
2024-10-09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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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다방면에 걸친 지역 홀대… 거꾸로 가는 지방시대 정책
‘지방시대’를 국정 과제로 표방하며 출범한 윤석열 정부에서 오히려 지역 홀대가 다방면에 걸쳐 더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정감사가 7일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그동안 정부가 지방균형발전 노력을 과연 했는지 의심이 들 만큼 다양한 자료가 공개되고 있다. 자료들은 기초 연구개발 투자부터 국민의 실생활과 직결된 의료, 문화 등 많은 분야에서 현 정부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가 좁혀지기는커녕 더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임기 절반을 맞은 현 정부의 지방균형발전 정책이 화려한 구호와 달리 현실에서는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국감 첫날 공개된 자료를 보면 올해 1~8월 산업통상자원부 전담기관의 연구개발 예산 비율의 경우 수도권인 서울·경기·인천이 전체 45.8%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반면 부산은 4.7%에 불과해 경남, 충남, 경북보다도 비중이 작았다. 또 지방 환자의 암 진단 이후 수술까지 1개월 이상 대기 비율도 의료 사태 이후 그 차이가 더 벌어져 수도권보다 5.3%P나 더 높았다. 문화 분야에서도 최근 5년간 문체부 소속 8개 국립예술단체의 공연 중 86.3%는 서울에서 열렸다. 부산은 단지 0.5%에 불과했다. 교통 약자를 위한 저상버스나 장애인콜택시 보급률 역시 서울·경기는 각각 100%를 훨씬 넘었으나 부산은 58.8%에 그쳤다.
이날 국감의 비수도권 홀대 자료는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사회·경제 분야 자료를 산출해 보더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현 정부는 이를 의식해 임기 초반부터 ‘지방시대 종합 계획’을 발표하며 지방균형발전을 국민에게 천명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꼭 용두사미나 다름없는 꼴이다. 단적으로 국감에서 공개된 자료가 이를 뚜렷하게 보여 준다. 게다가 현 정부의 균형발전 의지 퇴색은 국감 자료가 아니라도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직속이라는 지방시대위원회의 내년도 인력 예산도 올해보다 45% 깎았다. 이러니 다른 것은 보지 않아도 알 만하다.
윤석열 정부의 여러 정책 중 초기의 확신에 찬 발표와는 다르게 흘러간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님은 익히 알고 있다. 균형발전 정책 역시 지방을 강조하면서 오히려 수도권 규제 완화에 더 집중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도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균형발전은 끝까지 포기해선 안 되는 국가적 과제다. 작은 차이는 있어도 현 정부뿐만 아니라 이전 정부부터 일관되게 지속해 온 분야가 바로 지방균형발전 정책임을 명심해야 한다. 임기 중반을 맞은 이때, 현 정부는 실현가능성의 관점에서 관련 정책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작은 성과라도 도출해 국민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 지방시대가 공허한 구호로만 쓰여선 안 된다.
2024-10-08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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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2대 첫 국감 '김건희·이재명' 공방, 민생은 언제 챙기나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7일 시작됐다. 다음 달 1일까지 26일간 17개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피감기관 802곳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국감의 취지가 살려면 국정을 견인하는 생산적 논의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첫날부터 깨지고 말았다. 여야가 작정한 듯 정치 공방의 전면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을 둘러싼 ‘6대 의혹’을 파헤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 핵심에는 영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이 있다. 국민의힘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번 국감은 국민이 바라는 민생의 길을 또다시 일탈해 당리당략의 충돌로 빠져들고 있다.
야당은 이번 국감에서 김건희 여사 의혹 제기로 끝장을 볼 태세다. 민주당은 당내에 이른바 ‘김건희 심판 본부’까지 구성했다. 모든 상임위를 동원해 명품 가방 의혹뿐만 아니라 공천 개입, 주가 조작, 부산엑스포 유치 및 국악 공연 소수 특혜 관람 의혹을 제기하며 파상 공세를 벌인다. 특검법 재발의 수순으로 가겠다는 노림수다. 여당 또한 법사위를 시작으로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정밀 조준해 공세를 펴는 맞불 전략에 나섰다. 정치권은 중앙 및 지방정부 행정 감사라는 본연의 책무는 아랑곳하지 않을 태세다.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추측·억지 주장만 난무하는 맹탕 국감이 불을 보듯 뻔하다. 국민의 인내심은 바닥나고 있다.
정치가 어쩌다 이 지경으로 추락했는지 참담하다. 국내외 급박한 기류 변화에 눈을 감고 지지층 지키기에 열중하는 꼬락서니가 한심할 뿐이다. 응급실 뺑뺑이로 국민은 불안하고 의료 붕괴가 경각에 달린 엄중한 시국이다. 장기화된 고금리·고환율은 기업과 가계의 숨통을 죄고 있다. 내수 부진은 자영업자 폐업 도미노를 낳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해를 넘긴 가운데 5차 중동전쟁의 전운까지 고조되고 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은 핵 시설을 공개하며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민생 현안은 산처럼 쌓여 있다. 국감장이 정부 정책의 미진함을 성토하고 대안을 촉구하는 본연의 역할로 복원돼야 할 이유는 차고 널렸다.
여야 정치권이 국감에서 헐뜯기와 막말, 발목 잡기를 이어간다면 국정 견인의 역할을 포기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지금 현 정부의 낮은 지지율을 보더라도 국정의 난맥상은 심각한 상태다. 정부의 실정과 무능에 회초리를 들라고 국민이 의회에 권력을 위임한 것 아닌가. 대통령만 지지율이 낮은 게 아니라 여야가 제 역할을 못해서 각 당의 지지율도 하향 평준화되어 있는 점을 민심의 경고로 새겨야 한다. 국감은 국정을 견제하고 비판해서 생산적인 대안을 도출하는 과정이다. 정쟁과 민생이 구분돼야 할 이유다. 국감장은 정책에 집중돼야 한다. 국감 무용론이 재연되지 않도록 여야 정치권은 각성해야 한다.
2024-10-08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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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해공항 증축 입국장 정상 가동할 인력 충원하라
지난 4월에 증축된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증축 터미널의 ‘반쪽 운영’이 장기화하고 있다. 〈부산일보〉에 따르면 김해공항 국제선 확충 터미널에서 입국관리를 하는 CIQ(세관·출입국관리·검역) 필요 인력은 300여 명이지만, 100여 명이 부족한 상태라고 한다. 김해공항 국제선 증축 입국장은 고작 하루 3시간(오전 6~9시)만 운영되고 있다. 부울경 주민의 염원으로 821억 원의 국가 예산을 투입해 터미널을 증축했지만, 인력 부족으로 신규 시설을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인력 충원은 언제 가능할지 알 수조차 없는 상태다. 김해공항 증축 터미널이 오전 6~9시에만 운영되면서, 부울경 주민이 겪는 숱한 불편은 말하기도 지칠 지경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의 지방 홀대에 울화통만 치민다.
김해국제공항은 코로나19 기간에 인천공항에 대규모 인력 지원을 하면서 결원이 발생했고, 현재까지 증축 터미널은 물론이고 기존에 배정된 정원조차도 채우지 못한 상황이다. 한국공항공사 측은 지난해 관계 기관에 인력 충원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이는 김해공항 국제선 노선 확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입국 엑스레이 판독 및 출입국 심사, 검역 담당 인력 부족으로 외국인 탑승객이 많은 국제선 노선 확대는 꿈도 꾸지 못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항공 수요가 뚜렷한 회복 추세임에도 인력 부족에 따른 공항 반쪽 운영은 김해공항의 위상을 약화시킨다. 2029년 개항 예정인 가덕신공항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김해공항 증축 터미널의 인력 부족이 국토교통부의 의도적인 지방공항 홀대라는 점이다. 국토부와 한국공항공사가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 확장을 막으려고 꼼수를 부려온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온갖 방해를 무릅쓰고 기껏 증축한 김해국제공항 터미널의 활성화 대책은 물론이고 인력조차 뽑지 않는 것은 도를 넘어선 행위다. 이는 김해공항은 물론이고, 가덕신공항과 지역 항공산업 활성화의 싹을 초반부터 짓밟으려는 노림수로밖에 볼 수 없다. 그런 와중에 국토부와 공항공사는 인천공항 4단계 확장에만 집중투자하고 있다. 기가 찰 노릇이다.
부울경 주민의 불편과 김해공항 활성화는 안중에도 없는 국토부가 누구를 위한 기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토부는 821억 원의 국가 예산을 투입한 공항 터미널을 의도적으로 방치하는 예산 낭비를 당장 멈추고, 필요 인력을 최대한 빨리 충원해야 한다. 지역 정치권은 여야가 합심해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제대로 따져보기를 촉구한다. 필요하면, 감사원 감사도 청구해야 할 것이다. 부산시와 경남도도 국가 사무라는 이유로 미온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인력 확충과 터미널 정상 운영, 국제노선 확대를 중앙정부에 적극적으로 촉구하길 바란다. 김해공항 정상 운영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024-10-07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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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붕괴하는 지역 응급실 체계, 의정 협의는 요원한가
부산 지역 대학병원 응급실에 현재 남아 있는 의사가 고작 30여 명이라고 한다. 몹시도 위태롭다. 올해 2월 의정 갈등 직전에는 그 수가 70명에 달했다. 불과 8개월 사이에 절반 이상 준 것이다. 집단 사직으로 전공의가 대폭 빠져나간 데다가 기존 의사들이 격무를 이기지 못하고 사직서를 낸 탓이다. 부산만 이런 게 아니다. 응급실 의사 부족은 전국 사안이다. 수도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응급 환자가 의지할 데가 없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수억 원의 연봉을 준다 해도 응급실에 오겠다는 의사가 없다. 이러면 병원들은 응급실 운영을 축소하거나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국민 생명이 그야말로 백척간두에 놓였다.
지난달 17일 부산에서 30대 응급 환자가 병원 90여 곳으로부터 수용을 거부당한 끝에 심정지로 사망했다. 응급실 의사 부족 상황이 지속되면서 고통이 고스란히 환자들의 몫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수치로 더욱 분명해진다. 올해 8월 전국 기준으로 ‘응급실 뺑뺑이’라 부르는 응급실 재이송 건수는 모두 3597건으로, 이미 작년 전체 건수의 85%를 넘어섰다. 그나마 이 통계는 119가 실제 응급차를 타고 병원을 전전한 사례만 뽑은 것이다. ‘전화 뺑뺑이’는 빠진 수치다. 현실에서 응급실 위기가 그만큼 심각하다. 국민들 사이에서 ‘언제든 원하는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국가 의료체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정부는 전국 응급실 대부분이 24시간 운영되고 있고 응급실 병상수도 평시와 큰 차이 없다고 밝혔다. 일부 문제가 있다고는 해도 현재 응급의료체계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는 비상진료체계는 원활하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인식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런가 하면 한덕수 국무총리는 응급실 뺑뺑이로 사람이 죽어나간다는 지적에 “가짜 뉴스”라고 반발한 바 있다. 작금의 응급실 사태는 근래 새로 발생한 게 아니라 이전부터 있었던 문제라는 것이다. 정부의 인식과 대응이 지나치게 안일하다. 겉으로 드러난 게 다가 아니다. 응급실 문을 열었어도 환자를 치료할 의사가 없으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정부는 당장에 응급실 대란은 없지 않냐고 주장한다. 겉으로 큰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속사정까지 온전한 것은 아니다. 응급실 의사 급감은 엄연한 사실이고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미 탈진 상태인 기존 의료진이 얼마나 버틸지도 의문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그에 맞는 대응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의료계도 의료윤리를 되새기며 환자 곁으로 돌아와야 한다. 힘들게 현장을 지키는 동료 의사들을 비아냥대는 블랙리스트 유포 따위는 국민적 공분만 살 뿐이다. 의료는 결국 사람이 만드는 시스템이다. 정부와 의료계가 편견을 거두고 머리를 맞대면 해결책은 나오기 마련이다.
2024-10-07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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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덕신공항 개항 적신호… 건설사 설득 노력 더해야
가덕신공항 건설이 산 넘어 산이다. 정부가 수차례 입찰 무산에 따라 수의계약으로 전환했는데 이마저 진행이 원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전환하고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5월부터 경쟁 구도를 위해 4차례나 공개 입찰을 진행했으나 현대건설 컨소시엄 외 입찰 참여사가 없었다. 이에 따라 정부 계약을 담당하는 조달청이 지난달 27일까지 수의계약 참여 여부를 알려달라고 했는데 현대건설 측이 컨소시엄 내 건설사 간 협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늦춰 달라고 요청해 오는 15일까지로 연장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입찰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한 마당인데 수의계약마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공기 1년 연장과 상위 건설사 추가 참여를 요청했다는 대목이다. 국토부는 3차 경쟁 입찰을 앞두고 10대 건설사 컨소시엄 공동 참여 제한을 2개 사에서 3개 사로 완화하고 공사 기간도 6년에서 7년으로 1년 연장하는 등 건설사 요구를 들어줬다. 이 때문에 완공도 2031년으로 늦춰진 상황이다. 이런데도 컨소시엄 측이 또다시 추가 조건을 내걸며 수의계약을 지연하는 것은 지나친 잇속 챙기기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미 완화된 조건 하에서 입찰에 참여한 상황이다. 공기 연장을 빌미로 지체 보상금 완화 등 세부적으로 유리한 입장을 반영하려는 의도라고 비난받을 일이다.
국토부의 미온적 대응과 협상력이 더 문제다. 5월 첫 입찰 이후 4번이나 유찰되는 과정에서 국토부는 경쟁 구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입찰과 유찰을 반복해 가덕신공항 적기 개항의 천금 같은 시간을 까먹었다. 수의계약의 경우 건설사에 끌려다닐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결국 유찰이 반복되면서 건설사 요구는 요구대로 들어주고 수의계약에서도 끌려다니는 꼴이 됐다. 국토부가 대형 국책사업을 수행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마저 갖게 한다. 건설사들은 유리한 조건과 더 많은 이윤을 위해 의도적으로 유찰을 반복하고 국토부는 사실상 방임하면서 수의계약 명분을 쌓는 ‘약속 대련’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인다.
2030월드엑스포 유치는 무산됐지만 2029년 말 가덕신공항 개항은 늦출 수 없는 목표다. 수도권에 대응해 남부경제권이 발전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가 가덕신공항이다. 갈수록 빨라지는 지역소멸 시계를 감안하면 한시도 늦출 수 없는 시간표다. 입찰 일정이 차질을 빚으면서 가덕신공항 적기 개항을 위한 주변 환경도 많이 악화했다. 수의계약을 빌미로 자연스럽게 가덕신공항 개항을 미뤄야 하는 쪽으로 끌고 가려 한다는 우려까지 있다. TK신공항을 의식해 추진 일정을 저울질한다는 음모론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국토부가 중심을 잡고 2029년 개항 로드맵을 다시 바로 세우고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는 것만이 이런 의혹을 불식시키는 길이다.
2024-10-04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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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 걸림돌 될 명품백 무혐의, 계속 덮을 일 아니다
검찰이 2일 오후 이른바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끝내 무혐의 처분한 데 따른 파장이 증폭되고 있다. 당장 야권과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센데,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김 여사가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임을 만천하에 드러낸 오욕의 날”이라며 비판했다. 사건을 처음 보도한 서울의소리 측도 즉시 항고할 뜻을 밝혀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개탄의 목소리는 야권이나 특정 시민단체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이번 처분은 검찰 스스로도 밝혔듯이 ‘국민 법감정에 맞지 않을 수 있는’ 것이었다. 검찰에게서 공정과 상식을 바랐던 국민으로선 마음에 큰 상처를 안게 됐다.
의도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이번 검찰의 무혐의 처분은 같은 날 오전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직후 나왔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올해 1월에 이어 두 번째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위헌·위법적인 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검찰은 김 여사의 혐의를 적극 따지지 않은 채 종결하고, 그 대안으로 요구되는 특검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차단하는 모양새가 됐다. 국민 눈에 바람직해 보일 리 없다. 김 여사를 지키기 위한 국가권력의 사유화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명품백 수수 외에도 김 여사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의혹은 잠잠해지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점점 더 불어난다. 초기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이 집중 부각됐는데, 이후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 용산 대통령 집무실 리모델링 수의계약 의혹이 불거졌다. 최근엔 국민의힘 총선 공천 개입과 당무 개입 의혹이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제기돼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이른바 ‘김 여사 리스크’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형편인데도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하게 해소되는 게 없다.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 여사 의혹을 둘러싼 여야 간 정쟁이 격화하면서 국정이 마비 상태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김 여사 관련 의혹들은 그냥 덮고 지나갈 일이 아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내용이 폭로되는 마당에, 이번 명품백 무혐의 결정처럼 각종 의혹들을 유야무야 하는 식으로 처리한다면 민심의 거센 저항을 초래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김 여사 문제는 이미 국정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물론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 사실을 애써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민심은 김 여사 의혹들에 대한 엄정한 규명을 원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하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 찬성 여론은 60%가 넘는다. 이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2024-10-04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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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장기 백수' 청년 증가세, 맞춤형 일자리 대책 시급하다
언제부턴가 청년 취업 통계에 ‘쉬었음’ 지표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실업자는 구직 노력이라도 하지만, ‘쉬었음’은 일을 하지도, 취업 준비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쉰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계청의 8월 고용 동향을 보면 15~29세 청년의 ‘쉬었음’ 인구는 지난해 8월 대비 13.8%P 증가한 46만 명이다. 직전 6월 42만 6000명, 7월 44만 3000명과 비교해도 확연한 증가세다. 자포자기의 상황에 빠져 세상과 담을 쌓은 채 고립과 은둔으로 빠져드는 청년들이 증가하는 건 막아야 한다. 학업을 끝냈는데 사회로 진출하는 경로가 없다면 정상 사회가 아니다. ‘그냥 쉬는’ 청년들이 사회로 나올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야 한다.
‘쉬었음’ 인구는 자발적인 구직 단념 상태로 볼 수 있다지만, 일을 하고 싶어도 장기 실업 상태에 놓인 청년층도 덩달아 늘고 있어서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기준 실업자 수는 56만 4000명인데, 이 중 6개월 이상 구직 중인 경우가 11만 3000명(20.0%)이었다. 실업자 5명 중 1명이 ‘장기 백수’인 셈이다. 장기 실업자 비중은 IMF 구제금융 시기인 1999년 8월(20.1%) 이후 25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특히 연령별 비중으로 보면 15∼29세 32.4%, 30대 23.3%로 ‘장기 백수’ 중 30대 이하 청년층이 무려 55.7%를 차지했다. 자발적, 비자발적인 이유가 섞여 청년 세대가 일자리 밖으로 떠밀려 나가는 추세가 심화되고 있다.
문제는 일자리 미스매치에 있다. 청년 세대가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갈수록 ‘좁은 문’이 되고 있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올해만 해도 부산 주요 기업 상당수가 소규모 수시 채용에 나서거나 예년에 비해 공채 규모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정규직 일자리 감소 등으로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반면 건설업계 같은 현장은 젊은 일손이 부족해 아우성이다. 군대식 조직 문화 등 요인으로 취업을 기피할뿐더러 입사해서도 중도 하차가 다반사라서다. 2030 취업자 비중은 17%로 급감했고 남은 건 중장년층과 외국인 노동자뿐이다. 청년 세대의 눈높이에 맞춘 일자리 대책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최근 청년 고용률이 높지만 수치를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배달 라이더 같은 플랫폼 고용과 포장·운반·청소·하역 등 단순 노무직 증가세가 두드러져서다. 또 ‘쉬었음’ 인구는 실업률에서 빠져 고용률이 착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취업을 단념하거나, 구직 활동 중인 청년 인구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늘고 있는 실상을 직시해야 한다. 미취업 상태가 지속되면 경력 단절로 취업이 더 어려워진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경제 활동에 애로를 겪으면서 결혼과 출산, 주거에 여유로운 선택을 할 리가 만무하다. 청년 세대의 취업은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걸린 문제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2024-10-03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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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점입가경 윤·한 갈등, 국정 쇄신·재보선 승리 의지 있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 갈등 양상이 점입가경이다. 2일 대통령과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지도부가 만찬을 가졌지만 한 대표는 제외됐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의 독대 재요청에는 아무런 답이 없다가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모임을 가진 것인데 이해하기 힘든 처사다. 여기다 지난 7월 전당대회 때 한동훈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언론에 공격을 사주한 정황이 담긴 대통령실 행정관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여권의 분열을 부채질하는 악재는 속출하고 지지율은 바닥을 향해 추락을 거듭하는 형국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실과 여당은 국정 쇄신은커녕 감정싸움, 집안 갈등에 여념이 없으니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만찬은 한 대표가 현역 의원이 아니라서 원내 중심으로 준비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이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아무도 없을 듯하다. 사실상 대통령이 한 대표와 만날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게다가 지난달 27일 공개된 대통령실 행정관의 통화 녹취록 내용이 파문을 키우고 있다. “이번에 그거(한 대표가 비대위원장 직권으로 총선 여론조사 당비를 이용해 자신의 대선인지도 조사를 시행했다는 정보)를 잘 기획해서 (한 대표를) 치면 여사가 좋아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한 대표도 이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 당 윤리위원회 회부 절차를 밟는 중이다. 윤·한 갈등이 전방위적으로 뻗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부산 금정구청장 등 전국의 기초단체장 4명을 뽑는 10·16 재·보궐선거도 여당 승리를 낙관하기 힘들다. 3일부터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들어간 이번 선거는 지역 현안보다는 전국적인 이슈에 관심이 쏠리는 큰 판으로 부상했다. 금정구청장 선거에 여야 당 대표들이 총출동해 적극적인 지원 유세에 나서는 것도 그런 이유다. 국회에서 입법 권력을 휘두르는 민주당에 대한 여론도 우호적이진 않지만 내홍과 무능, ‘김건희 여사 리스크’ 등으로 지지율 추락을 겪고 있는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부담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선거 결과가 정권 실정에 대한 민심의 심판으로 나타난다면 국정 운영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재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은 집권 이후 최저 수준이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실시한 9월 4주 차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은 25.8%로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국민의힘 지지율 역시 29.9%로 떨어졌다. 대통령과 당 대표가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사사건건 충돌해 불협화음만 내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무엇보다 위기 상황 속에서 대통령이 계속 당 대표를 피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국정 쇄신과 재보선 승리에 대한 의지가 분명하다면 그럴 수는 없다. 윤·한 두 사람이 서둘러 만나 갈등을 풀고 정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시간이 별로 없다. 민심 이반도 골든타임을 놓치면 되돌리기 힘들다.
2024-10-03 [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