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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도권 일극주의 타파해야 대한민국 지속 가능한 발전
대한민국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장해 왔다. 농촌을 희생해 도시를 키웠고, 지방 대신 수도권에 국가 자원이 집중되는 식이었다. 또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이 먼저였고, 특정 지역과 계층, 산업을 우대했다. 불균형 발전이 누적된 결과, 수도권은 과포화되어 성장력이 한계에 부딪힌 반면 지방은 인구 감소와 산업 기반 붕괴, 생활 인프라 악화로 소멸 위기에 놓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취임 3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지방과 중앙의 과도한 불균형이 우리나라 지속적 성장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한 지적은 국가의 구조적 위기를 정확히 진단한 것이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건 추세를 반전시킬 국가 발전 전략과 실행력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방 시대’ 등의 구호가 되풀이됐지만 수도권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구도가 되레 심화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실적인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고, 지역 주민은 번번이 ‘희망 고문’을 견뎌야 했다. 대통령의 국토균형발전의 의지가 구두선에 그치지 않고 국가 발전 전략으로 채택되고 실행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정책이나 예산 배분에 지방 배려를 넘어서, 우선 정책을 펴야 한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추세 반전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인구 소멸 지역에 ‘소비쿠폰’이 추가 지급되는 사례를 들면서, 지역별 가중치를 적용해 지방교부세 등을 더 받는 법제화 추진을 언급한 것도 주목된다.
“지역 소멸을 막겠다”고 강조하면서 부산의 현안을 콕 찍어 설명한 대목도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에 대전과 충남이 반발하는 것과 관련해 “부산이 해수부가 있기에 적정하다”며 이전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수도권에서 거리가 멀면 멀수록 심각’해지는 대한민국의 특수한 사정, 특히 “부산 상황이 사실 매우 심각하다”면서 대통령이 직접 위급성을 설명하며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한 대목은 국정 최고 책임자의 바람직한 모습으로 평가된다. 해사법원의 부산 설치 역시 인천과 경쟁하는 구도인데, 앞으로 정부는 불균형한 발전의 피해를 입은 비수도권 지역을 우선 지원하는 원칙을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취임 30일 만에 대통령이 수도권 일극주의를 성장의 걸림돌로 규정하고 균형을 강조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또 수도권 신도시 개발이 지방의 시선에서 볼 때 ‘목마르다고 소금물 마시는 격’이라고 비유한 대목은 발상의 전환으로 읽힌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의지보다 실행력이다. 대통령의 공약조차 수도권 기득권의 벽에 가로막히거나, 정치권과 관료의 저항에다 지역 간 갈등이 겹쳐 흐지부지되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5극3특’(5대 초광역권·3대 특별자치도) 공약을 재차 다짐했다. 수도권 일극주의가 타파되지 않으면 국가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대통령의 실행력을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2025-07-04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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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겨진 아이들 잇단 참변 돌봄 사각지대 꼼꼼히 살펴야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집에 남겨진 자매가 화재로 숨지는 사고가 부산에서 또 일어났다. 지난 2일 오후 11시께 기장군 기장읍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8살 6살 자매가 목숨을 잃었다. 지난달 24일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한 아파트에서 일어난 화재로 10살 7살 자매가 숨진 지 8일 만에 유사한 인명 화재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두 사고 모두 부모가 일을 하러 나간 사이 화재가 발생했다는 점부터 노후화한 아파트에서 초기 화재 진압 설비가 없었다는 점까지 닮은 꼴이라는 지적이다. 어린 생명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화재 사고가 단기간에 잇따라 발생하자 이 같은 사고를 막을 대책 마련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화재가 발생한 기장군 아파트는 2007년, 부산진구 아파트는 1994년 준공된 비교적 노후화한 아파트들이다. 전문가들은 옛 기준에 따라 지어진 이들 아파트의 경우 전력 소모가 많은 전자제품이 늘어나는 요즘 추세를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반면 2018년에서야 6층 이상 건축물 전체로 의무 설치가 확대된 스프링클러 등 초기 화재 진압 설비는 설치가 돼 있지 않다. 개인적으로 비용을 들여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여력이 없다면 화재 무방비 상태에 놓이기 쉬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아동만 집에 남겨질 때 등을 대비해 보호자에게 신속히 알람이 전송되는 알림형 화재감지기라도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 같은 소방 설비 확보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는 부모 없이 집에 남겨진 아이들을 보살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에도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 부산시는 기존의 돌봄 제도가 이 같은 아이들을 돌보는 데까지 촘촘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고 긴급 돌봄 제도 점검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사후약방문일 수도 있지만 향후 어린 아이들만 놔두고 일을 나가야 하는 부모들에게 그렇게라도 안전망을 깔아줄 수 있어야 하는 게 우리 어른들의 도리다. 부산교육청이 아이들이 혼자 있을 때 화재에 대응하는 요령을 담은 매뉴얼을 긴급 제작하고 모든 교육기관에 배포하기로 한 것도 그런 도리의 연장선에 속한다고 본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나선다는 게 우리 사회의 전통이었다. 그것은 단순히 아이 키우기만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사는 이웃에 관심을 가지는 태도와도 연결되는 문제였다. 열흘이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반복된 화재 사고로 아이들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면 우리 사회는 이 같은 태도를 근본적으로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고 본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생명들을 앗아간 이번 화재 사고들은 혹시라도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은 없었는지 더 관심을 가지라고 우리를 일깨운다. 건물 노후화나 초기 화재 진압 설비 미설치, 돌봄 제도 허점 등의 문제점 파악은 그런 관심의 시작일 뿐이다.
2025-07-04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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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역 정치권, 해수부 이전 놓고 정쟁 벌일 때 아니다
이재명 정부 집권 초창기 최대 지역 이슈로 부각하고 있는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의 부산 이전이 비교적 순풍을 받으며 진행중이다. 국무회의 석상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연내 부산 이전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림에 따라 후속조치가 발빠르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 당사자인 해수부가 부산 이전 준비를 위해 이전 추진기획단을 확대 개편하자 이전 대상지인 부산도 해수부의 부산 연착륙을 위한 주변 여건 마련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동남권의 오랜 숙원이었던 해수부 부산 이전 문제를 놓고 마치 정쟁 대상이라도 되는 것처럼 상대를 비난하는 데에만 열중해 빈축을 사고 있다.
해수부는 이달 들어 기존 ‘해수부 부산 이전 준비 태스크포스’를 ‘해수부 부산 이전 추진기획단’으로 개편했다. 기획단은 부산 이전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청사 확보가 필요하다고 보고 임시청사 후보지 물색에 발빠르게 나섰다. 800명 수용 가능 규모와 보안 시설 완비 여부, 부산역 등 교통결절지와의 접근성 등을 놓고 부산 중·동구 일대와 서면 등지의 여러 빌딩 이름이 오르내렸다는 후문이다. 해수부의 속도전에 맞춰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해수부 직원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기 위해 해수부 이전 정주여건 개선 지원 조례 제정을 제안했다. 부산시도 해수부와 별도 소통 창구를 개설해 실질적인 행정 지원에 나서는 모양새다.
해수부의 부산 연착륙을 위해 이전 당사자와 이전 대상지가 안팎으로 힘을 모으는 줄탁동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는 달리 지역 정치권 일각에선 해당 이슈를 정쟁화하는 구태를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해운대구 구의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제안한 해수부 부산 조속 이전 촉구 결의안 채택이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전원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여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부산을 짓밟고 있다”며 공세를 퍼부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여론을 일찌감치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너무 도드라지는 행태들이다. 해수부 부산 연착륙에 미약한 힘이라도 보태기 위한 협치를 도외시한 이 같은 행태들은 유권자들에게 날선 고함으로만 기억될 뿐이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은 단순히 정부 부처 하나가 청사를 옮긴다는 의미를 넘어서는 일이다. 30년이 다 되도록 입으로만 외쳐온 ‘해양수도 부산’을 현실화하기 위한 필요조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해수부 부산 이전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 정치권을 비롯한 부산지역의 역량을 총동원해야 하는 이유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내세운 정치적 가치인 ‘협치’ 없이는 지역 역량의 결집은 어불성설이다. 해수부의 성공적 부산 안착 문제는 지역의 정치적 협치를 넘어 한국 정치 지평에서 협치의 가늠자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그 성공의 끝에 진정한 해양수도 부산과 해양강국 한국도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2025-07-03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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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울경 광역철도 균형발전 차원 전향적 결정 필요하다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 건설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발표가 임박했다. 여러 차례 연기되며 지역민의 속을 태운 예타 결과가 이르면 다음 주쯤 나올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부울경 광역철도는 단순한 교통망을 넘어 수도권 집중을 막고 지역균형발전을 실현할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그만큼 부울경 정치권과 지자체는 수년째 이 사업에 사활을 걸며 긴장된 대기 상태를 이어왔다. 특히 이 사업은 ‘부울경 30분’ 생활권 실현의 관문이자 이재명 정부의 ‘5극 3특’ 균형발전 전략의 핵심 축으로 예타 결과의 상징성과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예타 통과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이행돼야 할 국가적 책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부울경 광역철도는 단순한 교통망이 아니라 수도권 집중에 맞선 비수도권 균형발전의 결정판이다. 노포에서 KTX울산역까지 총연장 48.7km, 사업비 2조 4000억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동남권 산업벨트를 잇는 대동맥이자 부울경 메가시티 구상의 핵심 축이다. 부산·울산·경남 3개 시도는 물론 여야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조속 추진을 한목소리로 촉구해 왔으며 여러 차례 정부 방문과 공동 건의, 특별법 발의까지 전방위적인 노력이 이어져 왔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대선 후보 시절 “광역교통망 없이는 부울경의 생활·경제 공동체도 없다”며 광역철도 조속 추진 지원을 약속했다. 대통령이 직접 내건 공약이라면 이제 실행으로 이를 증명할 때다.
그동안 사업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21년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선도사업으로 선정된 뒤 2023년 예타에 착수했으나 이후 결과 발표는 수차례 지연됐다. 그때마다 지역 사회에서는 실망했다. 여기다 예타 제도 자체의 구조적 문제도 남아 있다. 기획재정부의 예타는 기본적으로 인구 밀도와 경제력 등 정량적 경제성을 중심으로 평가된다. 그 결과 인구와 산업이 밀집된 수도권 사업은 높은 경제성을 확보하기 쉽지만 비수도권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구조다. 결국 비수도권 광역철도 사업은 구조적으로 불리한 평가 틀 속에서 출발선을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향적인 판단이다. 더는 제도 자체가 지역균형발전의 발목을 잡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재명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 핵심 키워드는 ‘5극 3특’, 즉 5대 초광역권의 동시 성장이다. 그중에서도 부울경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비수도권 경제권이며 대통령이 직접 ‘광역철도 조속 추진’을 공언했던 곳이다. 여기에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은 부울경 메가시티 구상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제 그 말에 행동이 따라야 한다. 부울경 30분 시대라는 상징적 약속이 예타 통과 실패로 무산된다면 이에 따른 정치적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균형발전을 구호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답해야 할 때다. 부울경 광역철도의 예타 통과가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2025-07-03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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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내 주력 노선 운항 축소 에어부산 고사시킬 생각인가
에어부산이 국내선 운항을 대폭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공항 실적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 통계(인천공항 제외)에 따르면 지난 5월 에어부산의 국내선 운항은 전년 동월 대비 42%가 감소했다. 국내선 운항이 0.4% 감소한 제주항공과 대조된다. 에어부산은 특히 부산 지역 항공 이용자들의 핵심 노선인 김해~김포 노선 운항을 60%나 줄였다. 이 때문에 한 시간 간격이던 에어부산의 김해~김포 노선은 하루 5회로 줄었다고 한다. 에어부산이 운항을 크게 줄이면서 티웨이항공의 복항 등에도 불구하고 김해~김포 노선의 전체 운항 편수는 18% 줄었다. 부산 거점 항공사의 운항 축소는 지역 항공 이용객들의 불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에어부산은 김해~김포 노선 이외에도 김포~제주, 김해~제주 노선 운항도 줄였다고 한다. 지난 5월 에어부산의 김포~제주 노선 운항은 전년 동월 대비 45%, 김해~제주 노선은 25% 감소했다. 김포~제주 노선의 경우 에어부산의 감항 분량을 ‘형제회사’인 에어서울이 채웠다. 이로 인해 지난 5월 에어서울의 김포~제주 노선 운항은 전년 동월 대비 무려 487% 늘었다. 에어부산은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 지분율이 41.89%이고, 에어서울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은 100%다. 수익성이 높은 김포~제주 노선을 같은 아시아나항공 계열사인 에어서울이 사실상 넘겨받으면서 ‘수익 노선 밀어 주기’ 논란까지 일고 있다.
에어부산은 국내선 운항 축소에 대해 “항공기 화재 사고와 정비 지연, 공정위 조치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항공기 21대를 보유하고 있던 에어부산은 지난 1월 28일 발생한 김해공항 화재 사고로 인해 보유 항공기가 20대로 줄었다. 또 2021년부터 2024년 사이에 제작된 최신 주력 항공기인 에어버스 321-200neo 3대가 현재 정비 문제로 운항하지 않고 있다. 7월부터 정비 항공기가 복귀해 운항이 회복될 예정이라고 하지만, 정확한 일정은 아직 나와 있지 않는 상황이다. 이처럼 에어부산이 운행을 축소하고 경쟁력을 점차 잃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지역 이용객들의 입장에서는 마음이 착잡할 수밖에 없다.
현대건설의 수의계약 중단 여파로 가덕신공항 2029년 개항 계획이 흔들리는데다, 신공항 활성화에 중추적인 역할이 기대되는 부산 본사 거점 항공사 유치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통합 추진 과정에서 에어부산 분리 매각이나 지방 공항 LCC(저비용항공사) 허브 육성 등 숱한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에어부산 분리 매각이나 가덕신공항에 통합 LCC 허브를 유치해야 한다는 지역 사회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에어부산의 고사 움직임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지역 사회의 절실한 요청에 진정성을 갖고 응답을 해야 한다.
2025-07-02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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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비쿠폰 전액 국비 지원 열악한 지방재정 돌아볼 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이 전액 국비로 수정돼 통과된 것은 뒤늦었지만 바람직한 일이다. 행안위는 1일 13조 2000억 원 규모의 ‘소비쿠폰’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을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당초 기획재정부 원안에는 국비와 지방비가 8대 2 매칭 방식이었다. 원안이 확정됐으면 각 지자체는 20%에 해당하는 2조 9000억 원을 떠안을 판이었다. 이렇게 됐으면 부산 지역 지자체는 추가로 1627억 원을 조달해야 한다. 지역의 반발 덕분에 ‘국비 100%’로 바로잡힌 건 다행이지만 일과성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중앙집권식 재정 구조의 폐단과 지방재정 개선의 필요성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소비쿠폰’은 이재명 대통령 공약 사업으로, 전 국민에 15만∼50만 원씩을 지급해 소비를 진작하겠다는 취지로 이르면 이달 중 시행된다. 문제는 지자체 재정 여건을 살피거나, 사전에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20% 매칭’ 추경안이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를 통과하게 되는 구조다. 전국의 지자체는 지방세 및 지방교부세 감소로 세수결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지방비 부담액을 떠안게 되면 기존 예산을 구조 조정하거나 지방채를 발행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어느 쪽을 선택하건 지자체 재정 파탄의 경고등은 불가피하고, 피해는 주민에게 돌아간다. “생색은 정부가 내고, 부담은 지방이 진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때도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에 20% 매칭 예산을 부담시켜 논란이 일었다. 재정자립도를 무시하는 방식이어서 지방재정이 취약한 지자체는 주민 안전, 환경 개선, 교육 등에 쓸 재원 부족 사태에 내몰린다. 복지, 지역 개발, 일자리 등 많은 보조사업에 지방비 매칭이 의무여서 지방재정이 흔들리고 있다. 중앙정부가 지자체 재정난을 가중시키는 방식을 반복하는 것은 공고한 중앙집권주의 탓이다. 정부가 예산을 결정하면, 지자체는 교부금을 받기 위해 자체 예산을 편성할 수밖에 없다. 지방정부에 자치예산권이 없어 자주재정을 구현할 방법이 없고, 결국 중앙정부에 예속될 수밖에 없다.
올해 전국 지자체의 재정자립도 평균은 48.6%에 불과하고, 재정자주도도 전년 대비 0.6%p 하락한 70.3%에 그쳤다. 자체 세입 비중이 낮고, 국고보조금과 지방교부세 등 중앙정부 이전재원 의존도가 높아 건전 재정은 엄두를 못 낸다. 정부 사업인 ‘소비쿠폰’에 지방비 재원을 조달하려면 지방채를 발행해야 하는 지자체가 널렸다. 이자 부담도 문제지만 앞으로 경기 침체, 세수 감소로 채무가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숨만 나오는 실정이다. ‘지방비 20%’ 조항이 삭제된 건 다행이지만, 이를 근본 해결책으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 자치분권의 구현 방안으로 지자체 자주재정을 보장하는 근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2025-07-02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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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전~마산 복선전철 5년째 공회전 주민들 분통 터진다
정부가 발주한 국책사업이라는 부전~마산 복선전철 건설 사업이 공정률 97.8%에서 중단된 상태로 5년째 단 1%의 진척도 없이 방치되고 있다. 부울경 1시간 생활권을 실현할 마중물로 여겨졌던 사업의 완공이 하염없이 지연되자 해당 지역 주민들은 상실감에 빠졌다. 타 지역의 유사한 국책사업들이 속속 완공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우린 차별을 받는 건 아니냐”며 분통을 터트리기까지 한다. 지난 2014년에 착공한 이 사업은 2020년 6월 개통을 목표로 잡았지만 개통을 불과 3개월 앞둔 시점에 낙동강~사상역 구간 터널이 지반 침하로 무너지면서 현재까지 공사가 중단된 상태로 방치돼 왔다.
해당 사업 시행을 위해 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이 세운 특수목적법인 스마트레일 측은 강한 수압을 이유로 설계변경을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발주처인 국토교통부는 기존 설계대로 공사를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여기에다 시행사 측은 사고가 지반 침하로 발생했다며 ‘공사 중 불가항력 사유가 발생하면 주무 관청이 발생 비용의 80%를 보상한다’는 협약을 근거로 지난 3월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12억 원 규모의 사고에 따른 투자비 청구 소송까지 제기했다. 복구 비용과 사업 지연 이자 등으로 수천억 원에 달하는 비용이 늘어난 만큼 향후 추가 정산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토교통부는 해당 사고가 불가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어 공사 재개 시점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개통 직전 중단된 공사가 5년 동안 진척이 없자 부산·경남 주민들은 급기야 지난해 12월 부분개통이라도 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전체 51.1km 구간 중 부산 강서금호역에서 창원 마산역까지의 40.4km 구간이 주민들이 요구하는 부분개통 대상이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와 시행사 측은 이마저도 결론을 내지 않고 시간만 끌고 있는 중이다. 그 사이 이미 건립된 김해 장유역 등 철도 역사와 시설물 등이 장기 방치돼 벌써 노후화 현상을 보이기에 이르렀다. 동남권의 공간적 거리감을 없앨 대표적 인프라로서 큰 기대를 모았던 해당 사업이 이젠 주민들에게 기대감보다 좌절감을 더 안기는 애물이 된 것이다.
정부와 시행사 측의 진흙탕 소송전 속에서도 다행히 지난 대선 기간 이재명 대통령은 해당 사업의 조기 완공을 공약한 바 있다. 비수도권 최대 경제권인 부울경이 광역 교통망 부족으로 경제·생활 공동체 형성이 안 되고 있다는 정확한 진단까지 내리며 내세운 공약이다. 이 같은 공약을 생생히 기억하는 동남권 주민들은 지금이 해당 사업을 빨리 마무리할 마지막 기회라고 입을 모은다. 수도권을 한데 묶는 GTX가 별다른 잡음 없이 속속 완공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던 터라 간절함은 더 크다. 부전~마산 복선전철 조기 개통이 이재명 대통령의 이 지역 공약 중 가장 빨리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공약이 되길 바란다.
2025-07-01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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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적자성 채무 900조 돌파, 국가 재정 건전성 잘 살펴야
국가 재정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다.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국가채무가 사상 처음으로 900조 원을 넘었으며 전체 국가채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0%를 돌파했다. 지난달 30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두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으로 국가채무는 1300조 6000억 원에 이르렀으며, 이 중 적자성 채무는 923조 5000억 원에 달한다. 더 심각한 것은 2019년 407조 원이던 적자성 채무가 불과 5년 만에 배로 늘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지출을 감안하더라도 증가 속도는 위험 수위를 넘었다는 평가다. 문제는 단순한 나랏빚 증가가 아니라, 채무의 ‘양’과 ‘질’ 모두 악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크다.
적자성 채무의 급증은 국민의 실질적 상환 부담을 키울 뿐 아니라 이자 지출 증가로 인해 재정 운용의 경직성도 심화시킨다. 이는 결국 미래세대의 선택지를 제약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국가채무 중에서도 적자성 채무의 비중과 증가율은 특히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적자성 채무에 대한 명확한 관리 목표를 세우지 못하고 있다. 앞서 추진한 재정 준칙에도 ‘국가채무 총량을 GDP 대비 60% 이내로 관리한다’는 원칙만 있을 뿐, 정작 국민 부담과 직결되는 적자성 채무에 대한 별도 기준은 빠져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이번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재정 전략을 강하게 질타한 것도 이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적자성 채무의 증가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재정 확대를 핵심 기조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아동수당 확대, 기초연금 강화 등 복지 정책은 필요하지만, 재원 조달 방식과 지속 가능성이 문제다. 정부는 5년간 210조 원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보고 지출 구조조정으로 충당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국채 발행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중대한 예산을 논의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도 2차 추경안 심사 첫날부터 여야 갈등을 빚으며 실망을 안겼다. 국민 세금으로 충당될 추경안을 두고 정쟁에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지금은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은 현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서둘러야 한다. 이 속도로 적자성 채무가 늘어난다면 국가 신용등급과 대외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적자성 채무에 대한 별도 관리 목표를 명확히 세워야 한다. 현재의 재정준칙은 총량 관리에 치우쳐 있어 적자성 채무의 비중과 증가 속도에 대한 통제가 어렵다. 이제는 채무의 질까지 고려한 재정 운용으로 전환할 때다. 국민 부담을 전제로 한 부채 지출이 무한정 계속될 순 없다. 복지와 성장, 재정 건전성과 경기 대응 간 균형을 위한 치밀한 전략과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더 늦기 전에 국가 재정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2025-07-01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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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도권 부동산은 강력한 규제, 지역은 과감한 부양이 답
이재명 정부가 수도권을 대상으로 극약처방에 가까운 고강도의 부동산 규제 정책을 내놨다. 정부는 지난 주말부터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액을 6억 원으로 제한하는 규제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대출 신청자의 소득과 지역별 기준에 따라 6억 원 이상의 대출도 가능하던 것을 일률적으로 최대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한 것이다. 정부는 여기에다 실거주 목적이 아닌 주택 구입용 주담대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나온 모든 부동산 정책보다 강력하다’는 평가를 할 만큼 정부의 이번 주담대 규제책은 그동안 나왔던 수도권 대상 부동산 규제책 가운데 가장 강력한 조치로 손꼽힌다.
전례를 찾기 힘든 대출 규제로 부동산 시장에선 벌써부터 온갖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서울지역 아파트 평균 시세가 14억 6000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현금 8억 6000만 원 이상을 보유한 현금부자만 서울에서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푸념도 나온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새 집 마련을 하려던 신혼부부들이나 청년들의 내 집 마련 꿈이 하루 아침에 좌절됐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이 같은 수도권의 우려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정부의 이번 부동산 규제 정책이 수도권 이외 지역에까지 미치게 될지도 모르는 영향이다. 수도권 이외 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항상 정부의 수도권용 정책의 종속변수가 돼 온 역사 때문이다.
이번 수도권 주담대 6억 원 제한 방안에 이어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당장 정책대출을 대폭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디딤돌 대출과 버팀목 대출 등 서민들이 주택구매나 전세 자금 마련 등 실수요 목적으로 신청하는 정책대출의 한도가 5000만~8000만 원씩 줄어들게 됐다. 주담대는 수도권에 한정된 규제책이지만 정책대출은 전국에 모두 해당하기 때문에 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이 유탄을 더 크게 맞은 셈이 됐다. 이 뿐만 아니라 수도권을 겨냥한 것이라 해도 역대급 고강도 규제책으로 인해 고사 직전에 이른 지역 부동산 시장이 매수세 실종으로 아예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도권과 지역 부동산 시장 사이의 초양극화는 이제 고착화하는 모양새다. 오죽하면 “지방 살면 벼락거지 된다”는 말까지 버젓이 나돌까.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공공기관이나 기업을 아무리 지역으로 분산하려 해도 수도권 밖으로 나가는 순간 벼락거지가 되는 현실을 놔둔다면 저항이 거셀 수밖에 없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자고나면 뛰는 수도권 아파트값을 잡기 위해 초강력 규제책을 빼들 정도로 과감한 이재명 정부라면 지역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다음 행보로 삼아야 한다. 고사 직전의 지역 부동산을 수도권의 종속변수가 아니라 독립변수로 놓고 지역 실정에 맞는 과감한 부양책을 펼치는 것은 어쩌면 균형발전의 시금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025-06-30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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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6월 시작된 역대급 폭염 시민 피해 예방에 만전 기해야
27일에 이어 29일 부산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폭염주의보는 체감기온 33도 이상이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효된다. 최근 몇 년간 봄을 느낄 겨를도 없이 6월 무더위가 시작되고 9월까지 이어지는 이상 기후는 일상이 됐다. 이로 인해 휴일인 29일 해운대, 송정해수욕장에는 피서객이 50만 명 이상 몰렸다. 하지만 불볕더위가 반갑지 않을 뿐더러 고통을 겪는 취약 계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부산기상청도 당분간 기온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며 온열 질환 예방을 당부했다. 그간 우리 사회는 폭염의 불평등성을 보완하는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 왔는데, 한층 더 촘촘한 피해 예방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29일 부산에는 폭염주의보가 발효됐지만 울산 서부와 경남 일부에는 한 단계 높은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때이른 폭염은 지역과 계층을 차별하고 때로는 위협적인 피해를 초래한다. 2023년 부산에서 온열 질환자는 모두 94명이었는데 이 중 1명이 숨졌다. 지난해에는 9월까지 기온이 떨어지지 않았는데, 추석 연휴까지 이어진 폭염으로 사직야구장에서 온열 환자가 무려 43명이나 발생했다. 전례 없는 찜통 더위와 열대야는 에어컨 등 냉방 기기 접근성이 떨어지는 저소득층, 야외 노동자, 독거 노인에게 치명적이다. 장기간 지속되면 건강 악화와 사회적 고립이 불가피하다. 폭염 피해의 불평등성은 사회적 위기로 보고 대응해야 한다.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는 사회적 제도나 지원책은 다양하게 필요하다. 예컨대 기상청의 ‘폭염 예보 전달 서비스’ 같은 간접적 지원은 효과적이다. 도시 거주 자녀가 부모 거주 지역의 폭염 알림을 신청하면, 기상청이 ‘주의’ 단계 이상일 때 카카오톡 알림을 보내는 식이다. “폭염이 예상되니 외출을 삼가시라”는 안부 전화가 어르신 세대의 행동 변화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평가다. 한편 폭염 시 건설 현장과 공장 노동자의 작업중단권을 둘러싼 논의에도 진전이 필요하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에도 불구하고 공사 지연, 비용 발생을 이유로 외면당하기 일쑤고 특히 대기업에 비해 영세 사업장이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부산시가 파악하는 폭염 취약 계층은 독거노인 22만여 세대를 비롯해 노숙인, 쪽방 거주자, 중증 장애인 등 모두 27만여 명에 달한다. 이들은 폭염 일수는 갈수록 느는데 전기료가 겁이 나 냉방 기기 사용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는 무더위쉼터나 경로당 냉방비 지원 등 기본적인 지원책과 함께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한편 폭염 피해가 일시적이지 않고 피할 수 없는 기후위기라는 점에서는 국가적 대응 체계도 필요하다. 예컨대 고수온에 따른 어류 폐사나 어획량 급감, 농작물 생육 장애 등 식량 불안과 서민 경제 악영향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국가 컨트롤타워와 지자체의 현장 대응 체계가 시급하다.
2025-06-30 [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