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비쿠폰 전액 국비 지원 열악한 지방재정 돌아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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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비 20%' 삭제 '국비 100%' 다행
정부 예속 깨는 자치예산권 구현 고민을

지난달 22일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상점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2일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상점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이 전액 국비로 수정돼 통과된 것은 뒤늦었지만 바람직한 일이다. 행안위는 1일 13조 2000억 원 규모의 ‘소비쿠폰’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을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당초 기획재정부 원안에는 국비와 지방비가 8대 2 매칭 방식이었다. 원안이 확정됐으면 각 지자체는 20%에 해당하는 2조 9000억 원을 떠안을 판이었다. 이렇게 됐으면 부산 지역 지자체는 추가로 1627억 원을 조달해야 한다. 지역의 반발 덕분에 ‘국비 100%’로 바로잡힌 건 다행이지만 일과성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중앙집권식 재정 구조의 폐단과 지방재정 개선의 필요성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소비쿠폰’은 이재명 대통령 공약 사업으로, 전 국민에 15만∼50만 원씩을 지급해 소비를 진작하겠다는 취지로 이르면 이달 중 시행된다. 문제는 지자체 재정 여건을 살피거나, 사전에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20% 매칭’ 추경안이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를 통과하게 되는 구조다. 전국의 지자체는 지방세 및 지방교부세 감소로 세수결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지방비 부담액을 떠안게 되면 기존 예산을 구조 조정하거나 지방채를 발행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어느 쪽을 선택하건 지자체 재정 파탄의 경고등은 불가피하고, 피해는 주민에게 돌아간다. “생색은 정부가 내고, 부담은 지방이 진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때도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에 20% 매칭 예산을 부담시켜 논란이 일었다. 재정자립도를 무시하는 방식이어서 지방재정이 취약한 지자체는 주민 안전, 환경 개선, 교육 등에 쓸 재원 부족 사태에 내몰린다. 복지, 지역 개발, 일자리 등 많은 보조사업에 지방비 매칭이 의무여서 지방재정이 흔들리고 있다. 중앙정부가 지자체 재정난을 가중시키는 방식을 반복하는 것은 공고한 중앙집권주의 탓이다. 정부가 예산을 결정하면, 지자체는 교부금을 받기 위해 자체 예산을 편성할 수밖에 없다. 지방정부에 자치예산권이 없어 자주재정을 구현할 방법이 없고, 결국 중앙정부에 예속될 수밖에 없다.

올해 전국 지자체의 재정자립도 평균은 48.6%에 불과하고, 재정자주도도 전년 대비 0.6%p 하락한 70.3%에 그쳤다. 자체 세입 비중이 낮고, 국고보조금과 지방교부세 등 중앙정부 이전재원 의존도가 높아 건전 재정은 엄두를 못 낸다. 정부 사업인 ‘소비쿠폰’에 지방비 재원을 조달하려면 지방채를 발행해야 하는 지자체가 널렸다. 이자 부담도 문제지만 앞으로 경기 침체, 세수 감소로 채무가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숨만 나오는 실정이다. ‘지방비 20%’ 조항이 삭제된 건 다행이지만, 이를 근본 해결책으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 자치분권의 구현 방안으로 지자체 자주재정을 보장하는 근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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