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겨진 아이들 잇단 참변 돌봄 사각지대 꼼꼼히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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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된 인명사고 발생이 남긴 상처
사회 안전망 확보 등으로 이어져야

3일 어린이 2명이 숨진 부산 기장군 한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소방당국과 경찰 등 관계 기관이 합동감식을 벌이고 있다. 전날 오후 10시 58분쯤 기장군 한 아파트 6층에서 부모가 잠시 외출한 사이 불이 나 6살, 8살 자매가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에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다. 김종진 기자 kjj1761@ 3일 어린이 2명이 숨진 부산 기장군 한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소방당국과 경찰 등 관계 기관이 합동감식을 벌이고 있다. 전날 오후 10시 58분쯤 기장군 한 아파트 6층에서 부모가 잠시 외출한 사이 불이 나 6살, 8살 자매가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에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집에 남겨진 자매가 화재로 숨지는 사고가 부산에서 또 일어났다. 지난 2일 오후 11시께 기장군 기장읍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8살 6살 자매가 목숨을 잃었다. 지난달 24일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한 아파트에서 일어난 화재로 10살 7살 자매가 숨진 지 8일 만에 유사한 인명 화재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두 사고 모두 부모가 일을 하러 나간 사이 화재가 발생했다는 점부터 노후화한 아파트에서 초기 화재 진압 설비가 없었다는 점까지 닮은 꼴이라는 지적이다. 어린 생명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화재 사고가 단기간에 잇따라 발생하자 이 같은 사고를 막을 대책 마련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화재가 발생한 기장군 아파트는 2007년, 부산진구 아파트는 1994년 준공된 비교적 노후화한 아파트들이다. 전문가들은 옛 기준에 따라 지어진 이들 아파트의 경우 전력 소모가 많은 전자제품이 늘어나는 요즘 추세를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반면 2018년에서야 6층 이상 건축물 전체로 의무 설치가 확대된 스프링클러 등 초기 화재 진압 설비는 설치가 돼 있지 않다. 개인적으로 비용을 들여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여력이 없다면 화재 무방비 상태에 놓이기 쉬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아동만 집에 남겨질 때 등을 대비해 보호자에게 신속히 알람이 전송되는 알림형 화재감지기라도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 같은 소방 설비 확보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는 부모 없이 집에 남겨진 아이들을 보살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에도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 부산시는 기존의 돌봄 제도가 이 같은 아이들을 돌보는 데까지 촘촘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고 긴급 돌봄 제도 점검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사후약방문일 수도 있지만 향후 어린 아이들만 놔두고 일을 나가야 하는 부모들에게 그렇게라도 안전망을 깔아줄 수 있어야 하는 게 우리 어른들의 도리다. 부산교육청이 아이들이 혼자 있을 때 화재에 대응하는 요령을 담은 매뉴얼을 긴급 제작하고 모든 교육기관에 배포하기로 한 것도 그런 도리의 연장선에 속한다고 본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나선다는 게 우리 사회의 전통이었다. 그것은 단순히 아이 키우기만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사는 이웃에 관심을 가지는 태도와도 연결되는 문제였다. 열흘이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반복된 화재 사고로 아이들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면 우리 사회는 이 같은 태도를 근본적으로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고 본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생명들을 앗아간 이번 화재 사고들은 혹시라도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은 없었는지 더 관심을 가지라고 우리를 일깨운다. 건물 노후화나 초기 화재 진압 설비 미설치, 돌봄 제도 허점 등의 문제점 파악은 그런 관심의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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