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소멸 임박한데 외국인 유입 막는 비자 규제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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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쿼터 등 지역 실정 미반영
외국인 인력 적기 수급 어려움
시 '부산형 광역비자' 도입 추진
전자여행허가제는 동남아 제외
태국 등 지역 관광객 감소 심각

부산의 외국인 근로자 미충원율이 전국 17개 시도 중 1위로 조사됐다. 업계는 외국인쿼터제 폐지 등 지역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이 절실하다고 입 모아 말한다. 기장군 장안일반산업단지의 한 제조업체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남형욱 기자 thoth@ 부산의 외국인 근로자 미충원율이 전국 17개 시도 중 1위로 조사됐다. 업계는 외국인쿼터제 폐지 등 지역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이 절실하다고 입 모아 말한다. 기장군 장안일반산업단지의 한 제조업체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남형욱 기자 thoth@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로 소멸 위기에 처한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위기 타개 방안으로 외국인 유입에 나서고 있지만 규제 탓에 정책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규제로 법무부가 권한을 가진 ‘비자 정책’과 ‘K-ETA’(전자여행허가제)가 꼽힌다. 이들 제도는 중앙 정부가 획일적으로 운영하며 지역에 할당하는 식이어서 각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외국인 인력, 유학생, 관광객 유입을 막는 장벽 역할을 한다.

부산시는 지역 기업의 만성적인 인력난(부산일보 7월 3일 자 1면 등 보도)을 해소하는 데 필요하다며 ‘부산형 광역비자’를 도입하겠다고 26일 밝혔다. 광역비자는 지역에서 필요한 외국 인력과 유학생의 대상, 체류 자격, 활동 범위 등을 광역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는 비자다.

부산형 광역비자가 도입되면 광역지자체 차원의 이민 정책이 새롭게 이뤄질 수 있다. 특히 시는 2028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에도 가속도를 붙인다는 복안이다. 3만 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부산에서 학업을 마친 후 지역 기업에 유입되면 인력난을 해소하고 인구 증가 효과도 누릴 수 있다고 본다. 산업 현장과 대학, 지역 경제 등 전반에 걸쳐 다양한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현행 비자 제도는 법무부가 발급 권한을 갖고 있다. 하지만 고용허가제 등에 묶여 자격 요건과 허용 업종 등이 획일적으로 동일하고, 쿼터도 정부가 배정하는 방식이다. 실제 각 지역에 쿼터를 분산하다 보니 각 지역은 실정에 맞는 외국인 인력을 적기에 수급하는 데 한계가 컸다. 부산 말고도 비수도권 지자체 여러 곳에서 광역비자 방식으로 비자 발급권 일부를 지자체에 이양해 달라는 요구가 지속돼 왔다.

시는 이번 발표와 함께 부산연구원을 통해 ‘부산형 광역비자’ 설계를 위한 연구에 들어갔다. 시는 법무부의 광역비자 제도 추진 일정에 맞춰 내년 상반기 부산형 광역비자안을 마련하고, 내년 하반기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광역비자가 시행되면 외국 우수 인력을 유치하는 것은 물론, 워케이션과 결합한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방식과 경로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넣고 인구 위기를 완화할 외국인을 유입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광 측면에서는 K-ETA가 지역 활성화를 막는 중앙 정부 규제로 손꼽힌다. K-ETA는 무비자로 입국 가능한 112개국 국적의 관광객이 현지에서 출발하기 전 홈페이지에 정보를 입국하고 한국 입국을 허가받는 제도다. 2021년 9월 도입됐다. K-ETA 허가를 받지 못하면 외국인 관광객 입국이 불허된다. 올 연말까지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5개국과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 등 미주·유럽·오세아니아 17개국의 경우 K-ETA 한시면제 대상국가로 지정됐다.

문제는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 대부분이 한시면제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이다. 실제 K-ETA로 인한 지역 관광객 감소가 심각하다. 부산의 경우 태국 관광객이 K-ETA 시행 이전인 2019년에는 7만 4679명이었으나 시행 이후인 2023년에는 5만 6750명으로 급감했다. 심지어 태국 등 동남아 관광객 입국 거절 사례가 잇따르며 SNS 등에서는 반한 감정마저 읽히고 있다.

부산관광공사 관계자는 “관광 활성화에 K-ETA 제도가 발목을 잡고 있다”며 “다양한 국가의 관광객을 유치하려면 제도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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