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소멸·인력난·대학 위기’ 3대 난제 풀 열쇠 기대
비자 발급권 지역 이양론 급부상
지역 수요 맞춘 광역비자 도입 땐
제조업 외국인 충원에 숨통 틜 듯
우수 유학생 유치 기반 조성 가능
반한 감정 촉발 K-ETA도 고쳐야
생산 인구 급감과 청년 인재 유출로 소멸 위기에 처한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로서는 당장에 인구수를 늘릴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이 없는 만큼, 적극적인 외국인 유입 정책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자체가 지역 실정에 맞는 외국인 정책과 관광 진흥책을 시행할 수 있도록 비자 발급 권한 일부를 지자체로 이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광역비자로 ‘3대 난제’ 완화
부산시가 내년 시행을 목표로 도입을 추진 중인 ‘부산형 광역비자’는 지역 기업의 만성적인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우수한 외국인 인력에게 문호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이 1차 목적이다.
지난해 부산 제조업체 외국인 미충원율은 29.1%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았다. 내국인 근로자의 고령화와 취업 기피로 외국인 근로자가 중소기업의 핵심 인력 역할을 하지만, 고용허가제 등에 묶여 허용 업종과 배정 규모가 한정돼 있고, 낮은 숙련도와 짧은 체류기간, 잦은 이직 등으로 현장 인력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광역비자가 시행되면 지역에서 필요한 외국 인력의 대상, 체류 자격, 활동 범위 등을 시가 주도적으로 설계해 운영할 수 있다. 단순 기능인력 뿐 아니라 외국인들을 감독할 관리자급 전문 인력을 해외에서 유치해올 수 있다. 전통 제조업은 물론 미래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인력 수급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의 우수한 워케이션 환경과 접목해 해외 창업 인력을 적극 유입하면 부산이 아시아 창업허브도시로 도약하는데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대학도 우수한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시는 2028년까지 현재 1만 3000명 선인 외국인 유학생을 3만 명으로 늘리고, 취업·구직 비자 전환율을 40%까지 확대하는 등의 목표를 담은 ‘스터디 부산 30K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광역비자가 시행되면 수도권으로 쏠리는 외국인 유학생을 지역으로 유치해올 수 있는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한 부산의 위기를 타개하고 글로벌 허브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해외 인적 교류와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 시의 복안이다. 부산 전체 인구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2.5%로 경기(5.9%)나 서울(4.8%), 인천(5.3%) 등 수도권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관광 발목 잡는 K-ETA
한국으로 관광을 오기 전 현지에서 제출해야 하는 ‘K-ETA’(전자여행허가제)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곳은 태국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한국을 찾는 태국 국적 관광객은 57만 2000명으로 동남아 국가 중 1위였다. K팝이나 K드라마 등의 인기로 한국은 ‘가고 싶은 나라’로 손꼽혔다.
하지만 2021년 K-ETA가 도입된 후 ‘엔데믹’ 국면에도 한국을 방문한 태국 국적 관광객의 수치는 반토막 수준이다. 지난 1~8월 기준 방한한 태국 국적 관광객 수는 20만 3159명에 그쳤다. 부산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K-ETA 제도 도입 이전인 2019년만 해도 부산을 찾는 태국인 관광객은 약 7만 5000명 선이었으나, 지난해에는 5만 6000여 명에 그쳤다.
한국과 태국 양국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한·태 상호방문의 해’로 지정했지만, K-ETA로 인해 양국의 문턱을 넘는 것부터 차이가 나는 셈이다.
태국에서는 K-ETA로 촉발된 반한 감정 기류도 생겼다. 태국 일각에서는 한국 여행을 가지 않는 것을 넘어, 한국에서 오는 관광객에게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태관광진흥협회 강준 회장은 “K-ETA로 인해 여론이 나빠지긴 했지만, 제도가 완화된다면 여전히 한국 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태국인들이 많다”면서 “부산에서도 적극적으로 태국에 와서 관광객 유치를 위한 홍보 활동을 펼치는데 제도가 막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 하루 빨리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