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앤피플] 커피숍 떡볶이·버거집 피자… ‘선’ 넘는 외식업계
“내수 부진 돌파”… 메뉴 경계 허물기
커피 프랜차이즈 중심으로 일반화
버거·치킨 업계도 영토 확장 잰걸음
취약 메뉴 강화 기회로 활용하기도
브랜드 정체성 희석·매장 운영난…
리스크 요인 많아 역효과 부를 수도
내수 부진이 길어지면서 외식 산업의 생존 공식이 바뀌고 있다. 과거 자신들만의 고유 영역이라고 여겼던 주력 메뉴에 얽매이지 않고 경계를 허무는 ‘메뉴 다각화’ 전략이 외식 시장의 새로운 표준, 즉 뉴노멀로 자리잡고 있다.
28일 프랜차이즈업계에 따르면 저가 커피 전문점에서 메뉴 경계를 허무는 전략이 잇따르고 있다. 기존의 커피, 베이커리, 디저트 영역을 넘어 분식 등으로 메뉴 구색을 넓히며 고객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
컴포즈커피는 올해 분식 메뉴를 앞세워 기대 이상의 메가 히트를 기록 중이다. 컴포즈커피에 따르면 올해 선보인 주요 신메뉴의 누적 판매량은 이달 말 기준 무려 620만 건을 돌파했다. 이 같은 대기록을 견인한 일등 공신은 지난 2월 출시된 ‘쫄깃 분모자 떡볶이’다. 떡볶이를 전용 컵에 담아 제공하는 이 메뉴는 과거 학교 앞 분식집의 향수를 자극하며 일부 매장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킬 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메가MGC커피도 분식 메뉴를 강화 중이다. 메가MGC커피는 지난달 식사 대용 메뉴인 ‘엠지씨네 통쏘시지 김볶밥’을 전격 출시했다. 기존에 운영하던 컵떡볶이와 컵치킨 등 분식 라인업이 연이어 호실적을 거두자 추가 메뉴를 내놓은 것이다. 메가MGC커피에 따르면 양념 컵치킨은 출시 4주 만에 누적 주문 수 약 35만 건을 돌파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이디야커피 역시 분식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디야커피는 최근 배달과 포장 주문에 특화된 간편식 메뉴 형태로 떡볶이와 볶음밥 제품군을 대거 선보였다. 웰빙 트렌드를 반영한 저당 떡볶이와 함께 크림 퐁듀 김치볶음밥 등 한 끼 식사로 손색없는 메뉴를 전면에 배치했다.
커피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저가 커피만으로는 객단가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분식 메뉴로 이를 보완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메뉴 경계 허물기는 버거와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전개되고 있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같았던 비주력 상품을 핵심 신메뉴로 전면 배치하는 역발상 전략이 공통적인 움직임이다.
치킨 버거를 앞세워 성장한 맘스터치는 메뉴 포트폴리오를 대대적으로 확장 중이다. 2022년 브랜드 최초로 소고기(비프) 버거 메뉴를 선보인 맘스터치는 현재 비프 버거 판매 매장을 약 1000개까지 확대했다. 이는 맘스터치 전체 매장의 약 67%에 달하는 수준이다. 맘스터치는 이에 그치지 않고 피자 판매 매장을 230여 개로 늘렸으며, 사이드 개념이던 치킨 카테고리 역시 전체 매출 비중의 21%를 차지할 만큼 핵심 축으로 성장시켰다.
반면 비프 버거를 주력으로 내세우던 브랜드들은 치킨 버거 시장 공략에 한창이다. 버거킹은 지난해 4월 치킨 버거 전용 플랫폼인 ‘크리스퍼’를 론칭하며 대대적인 영토 확장에 나섰다.
버거킹에 따르면 통닭가슴살 패티를 적용한 크리스퍼 시리즈는 출시 이후 1년간 누적 판매량 530만 개를 돌파했다. 하루 평균 1만 5000개 이상 판매된 셈이다. 크리스퍼의 인기에 힘입어 버거킹의 전체 치킨 버거군 판매량은 2024년 동기 대비 146% 증가하는 등 3년 연속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롯데리아도 올해 초 통다리 크리스피치킨버거 2종을 신메뉴로 출시하며 치킨 버거 수요를 공략 중이다. 롯데리아에 따르면 통다리 크리스피치킨버거는 누적 판매량 100만 개를 출시 2주만에 넘기며 시장에 안착했다.
치킨 프랜차이즈의 영토 분쟁도 흥미롭다. bhc는 지난 3월 간장 소스를 베이스로 한 쏘이갈릭킹을 내놨다. 신메뉴 이름에 허니를 붙인 만큼 교촌치킨 수요층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치킨 프랜차이즈업계에서 간장 베이스 치킨은 교촌치킨의 상징적인 메뉴로 꼽히기 때문이다.
bhc에 따르면 쏘이갈릭킹은 출시 50일 만에 누적 판매량 70만 개를 넘었다. 특히 현재 전체 메뉴 매출에서 약 10% 비중을 차지하는 등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게 bhc의 설명이다.
이에 맞서 교촌치킨은 그간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바삭한 식감의 후라이드 메뉴를 강화 중이다. 교촌에프앤비는 지난해 양념·후라이드 치킨을 출시한 데 이어 순살 치킨까지 내놓으며 메뉴를 다각화했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자신들의 주력 영역을 깨부수고 다채로운 상품군을 쏟아내는 배경에는 ‘위기 속 생존’이라는 명제가 자리 잡고 있다.
국내 외식 산업의 위기감은 통계 수치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25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외식산업 매출지수는 전년 대비 1.77포인트 하락한 73.84를 기록했다.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 지수가 100 미만이라는 것은 전년 동기보다 매출이 감소했다고 체감하는 외식업체가 증가했다고 느끼는 업체보다 훨씬 많다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하락의 장기화와 낙폭의 심화다. 2022년 82.20을 기록했던 외식산업 매출지수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24년 들어 경기 위축에 따른 소비 둔화 현상이 본격화되면서 낙폭이 한층 가팔라졌고 외식 매장들의 생존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식 시장 불황 속에서 기존 주력 메뉴 하나만으로는 가맹점 수익성을 유지하기 불가능한 탓에 메뉴 경계를 허물어 신규 수요를 창출하고, 기존 고객의 방문 빈도를 높이겠다는 게 업계 전략이다.
버거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수요를 가진 고객을 모두 흡수해 객단가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면서 “집객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필사적인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장기적인 리스크도 제기된다. 메뉴가 늘어나면 주방 동선이 복잡해지고, 원재료 관리 부담이 커져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운영 난이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브랜드 정체성 마저 희석될 우려도 나온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외식 시장이 회복되지 않는 한 업체들은 기존 카테고리 방어와 인접 카테고리 공략을 병행하는 전략을 쓸 것”이라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신메뉴 판매가 매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품질 일관성과 운영 효율성을 동시에 잡지 못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승호 기자 peter9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