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제 책임" 공개 사과… 5·18 단체 "진정한 후속 조치를”

유승호 기자 peter90@busan.com ,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신세계 회장 대국민 기자회견
"탱크 데이, 기획 정황 못 찾아"
질의 받지 않고 낭독 뒤 퇴장
5·18 유족회 등 "맹탕" 반발
BNK, 기존 경품 브랜드 교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과 관련해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위). 같은 날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5·18기념재단과 공법3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5·18 폄훼 표현으로 물의를 일으킨 스타벅스 코리아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과 관련해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위). 같은 날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5·18기념재단과 공법3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5·18 폄훼 표현으로 물의를 일으킨 스타벅스 코리아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이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이벤트에 대한 논란을 진화하기 위해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정 회장이 회장직에 오른 뒤 처음으로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을 두고, 이번 사태가 그룹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 회장은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리며 용서를 구한다”면서 사과했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5·18 광주 민주화운동 폄훼 마케팅을 벌인 지 8일 만이다.

정 회장은 “깊은 상처와 실망을 느끼신 5·18 민주화 운동 유가족 여러분, 박종철 열사 유가족 여러분, 광주 시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부적절한 마케팅으로 인해 많은 분들께서 깊은 아픔과 분노를 느끼셨다는 사실을 저는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유가 무엇이든 국민 여러분의 마음에 상처를 드린 것은 그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고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겠다”면서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재차 사과했다.

끝으로 정 회장은 “내부 시스템과 리스크 관리 체계를 근본부터 다시 점검하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준도 더욱 높이겠다”면서 “오늘의 사과를 끝이 아닌 시작으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서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도록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정 회장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약 5분간 사과문을 낭독하면서 세 차례 허리를 숙여 사과의 뜻을 보였다. 다만, 사과문 낭독을 마치고 별도의 질의를 받지 않고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신세계그룹은 이어진 진상 조사 결과 발표에서 이번에 논란이 된 스타벅스 코리아의 '탱크데이' 행사가 고의적으로 기획된 정황을 입증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룹 측에 따르면 사건 발생 직후인 지난 19일부터 일주일간 강도 높은 내부 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마케팅은 스타벅스 코리아 커머스팀에서 제안한 것으로, 팀장·담당·본부장·대표이사의 보고 라인을 거쳐서 최종 확정됐다.

신세계그룹 전상진 경영총괄부사장은 "조사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진 직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부적절한 언행도 일부 확인됐지만, 정황만으로 현재까지 해당 인원들의 사전모의 등 고의성을 특정할 수 있는 단서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웠다"고 밝혔다.

커머스팀 팀원 3명은 휴대폰 제출을 거부했다. 전 부사장은 "(관련)대상 임직원들이 고의성 여부를 부인하는 가운데 법적·절차적 제약으로 인해 모든 사실관계를 명명백백히 밝히는데 어려움이 따랐다"며 "(휴대폰 제출 거부) 영향으로 이번 마케팅과 관련된 이들 사이의 대화 및 업무처리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5·18공법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와 5·18기념재단은 이날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를 모욕한 정 회장의 빈껍데기 사과를 거부한다”면서 “진정한 반성과 책임 없는 형식적 사과는 상처받은 시민과 오월 영령에 대한 또 다른 모욕이며 기만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여주기식 사과가 아닌 역사적 상처에 대한 진정성 있는 반성과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정 회장이 회장직에 오른 뒤 처음으로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을 두고 신세계그룹의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한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 2380억 원, 영업이익은 1730억 원이다. 불매운동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그룹 차원의 현금 유동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이번 불매운동 여파로 선불카드 환불 규정에 대한 고객 불만이 높아지자 스타벅스 코리아는 카드 잔액 환불 기준을 한시적으로 완화해 운영한다고 이날 밝혔다. 다음 달 1일부터 14일까지 충전 금액 사용 비율 조건과 관계 없이 고객이 요청할 경우 한시적으로 예외 환불을 지원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논란 이후 각계로 스타벅스 불매 움직임이 확산하는 가운데 BNK부산은행도 스타벅스 경품을 다른 브랜드 경품으로 교체했다. 우선 지난 3월부터 진행 중인 ‘월금(金) 이벤트’는 급여 이체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선착순 2026명에게 스타벅스 커피 기프티콘을 제공하기로 설계돼 있었지만, 이달 중 가입한 이벤트 대상자에게는 다음 달 중 투썸플레이스 기프티콘을 제공하기로 했다. 부산은행은 또 ‘챌린지 적금 위드 현대자동차’ 이벤트에 대해서는 경품 교체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스타벅스 경품은 고객 선호도와 활용도가 높아 이벤트에 자주 쓰였다”며 “최근 상황을 고려해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다양한 브랜드 경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peter90@busan.com ,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