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수의 과기세] 플라스틱 시대의 명암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대 교양교육원 교수·한국과학사학회 회장

1907년 발명된 베이클라이트가 시초
1950년 이후 100억 톤 넘게 제조돼
편리함 뒤엔 미세플라스틱 등 부메랑

미국 침공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 때문에 고유가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인류가 얼마나 석유에 의존하며 살고 있는지 새삼스레 느꼈다.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사재기하는 움직임도 있었고, 플라스틱 물약 통의 공급이 달리는 소동도 벌어졌다. 플라스틱의 원료인 나프타가 석유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었다. 비닐은 얇고 유연한 플라스틱 필름을 뜻하므로 플라스틱의 한 형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플라스틱은 가소성을 가진 고분자 물질로 정의된다. 가소성은 어떤 물체가 외부로부터 힘을 받아 형태가 바뀐 뒤 그 힘이 없어져도 본래의 모양으로 복구되지 않는 성질을 의미한다. ‘성형수술’(plastic surgery)의 영어 표현에 플라스틱이 포함된 것도 흥미롭다. 오늘날의 플라스틱은 대부분 화학적으로 합성된 플라스틱으로 합성수지와 거의 동일한 외연을 갖는다. 합성수지는 합성된 고분자 물질 가운데 합성섬유와 합성고무를 제외한 것을 총칭한다.

플라스틱 산업의 시대를 연 것은 1907년 발명된 베이클라이트였다. 벨기에 출신의 미국 엔지니어인 레오 베이클랜드가 자신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플라스틱이었다. 베이클라이트로 처음 만든 제품은 당구공이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너무 딱딱해서 탄력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이클라이트의 용도는 무궁무진했다. 절연체, 주물용 틀, 건물 바닥 판, 건축용 타일, 전화기 몸통, 축음기 디스크, 배전기 뚜껑, 라디오 덮개 등이 베이클라이트로 만들어졌다. 급기야 1924년 9월 22일에는 〈타임〉이 베이클랜드를 표지 인물로 선정했다.

베이클라이트 이후에도 ‘폴리’(poly)로 시작되는 여러 플라스틱이 등장했다.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스티렌(PS), 폴리염화비닐(PVC), 폴리우레탄(PUR) 등이 그것이다. 폴리에틸렌은 비닐봉투, 랩, 지퍼백 등과 같은 포장재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폴리프로필렌은 자동차와 가전제품의 소재로, 폴리스티렌은 요구르트와 인스턴트식품의 용기로 사용되고 있다. PVC는 파이프, 전선 피복, 케이블 등에 적용되고 있고, 폴리우레탄은 바닥재 매트릭스에서 자주 접할 수 있다.

1950년 전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의 양은 200만 톤 내외로 집계된다. 이후에 플라스틱 생산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해 2002년 2억 톤, 2012년에는 3억 톤을 넘어섰고, 2022년에는 4억 30만 톤을 기록했다. 1950년 이후에 제조된 모든 플라스틱의 양을 합치면 100억 톤이 넘는다고 하니, 전 세계의 모든 사람이 각자 1톤 넘게 사용한 셈이 된다. 게다가 플라스틱의 대부분은 미생물이 분해할 수 없는 화학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여전히 지구 어딘가를 떠돌아다니고 있다.

1997년에 찰스 무어 선장은 하와이에서 캘리포니아로 가던 중에 거대한 플라스틱 섬을 발견했다. “갑판에서 해수면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지없이 맑고 깨끗해야 할 그곳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겠지만, 정말 플라스틱 없이 비어 있는 곳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무어 선장이 발견한 이 거대한 플라스틱 섬은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로 명명되고 있으며, 그 면적은 독일 국토 면적의 약 4.5배인 160만㎢에 달한다.

최근에는 미세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출되는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인간이 쓰고 버린 각종 플라스틱 제품이 자외선을 받아 잘게 분해되면서 만들어진 미세플라스틱이 바다에 대량으로 떠다니고 있다. 물고기가 미세플라스틱을 먹고 이 물고기를 인간이 먹고 있다. 플라스틱은 유기물을 쉽게 흡착하므로 각종 독성물질을 농축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 계속된다면, 2050년에는 바다에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의 무게가 전 세계 물고기의 무게를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인간이 플라스틱의 편리함에 묻혀 지내는 동안 ‘플라스틱 오염’이라는 부메랑이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응하여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규제, 플라스틱 재활용의 촉진, 쓰레기 처리 시설의 확충,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개발 등과 같은 여러 대책이 강구되고 있다. 이와 함께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을 의식적으로 줄이면서 살아가자는 ‘플라스틱 다이어트’ 운동도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들이 공존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가령 에코백과 텀블러가 친환경의 징표로 여겨지고 있지만, 그것을 꾸준히 사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환경을 해칠 수 있다. 에코백은 131회 이상을 사용해야 일회용 비닐을 대체하는 효과를 가지며, 플라스틱 텀블러는 50회, 스테인리스 텀블러는 220회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일회용 종이컵보다 환경에 더욱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