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류할증료 추가분 내라”… 5500만 원 ‘먹튀’ 여행사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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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워크숍 추진 부산 기업체
“입금 후 연락 두절” 경찰 고소
김해시 소재 여행사 잠적 추정
다른 피해 사례 6건 추가 확인
연계 대형 여행사 “우리도 피해”

경남 김해시 A 여행사 입구에 여행 계약·폐업 민원 계고장이 붙어 있다. 독자 제공 경남 김해시 A 여행사 입구에 여행 계약·폐업 민원 계고장이 붙어 있다. 독자 제공

중동 전쟁 여파로 국내외 항공사들의 항공권 가격이 치솟고 있는 상황을 틈 탄 사기 범죄가 일어나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항공권 유류할증료가 급등했다’며 입금을 재촉한 뒤 여행 예약금 수천만 원만 챙겨 잠적하는 이른바 ‘여행사 먹튀’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여행업계 안팎에서는 여행사 간 복잡한 예약 구조 특성상 소비자 피해가 연쇄적으로 번질 수 있어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수영경찰서는 지난 14일 여행 예약대금을 챙긴 뒤 연락을 끊고 잠적한 혐의(사기)로 A 여행사 관련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 수영구에 본사를 둔 IT 업체인 B 사는 지난 2월 경남 김해에 있는 A 여행사 의뢰해 6월 중국 산시성으로 가는 해외 워크숍 일정을 예약했다. 이후 미국-이란 간 중동 사태가 발생하자 A 여행사는 B 사에 ‘항공권 유류할증료가 너무 올라 비상이다’ ‘전 항공사가 3월 안에 올해 말 일정까지 발권한다’며 추가 입금을 촉구했다.

B 사는 유류할증료 증가분과 잔금 등을 포함해 회사 임직원 45명 분에 해당하는 여행 예약 대금 5500만 원 가량을 송금했다. 하지만 B 사 관계자가 최근 최종 일정 확인을 위해 여행사 측에 연락했지만, A 여행사 대표와 회사 내선 전화 모두 연락을 받지 않았다. 결국 B 사 측은 직접 여행사 사무실을 찾았지만 문은 닫혀 있었다. 문에는 ‘계약, 폐업 관련으로 연락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김해시청 계고장이 붙어 있었다. 〈부산일보〉 취재진은 A 여행사 측에 수차례 전화 연결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B 사 관계자는 “A 여행사와 연계된 대형 여행사 측에 상황을 알렸지만 해당 업체 역시 대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항공권 발권이 되려면 상위업체도 예약대금을 받은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드는데, 이미 피해를 본 상황에서 또다시 추가 비용을 내야한다는 답을 들었다”며 “여행업계 구조상 이해하기 어려운 대응”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A 여행사 관련 피해 신고는 잇따르고 있다. 김해시에 따르면 지난 2주간 A 여행사 관련 피해 신고는 6건이 접수됐다. 김해시청 관광과는 피해 신고가 접수된 지난 4일 현장 점검을 진행한 뒤 1차 계고장을 통지했다. 피해자들에게는 대한법률구조공단과 여행자불편신고센터를 연계하는 등 민·형사상 피해 구제 방안을 안내하고 있다.

여행업계에서는 최근 국제 정세 불안과 항공권 유류할증료 급등 여파로 여행 수요가 위축되면서 중소 여행사를 중심으로 자금난이 심화하고 있다고 본다. 특히 코로나19 당시 여행사가 주로 활용했던 신용보증기금 대출의 상환 시점이 다가오면서 목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일부 업체들을 중심으로 자금 경색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산시관광협회 김남진 부회장은 “항공권 선발권 구조와 여행사 간 이중 계약 구조 특성상 한 업체에서 문제가 생기면 소비자 피해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어 관리·감독 강화와 함께 공제보험 보상 체계 확대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당장 소비자 입장에서 피해를 막으려면 최소한 무허가·무등록 업체 여부와 공제보험 가입 여부 등을 한국관광공사와 지역관광협회에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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