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향토기업 팬스타, 북극항로 ‘꿈의 항해’ 도전장
시범운항 선사 공모 단독 신청
부산 대표 선사 도전 의미 커
15일 주관기관과 최종 협약
정부 파격 지원으로 참여 유도
유찰 우려 딛고 순항 기대 높아
북극해를 항해 중인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모습. 부산일보DB
부산의 향토기업이자 대표적인 해운선사인 팬스타그룹이 정부의 북극항로 시범운항 참여 선사 공모에 단독 신청했다. 부산항에서 출발하는 첫 북극항로 개척 시도에 부산의 해운기업이 도전장을 내밀며 의미를 더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낮은 사업성 탓에 유찰 우려까지 제기됐지만, 정부의 파격 지원이 선사 참여를 이끌어내며 올 9월 시범운항의 ‘순항’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3일 한국해양진흥공사(이하 해진공), 팬스타그룹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11일까지 진행된 ‘북극항로 시범운항 선사 선정 공고’에 부산에 본사를 둔 팬스타그룹이 단독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극항로 시범운항은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 ‘북극항로 개척을 통한 신무역로 선점’ 이행을 위해 극지 환경에서의 선박 운항 경험과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 목적이다. 시범운항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2030년 상업운항 시대를 연다는 게 정부의 청사진이다.
팬스타그룹의 최종 참여 여부는 13일 평가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확정된다. 공모를 주관한 해진공과 한국해운협회는 15일 확정된 선사와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북극해를 지나고 있는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모습. 부산일보DB
1990년 창립한 팬스타그룹은 부산항을 기점으로 여객과 화물을 동시에 운송하는 종합 해운물류기업으로, 화물주선업으로 시작해 국내 최초로 건조한 크루즈급 페리 ‘팬스타 미라클호’와 국내 최대 연안 유람선 ‘팬스타그레이스호’ 등의 선박을 보유하고 있다. 한·중·일을 중심으로 정기 컨테이너선을 운영하고 있으며, 통관, 보세창고, 일본 내 철도 연계운송 등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팬스타그룹은 북극항로 시범운항 선사로 참여하기 위해 그동안 주관기관과 소통하며 다각도로 면밀한 준비를 진행해왔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북극해를 운항할 수 있는 내빙 기능을 가진 특수선을 직접 매입하고, 이 선박에 실을 화물 확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팬스타그룹 관계자는 “아직 참여가 최종 확정된 단계가 아니라 말하기 조심스럽다”면서도 “선박은 내빙 기능을 갖춘 신조된 글로벌 선박 2~3개의 매물을 두고 검토 중이며, 배를 빌리는 용선 대신 매입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팬스타가 유럽 항로를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관계 기관과 화물 확보를 위해 적극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모에선 3000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 선박을 북극항로에 띄우는 것이 목표였다. 이에 팬스타그룹은 선복량을 맞추기 위해 해수부·해진공·해운협회로 구성된 북극항로 활성화 민관협의회의 지원을 받아 화물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앞서 해수부가 선제적으로 1000TEU가량의 북극항로 화물 수요를 파악해 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어, 팬스타그룹은 추가로 자동차 부품, 철강 등의 화물을 확보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유찰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됐다. 부정기적으로 운항해야 하는 특성상 정기항로를 오가는 컨테이너 선사들이 화물 확보 안정성 등의 문제로 선뜻 참여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격적인 장려금과 각종 행정 지원이 선사의 참여 유인책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민관협의회는 올 초부터 논의를 거쳐 시범운항에 대한 선사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공모에서 최대 40억 원의 지원금, 선박 금융, 항만시설 사용료 감면 등 실질적인 지원책을 내걸었다.
해수부 남재헌 북극항로추진본부장은 “누구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북극항로 운항에 큰 의지를 갖고 지원한 선사가 있는 만큼, 민관협의회가 최대한 지원해 성공적인 시범운항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